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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는 청년입니다] 코로나 버티며 끈끈해진 동료들…창업의 다른 이름 ...

인스타그램 계정 @alsumdalsum을 통해 알숨달숨의 작업과 수업이 꾸준히 알려지고 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제품과 아로마 소품, 패브릭 소품, 원목 소품 등을 판매하며 또 하나의 안정적인 기반을...

[나는 청년입니다] 코로나 버티며 끈끈해진 동료들…창업의 다른 이름 ...

김유리 ‘알숨달숨’ 대표

사육사 꿈꾸며 동물자원학 공부

사람 응대가 천직임을 깨닫게 돼

7년 동안 문화재해설사로 활동

원하는 삶 고민, 공방 창업 도전

결국 마음 머무는 일 선택해야

팬데믹 당시 고군분투하던 5인

플리마켓 개최·기부하며 버티기

협동조합 통해 수업하고 출강도

온라인으로 제작상품 판매까지/ "오랫동안 신뢰 받도록 노력"

경주시 시민보건대학에서 천연 한방삼푸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김유리 대표.

김유리 대표.

◇함께 버티며 함께 자라난 다섯 청년 창업가

코로나가 종식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그 시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막막함은 지금도 몇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손님이 끊긴 매장 안에서 하루를 버티는 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도 월세와 인건비, 재료비를 계산해야 했던 시간, 오늘 하루만 넘기자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여닫던 사람들의 삶은 그 자체로 전쟁에 가까웠다. 텅 빈 카페, 멈춘 골목, 불 꺼진 가게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던 사람들. 경주에서 활동하는 알숨달숨 사회적협동조합 김유리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것도 바로 그런 장면이었다. 혼자 버틴 것이 아니라 함께 버텼고, 살아남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시간 속에서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낸 사람들. 알숨달숨의 시간은 그렇게 시작됐다.

알숨달숨 사회적협동조합은 처음부터 잘 짜인 계획 아래 출발한 조직이 아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던 다섯 청년이 코로나라는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공동체에 가까웠다. 미싱을 하던 청년도 있었고, 베이킹을 하던 청년도 있었고, 나무를 다루던 청년도 있었고, 뜨개와 농업을 이어가던 청년도 있었다. 하는 일은 달랐지만 마음은 비슷했다. “우리끼리라도 버텨보자.” “기왕 버틸 거면 보람 있게 살아보자.” 플리마켓을 열고 작은 콜라보 작업을 하며, 그달에 1만 원을 벌든 10만 원을 벌든 번 돈의 일부만큼은 좋은 일에 써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보육원과 미혼모 시설, 유기견 보호소에 물품과 마음을 나누며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동료가 되어갔다.

청년 창업은 종종 도전과 열정의 언어로 포장되지만 알숨달숨의 시작은 훨씬 현실적이었다. 창업은 멋진 이름이기 전에 오늘을 넘기기 위한 싸움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시간은 성공담이라기보다 생존담에 가깝고, 그 생존이 혼자가 아닌 함께의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김유리 대표의 말처럼, “혼자서는 금방 지치는데 함께라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알숨달숨은 바로 그 문장 위에서 자라난 이름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천직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20대 초반, 김유리 대표의 꿈은 사육사였다. 대학에서 동물자원학을 공부한 것도 좋아하는 일을 따라 선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는 다른 질문이 남았다.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적은 삶을 과연 오래 견딜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과 나에게 맞는 일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감지한 셈이다.

이후 김 대표의 시간은 정해진 진로를 따라 반듯하게 흘러가기보다, 여러 경험을 거치며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과외를 하며 사람을 만나 설명하고 기다려주는 일에서 보람을 느꼈고, 이후 약 7년 동안 문화재 해설사로 활동하며 그 감각은 더욱 또렷해졌다. 고향 경주의 골목과 유적이 몸에 배어 있었기에, 익숙한 것을 편안하게 풀어내는 일이 낯선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닿았다. 경주를 찾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건네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 일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한 번 설명을 들은 사람들이 다시 찾을 만큼 신뢰도 얻었다. 설명을 잘하는 해설사라는 평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김 대표는 또 다른 고민과 마주하게 됐다. 문화재 해설이라는 일은 단순히 말을 잘한다고 오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역사 지식과 전문성이 필요했고 그만큼 더 많은 공부와 축적이 요구되는 분야였다. 김 대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렇게 더 깊이 들어가야 지속 가능한데, 정작 자신의 마음은 역사보다 다른 공부를 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려면 정말 제대로 공부해야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제 마음은 그쪽보다 다른 데 가 있었어요.”

