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오는 5월부터 교원 1만 명을 대상으로 AI 역량 강화 연수를 추진한다고 한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학교 현장을 지켜온 필자의 눈에 이번 정책은 ‘속도’와 ‘수치’라는 행정적 성과에 매몰되어, 교육의 본질과 현장성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교사들을 단기간 재교육해 AI 전문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기술의 속성을 생각하면 이는 애초에 ‘추격’이 불가능한 게임이다.
비유하자면, 평생 물리를 가르쳐온 이에게 방학 동안 단기 연수를 시키고 신학기부터 국어를 가르치라는 격이다. 이런 식의 ‘보여주기식’ 연수로는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은커녕, 매일 쏟아지는 기술의 궤적조차 쫓기 버겁다. 결국 교실은 원리에 대한 통찰 없는 ‘어설픈 기능 전달자’들로 채워질 것이 자명하다.
대한민국 AI 교육이 글로벌 선진 모델로서 가르침의 ‘바른 길’을 제시하려면, 정책의 판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다음의 세 가지 제언을 통해 교육당국에 엄중히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담장을 허무는 ‘파격적인 인력 개방’이 먼저다.
지금 시급한 것은 1만 명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기술력을 교실로 즉시 수혈할 ‘진짜 전문가’를 확보하는 일이다. IT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학교 현장에서 정교사와 함께 수업하는 ‘코티칭(Co-teaching)’ 모델을 표준화해야 한다.
교사는 교육의 철학과 학생 지도를 책임지고, 전문가는 기술의 구현과 실무적 통찰을 맡는 엄격한 분업이 필요하다. 외부의 신선한 에너지가 끊임없이 수혈될 때 비로소 교실의 엔트로피(무질서도)가 낮아지고 배움의 질서가 잡히는 법이다. 폐쇄적인 임용 체계에 갇혀 기술의 속도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과거의 유물 속에 가두는 일과 다름없다.
둘째, ‘기능 숙달’이 아닌 ‘인지적 주권’ 확립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금처럼 연수 과정이 코딩이나 도구 활용법에 치우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인지적 주권’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의 종착역이어야 한다.
물리 법칙을 검증하듯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의심하고 재해석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것만이 10년 뒤 우리 아이들을 기술의 종이 아닌 주인으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인지적 주권이 없는 교육은 학생을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안의 단순 소비자로 전락시킬 뿐이며, 이는 교육의 직무유기다.
셋째, 학교 현장을 ‘AI 리빙랩’으로 전환하여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케 해야 한다.
AI는 교과서가 인쇄되는 순간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는 속성을 가졌다. 중앙집권적인 하향식 연수와 고정된 교육과정으로는 이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 이제는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학교가 직접 기업과 손잡고 최신 기술 인프라를 수업에 즉시 반영하는 ‘AI 리빙랩’ 형태의 유연한 학교 운영이 절실하다.
학교의 담장을 허물고 민간의 커리큘럼이 교실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될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살아있는 지식을 만날 수 있다. 교육부는 통제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러한 연결을 돕는 지원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
교육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10년 후 우리 학생들이 AI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자신의 북극성’을 잃지 않고 항해하고 있다면, 그때 비로소 오늘의 교육이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다. 교육당국은 ‘1만 명 양성’이라는 산술적 목표에 안주하지 마라.
지금 우리가 놓는 이 초석은 단순히 연수 이수자 몇 명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을 AI 시대의 거친 풍랑을 뚫고 세계를 선도할 주역으로 키워내야만 하는 국가적 생존의 문제다. 본질을 지키며 기술을 지배하는 ‘바른 길’을 여는 데 교육의 모든 명운을 걸어야 한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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