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개발비와 경기 침체라는 무거운 짐을 진 대형 게임사들이 모험 대신 검증된 안정적인 길을 택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 효율성을 대폭 높인 인디 게임사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처럼 창의적인 장르 융합과 혁신적인 결과물을 쏟아내며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도전과 모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게임 산업의 지형도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신작 개발비와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직면한 게임사들이 안정성과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 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흥행이 불투명한 신규 프로젝트는 과감히 백지화하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막강한 지식재산권(IP)과 비게임 분야의 확실한 캐시카우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는 생존 전략이 업계의 새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넷마블은 게임 본업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방어막을 세우기 위해 비게임 계열사 투자를 선택했다. 넷마블은 최근 렌털 사업을 통해 매년 막대한 현금과 배당을 창출하는 계열사 코웨이 주식을 1500억원 규모로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신작 게임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명운을 걸지 않고, 든든한 재무적 안전판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넥슨 역시 최근 IR 행사를 통해 신규 IP를 바닥부터 키워내는 모험 대신 기존 흥행작의 세계관 확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던전앤파이터’나 ‘메이플스토리’ 등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핵심 프랜차이즈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성과가 부진하거나 긴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대거 정리하며 조직의 군살을 빼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강화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에 공개된 2025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당기 중 투자부동산 취득에 총 1488억7087만원을 투입했다. 세부 매입 내역을 살펴보면 토지 확보에 436억7372만원, 건물 매입에는 이보다 배 이상 많은 1051억9714만원을 썼다.
이번 대규모 부동산 매입으로 인해 당기 말 기준 스마일게이트가 보유한 투자 부동산의 총 장부 금액은 4846억2945만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실제 시장 가치는 장부상 가치를 훨씬 웃돈다. 독립된 평가인이 산정한 해당 투자 부동산들의 공정가치는 5673억5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과정에서 스마일게이트는 당기 중 투자부동산의 운용리스를 통해 43억800만원에 달하는 임대수익을 거둬들였다.
대형 게임사들이 안전 제일주의로 돌아서면서 생긴 다양성과 창의성의 빈자리는 인디 게임사들이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AI) 기술은 소규모 인디 개발사들이 기술적 공백을 메우는 무기가 되고 있다. 과거라면 막대한 자본과 대규모 그래픽·프로그래밍 인력이 필요했을 작업을 생성형 AI가 효율적으로 대체하면서 개발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AI의 효율성을 등에 업은 인디 개발자들은 기발한 장르의 융합과 독창적인 내러티브로 ‘진정한 모험’을 게임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인디 게임의 르네상스는 자연스럽게 인디 게임 관련 행사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하는 ‘버닝비버’나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 등 주요 국내 인디 게임 행사에는 매년 수만 명의 관람객이 운집하며 역대 최다 참가사 및 관람객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소수 정예 개발자가 모여 게임을 제작하는 린 팀(Lean team)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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