이 고백은 꽤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고 있고 주변의 인정도 받으면 그 길을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유리 대표는 잘하는 일과 오래 붙들고 싶은 일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약 7년간 해설사로 일하며 사람을 대하는 감각은 분명 자신의 강점이라는 걸 확인했지만, 그 강점을 역사 해설이라는 한 분야에만 묶어두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역사를 더 깊이 파고드는 길도 있었겠죠. 그런데 저는 그 공부보다 제가 진짜 해보고 싶은 공부에 시간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김 대표는 익숙하고 안정적인 길에 머무르기보다 다시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고 싶은가. 그 질문 끝에서 아로마를 공부했고, 공방 수업을 경험했고, 선배 창업자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살폈다. 누군가는 아깝다고 말했을지 모르지만, 김 대표에게 그것은 잘나가던 일을 포기한 선택이 아니라 자기에게 더 잘 맞는 삶으로 방향을 틀어간 결심에 가까웠다.

요즘처럼 이미 잘하고 있는 일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시대에, 김유리 대표의 시간은 오히려 다른 메시지를 건넨다. 남들이 보기엔 아까운 길이라도, 내 마음이 끝내 머물지 못하는 일이라면 언젠가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고. 그리고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용기가 결국 자기 삶의 방향을 만든다고.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일이 천직이라는 사실은 더 선명해졌고, 이제 남은 것은 그 감각을 어떤 방식으로 펼칠 것인가의 문제였다. 알숨달숨은 바로 그 다음 질문에서 시작된 이름이었다.

◇알숨달숨은 프로그램보다 관계를 만든다

김유리 대표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은 단순히 수업만 하고 돌아가는 공방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쉬고, 또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 알숨달숨의 커리큘럼도 한두 가지 체험에 머물지 않는다. 향수와 방향제, 소이캔들 같은 아로마 클래스부터 라탄, 패브릭, 스테인드아크릴, 원목 소품, 플라워, 베이킹, 떡, 쿠킹, 업사이클링까지 강좌 폭이 넓다.

하지만 알숨달숨의 강점은 강좌 수가 많은 데만 있지 않다. 교육공간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 학교와 기관, 단체를 찾아가는 출강이 훨씬 활발하다. “우리는 프로그램 하나 하고 끝나는 팀이 아니라, 그다음 이야기가 생기게 만드는 팀이고 싶어요.”

그래서 알숨달숨을 설명할 때는 프로그램보다 관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수업 하나를 열어도 누군가에게는 다시 해볼 용기가 되고, 출강 한 번이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진다. 결국 남는 건 결과물보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계속 배우며 오래 남는 조합이 되고 싶다

알숨달숨의 시간은 단지 버텨낸 시간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코로나를 견디고, 시행착오를 감당하고, 서로의 삶을 붙들며 여기까지 왔지만 그 과정은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알숨달숨은 지역 안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명성을 이어가며 성장해왔다. 출강 요청이 꾸준히 이어진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핸드메이드 제품들 역시 입소문을 타며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alsumdalsum을 통해 알숨달숨의 작업과 수업이 꾸준히 알려지고 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제품과 아로마 소품, 패브릭 소품, 원목 소품 등을 판매하며 또 하나의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결과는 결국 ‘좋은 것을 제대로 만들면 사람들은 알아본다’는 아주 단단한 상식 위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알숨달숨이 양보다 결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오래 쓸 수 있고, 손에 쥐었을 때 만족감이 남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다. 그래서 김유리 대표는 “눈에 띄는 것보다 오래 기억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품질이 남고, 진심이 남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알숨달숨이 왜 단순한 체험팀이 아니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가 담겨 있다. 수업도 관계를 남기고, 제품도 신뢰를 남긴다. 그러니 알숨달숨의 성장은 단순한 규모의 확대라기보다 신뢰의 축적에 더 가깝다.

그 바탕에는 여전히 배움이 있다. 김유리 대표와 조합원들은 해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수업과 제품에 접목하려고 애쓴다. 사람들의 취향이 달라지고 생활 방식이 바뀌는 만큼, 알숨달숨도 멈추지 않고 조금씩 자신을 갱신해온 것이다. “옛날 방식만 붙들고 있으면 결국 멈추게 되더라고요. 계속 배워야 수업도 살아 있고 제품도 살아남아요.” 이 한마디가 지금의 알숨달숨을 가장 잘 설명한다. 오래 남고 싶다면 계속 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배움은 곧 성장의 방식이라는 것 말이다. 그래서 알숨달숨이 꿈꾸는 미래도 분명하다. 무조건 크고 화려한 조직이 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오래 신뢰받는 이름으로 남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배우고 싶은 곳으로, 누군가에게는 함께 일하고 싶은 팀으로, 누군가에게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 “천천히 가더라도 우리답게 오래 가고 싶어요.” 김유리 대표의 이 말은 지나온 시간의 요약이자 앞으로의 다짐처럼 들린다. 알숨달숨은 오늘도 수업과 출강, 제품과 관계를 함께 쌓아가며, 사람 곁에 오래 남는 방식으로 자기 이름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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