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러스 2기 성과 공유 기자간담회 모습.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와 제약업계가 공동으로 운영 중인 ‘의약품 심사소통단(CHannel On RegUlatory Submission & Review·CHORUS, 이하 코러스) 2기 운영 중반을 넘어서며 규제 예측성과 개발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 민·관 협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 의견수렴을 넘어 현장 애로를 가이드라인과 심사체계에 반영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임상·허가·품질 전주기에서 실질적 변화가 확인된다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원장 강석연)은 지난 21일 식약처 전문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코러스 2기’의 성과를 공유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과 홍정희 의약품규격과장, 김소희 순환신경계약품과장, 고영석 첨단의약품품질심사2과장 등 식약처 관계자들과 함께 이병무 유한양행 이사(허가·심사지원 분과장), 배용구 동아ST 팀장(임상분과) 등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코러스 2기의 현황을 논의했다.
특히 제약업계는 코러스의 핵심 성과로 ‘규제의 예측 가능성 확보’와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 강화’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기존에는 해석 여지가 컸던 허가 기준과 심사 방향이 사전에 공유되면서, 개발 단계에서의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깜깜이 행정이 되고, 반대로 듣기만 하면 민원 창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코러스는 다수 전문가가 참여해 치열한 논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러스의 가장 큰 변화는 업계 제안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제화 구조’다. 업계가 제기한 애로사항은 소분과 단위에서 1년 단위 과제로 운영되며, 결과물은 가이드라인 제·개정으로 연결된다.
이병무 유한양행 이사(허가·심사지원 분과장)는 “업계의 어려움과 요구가 실제 과제로 설정돼 1년간 함께 운영되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며 “가이드라인이 단순 문서가 아니라 바로 개발에 적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효능감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병무 유한양행 이사(허가·심사지원 분과장).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실제 일반의약품과 복합제 분야에서는 변화가 이미 가시화됐다. 표준제조기준 개정 논의를 통해 신규 제형 개발의 폭이 넓어졌고,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는 3상 임상 없이 1상 데이터 기반 허가가 가능해지면서 개발 기간이 단축됐다. 이는 규제 완화라기보다 “위험도에 기반한 자료 요구 재설계”라는 점에서 제도 구조 변화로 평가된다.
임상시험 분야에서는 글로벌 규제와의 괴리를 줄이는 성과가 확인됐다. 대표 사례가 ‘비근치적 환경에서의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 대상자 선정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이다.
배용구 동아ST 팀장(임상분과)은 “과거에는 표준요법 실패 환자만 초기 임상에 참여할 수 있어 글로벌 기준과 차이가 있었고, 이로 인해 한국이 임상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 관련 보완 요구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배용구 동아ST 팀장(임상분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실제로 표준요법 관련 보완 사례가 0건으로 줄었다는 점은 IND 승인 속도 개선과 직결된다. 이는 단순 행정 효율을 넘어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구조적 의미를 갖는다.
코러스는 올해 조직을 6개 분과 체제로 확대했다. 기존 임상·허가·전주기·첨단품질·동등성에 더해 ‘신약 품질 심사 분과’가 신설됐으며, 전체 참여 인원은 약 200명 규모로 확대됐다.
특히 AI 활용 의약품 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된 점이 주목된다. 식약처는 디스커버리부터 임상·허가·사후관리까지 전주기에서 AI 적용 범위와 규제 개입 기준을 정립하는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했다.
식약처 측 관계자는 “AI가 활용되는 단계별로 규제 개입 범위가 달라진다”며 “환자 영향이 커질수록 규제 판단 기준도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ICH M4Q 개정에 대응해 CTD 품질 자료 구조를 재정비하고, 향후 AI 기반 심사를 대비한 데이터 표준화 사례집도 마련 중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규제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대응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특정 기업 유리한 규제 설계’ 우려에 대해 식약처와 업계는 모두 선을 긋는다. 코러스는 특정 기업 요청이 아닌 다수 기업의 공통 애로를 기반으로 의제를 선정하고, 해외 근거와 규제 비교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강주혜 의약품심사부장은 “주제 선정부터 가이드라인 확정까지 모든 과정에 다수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며 “특정 기업 입김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코러스는 규제기관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제도 설계 후 현장에서 수정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설계 단계부터 업계와 공동 논의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식약처은 “초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들지만, 현장 적용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전체적으로는 효율적”이라며 “제조 현장과 기술 변화 속도를 규제가 따라가기 위한 필수 구조”라고 평가했다.
코러스는 단발성 협의체를 넘어 장기적 규제 소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참여자 확대, 소분과 기반 커스터마이즈 운영, 가이드라인 사업과의 연계 등은 기존 협의체와 차별화되는 요소다.
식약처는 향후 AI, 신약 품질, 혁신제품 등 고도화 영역까지 논의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에서도 “코러스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결국 개발 속도와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례는 규제기관과 산업계 간 소통이 단순 의견 교환을 넘어 제도 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다른 규제 영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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