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장지우 기자) 트로트 가수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를 연기한다. 처음 이 소식이 들렸을 때 고개를 갸웃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이 오른 순간, 그 의문은 빠르게 사라졌다.
지난 25일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김희재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공연 무대에 올랐다. 전석을 매진시키며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롬희오'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희재에게 이번 무대는 낯선 도전이 아니다. '모차르트!', '4월은 너의 거짓말'에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세 작품 연속으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주연을 맡았다.
남자 트로트 가수 출신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행보로, 뮤지컬 무대는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연기, 무대 장악력, 공연 내내 유지해야 하는 체력과 집중력까지. 그 모든 것을 요구하는 자리에 김희재는 세 번째로 섰다.
김희재, '로미오와 줄리엣' 세 번째 대형 뮤지컬도 '역시 희재'…설렘부터 비극까지 완벽 소화. (사진=(주)엠스텐)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 뮤지컬이다. 원수 가문에서 태어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감성적인 음악과 화려한 안무로 풀어낸 작품으로, 고난도 넘버가 연이어 등장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우에게 결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그 무대의 중심에 김희재가 섰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이야기다.
로미오는 순수하고 뜨거운 청년이 사랑에 빠지고, 운명에 맞서다가, 결국 비극을 맞이하는 인물이다. 감정의 폭이 넓고, 그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야 관객이 따라온다. 처음 줄리엣을 본 순간의 설렘, 사랑을 확인하는 열정,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까지. 김희재는 그 모든 장면을 밀도 있게 소화해냈다.
특히 고난도 넘버로 꼽히는 '난 두려워(J'ai Peur)'와 '혼자가 아냐(Sans Elle)'에서 김희재의 진가가 드러났다. 안정적인 가창력은 기본이었고, 그 위에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얹어내는 표현력이 더해졌다. 노래가 단순히 들리는 게 아니라, 로미오의 감정으로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공연장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 건 그 순간들에 대한 관객의 응답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첫 공연 전석 매진·열연으로 완벽 입증. (사진=(주)엠스텐)
첫 공연 전석 매진.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인기가 아니다. 팬들이 김희재의 뮤지컬 무대를 믿고 찾아온다는 뜻이다. 트로트 무대에서 쌓아온 신뢰가 공연장 객석까지 이어진 결과다. 뮤지컬 팬과 트로트 팬이 한자리에 모여 같은 무대를 바라보는 풍경, 그것이 김희재가 만들어낸 독특한 교집합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에너지는 무대 위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연을 마친 김희재는 소속사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많이 긴장됐지만 객석을 가득 채워주신 관객 덕분에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다"는 말에는 첫 공연의 떨림과 안도가 함께 담겨 있었다. 무대 위에서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막이 오르기 전의 긴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솔직한 고백이 오히려 더 진하게 전해진다.
김희재 '로미오와 줄리엣' 첫 공연, 관객 뒤흔든 그 무대. (사진=(주)엠스텐)
김희재는 소감의 끝을 이렇게 맺었다. "뮤지컬 배우로서도 더욱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끝나는 날까지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화려한 수식어 없이 담담하게 건넨 이 한마디가, 어쩌면 김희재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일지 모른다. 첫 공연의 성공에 취하지 않고, 이미 다음 공연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는 태도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5월 31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첫 공연이 남긴 뜨거운 반응이 앞으로의 공연에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김희재가 로미오로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인다. 트로트 무대와 뮤지컬 무대를 동시에 오가는 '멀티 퍼포머' 김희재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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