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고개는 숙였지만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4일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 편을 둘러싼 조작 및 위법 논란에 대해 뒤늦게 장문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들끓는 여론을 진화하기는커녕,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스스로 자인하며, 도리어 시청자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사과문의 출발점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제작진은 입장 표명이 늦어진 이유로 “세부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자칫 프로그램의 근간인 현실감을 해치고 몰입을 방해할까 염려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방송 도중 튀어나온 호기심이 아니다. 방송이 나간 뒤 불거진 진실성의 문제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최소한의 해명 요구조차 ‘몰입 보호’라는 이름 뒤로 숨긴 셈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일수록 제작진의 투명한 태도가 필수적이다. ‘현실감’을 핑계로 제작 과정을 감췄다는 해명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핵심 쟁점인 ‘즉흥 여행’에 대한 변명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이제 와서 “방송에서 표현한 ‘즉흥 여행’은 전현무 씨가 목적지와 항공권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당일 여행지를 결정해 떠나는 방식을 의미했다”고 단어의 정의를 슬그머니 좁혔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행을 미리 예상해 스태프 항공권을 사전 발권하고 현지 촬영 협조까지 끝마쳤음을 시인했다. 적어도 제작진 차원에서는 ‘즉흥’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전현무가 현장에서 직접 목적지를 선택했다는 사실과 제작진이 사전 세팅을 마쳤다는 사실은 물리적으로 병립할 수 있다. 문제는 방송이 이를 아무런 준비 없이 허겁지겁 떠난 ‘무작정 여행’으로 포장해 내보냈다는 점이다. 제작진의 사전 기획을 모른 채 이를 ‘리얼 즉흥’으로 받아들인 시청자의 시선을, 과연 시청자 개인의 오독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
알마티시 관광청 지원을 둘러싼 말바꾸기는 더 심각하다. 제작진은 지난달 25일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번 사과문에서는 “알마티시 관광청으로부터 해외 촬영에 필요한 행정 절차와 현장 진행을 위한 촬영 협조를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지원이 없었다’는 입장은 금전적 협찬이나 제작비 지원이 없었다는 취지”였다고 물러섰다.
애초에 “행정적 촬영 협조는 있었으나 금전 지원은 없었다”고 솔직히 밝혔다면 끝났을 일이다. 현지 관공서의 행정력을 빌려 촬영을 진행해 놓고, 논란이 번지자 ‘돈은 받지 않았다’라고 발을 빼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렌터카 논란은 ‘나 혼자 산다’ 제작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작진은 방송이 나간 뒤에야 관련 서류 미비 지적을 접하고 대사관에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은 이미 지난 2월부터 한국 발급 국제운전면허증의 현지 불인정 방침과 공증 서류의 필요성을 명확히 공지해 왔다.
해외 로케이션에서 메인 출연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촬영을 감행하면서, 기본적인 현지 운전 자격과 법규조차 사전에 검토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제작진의 명백한 안전불감증이자 직무유기다.
가장 씁쓸한 지점은 제작진이 글의 말미까지 ‘오해’라는 단어를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태프 항공권 사전 발권, 현지 촬영 협조 요청, 관광청의 행정 지원, 운전 자격에 대한 안일한 점검까지, 불거진 논란의 실체는 모두 제작진이 숨겼다가 스스로 시인한 사실들이다. 시청자는 없는 의혹을 지어내지도, 오해하지도 않았다.
제작진이 설명해야 했던 것은 ‘즉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풀이가 아니라, 왜 사전 조율과 협조 사실을 처음부터 숨겼는지, 왜 출연자의 안전과 법적 자격을 방치했는지에 대한 자성이다. 시청자를 ‘오해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장황한 변명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 지금 ‘나 혼자 산다’에 필요한 것은 핑계를 걷어낸 정직하고 명확한 사과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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