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벌던 월드컵 끝...중계권, 광고 아닌 '플랫폼 자산'으로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05-03 17:16:01
마지막 월드컵 출전을 앞둔 손흥민(제공=뉴스1)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협상이 JTBC와 KBS의 공동 중계로 마무리됐다. MBC와 SBS는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국 협상에서 이탈했다. 단일 방송사가 중계권을 확보한 뒤 일부 사업자와만 재판매하는 방식이 현실화되면서, 그간 유지돼 온 '코리아풀(공동 구매)' 관행은 사실상 붕괴됐다.
표면적인 원인은 비용 구조다. JTBC는 FIFA로부터 약 1억2500만 달러(약 1850억원)에 중계권을 확보하고, 제작비까지 포함해 약 19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디지털 중계권을 네이버에 판매하고, KBS와 140억원 규모의 재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MBC와 SBS는 12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이번 협상 결렬을 단순한 가격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본질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에 있다. 지상파 3사는 광고 시장 축소와 시청률 하락 속에서 더 이상 과거처럼 높은 중계권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월드컵을 하나의 이벤트로 보고
광고 수익으로 손익을 맞추는 기존 구조에서는 투자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
이다.
반면 JTBC는 지상파 3사 중심의 기존 중계 구조를 바꾸는 선택지로서의 의미에 무게를 뒀다. 광고 수익까지 감안해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지만,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시장 환경을 바꿔보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미디어를 포함해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참전해야 중계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JTBC 입장에서는 기존 흐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과감한 투자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동일한 콘텐츠를 두고도 가치 평가 방식이 달라지면서 협상은 끝내 평행선을 달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공식 엠블럼(제공=FIFA)
특히
디지털 권리의 분리
는 이번 협상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TV 중계권과 별도로 플랫폼 사업자에 판매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과거처럼 여러 방송사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모델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중계권의 수익원 역시
광고에서 플랫폼·데이터 기반 수익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편화된 흐름이다.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인 아마존은 미식축구리그(NFL)의 'Thursday Night Football' 디지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전통 방송사 중심 구조를 흔들었다. 이 계약은 단순한 중계권 구매를 넘어 이용자 데이터 확보와 커머스 연계까지 포함된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받았다. 스포츠 콘텐츠가 더 이상 광고 판매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플랫폼 체류시간과 가입자 확대를 위한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된 것이다.
국제기구 역시 이러한 변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디지털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미디어 권리 수익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며 OTT 협력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역시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를 주요 경쟁 이슈로 다루고 있다.
제공=JTBC
JTBC가 디지털 중계권을 네이버에 별도로 판매한 구조는 이러한 흐름이 국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V 중계권은 KBS와의 협상을 통해 일부 회수했지만, 수익의 중심은 점차 디지털 권리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기존 방송사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광고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높은 중계권료를 감당할 유인은 줄어든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데이터와 이용자 기반 수익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이미 중계권의 중심추가 레거시 미디어에서 뉴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넘어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월드컵 중계권은 여전히 '돈이 되는 콘텐츠'인가, 아니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확보해야 하는 플랫폼 자산인가. 이에 관계자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메가 이벤트를 일종의 '도박'에 비유하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고위험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비용은 치솟고, 수익은 분산되며, 성과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중계권 확보는 수익 사업이 아닌 전략적 투자
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협상 결렬은 그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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