네이버, CFO 사내이사 전진 배치…AI·신사업 투자 의사결정 속도 높인다
카카오, 이사회 6인 체제로 축소…집중투표제 앞두고 지배구조 대응 해석도
네이버·카카오.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체제를 나란히 손질한다. 인공지능(AI)과 신사업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해 속도와 통제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카카오는 26일 제주 본사에서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네이버는 재무 책임자를 이사회로 끌어올려 대규모 투자 결정을 직접 다루는 구조를, 카카오는 이사회 규모를 줄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비하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주총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AI 시대를 맞아 플랫폼 기업들이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 CFO 이사회 진입…“돈 들어가는 사업, 위에서 바로 결정한다”
김희철 네이버 CFO. 사진=네이버
네이버 주총의 핵심 안건은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이다. 네이버에서 CFO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이번 선임이 통과되면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다.
김 CFO는 NHN 시절부터 재무기획을 맡아온 내부 출신으로, IT·게임 업계를 거치며 재무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2017년 네이버에 복귀한 뒤 회계와 경영관리 전반을 담당해왔고, 지난해 CFO로 선임됐다.
이번 인사의 배경은 명확하다. AI, 핀테크, 웹3 등 신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규모가 커지고 구조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업부 단위에서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의 자금이 투입되면서, 재무 전략을 이사회 중심으로 끌어올려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일수록 이사회에서 바로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분 구조, 규제 변수,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의도다.
네이버 측은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전략과 재무 건전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사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쇄신 이끈 정신아 연임 '청신호'…이사회 8인→6인 체제 재정비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카카오 주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신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다.
지난해 취임한 정 대표는 강도 높은 조직 효율화를 이끌어왔다. 한때 147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지난해 말 기준 94개로 약 30% 줄였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 8조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정 대표의 무난한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임이 확정되면 정 대표는 2028년까지 카카오를 이끌게 된다. 조직 쇄신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만큼, 두 번째 임기부터는 신사업인 AI 수익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카카오는 이번 주총에서 '인공지능 개발 및 이용업' 등 3개 사업 목적을 정관에 공식 추가하기로 했다.
이사회 규모도 축소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 기존 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5명의 8인 체제에서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의 6인 체제로 구성될 전망이다. 조석영 사내이사와 최세정·박새롬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떠나고, 기술경영과 금융경제 전문가인 김영준 고려대 교수가 새 사외이사로 합류한다.
카카오 측은 이사회 축소 배경으로 "핵심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에 집중하기 위한 운영 효율성 제고"를 내세웠다. 과 AI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만큼, 이사회도 다양한 사업을 두루 검토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전략 방향에 맞춘 빠른 의사결정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이사회 축소가 오는 9월 의무화되는 '집중투표제'에 대비한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집중투표제란 기업이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받아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연대할 경우, 대주주 뜻에 반하는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와 같이 선출할 이사 수 자체를 줄이면 소수 주주가 표를 결집하더라도 산술적으로 이사회 진입 문턱이 높아져 경영권 방어가 한층 수월해진다. 실제로 셀트리온, 한화갤러리아, LS일렉트릭 등 주요 기업들도 이번 주총에서 같은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형식적인 보고 중심의 이사회 운영에서 나아가 더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하고,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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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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