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드러나는 시점
전 경남은행 자금시장본부(김창효 상무대우) 기고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시장의 시선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산업 전반을 단숨에 재편할 것 같았던 기대는 점차 현실적인 수익성 점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AI 기술의 가능성과 사업적 성과 사이의 괴리가 선명해지는 시점이다.
가트너(Gartner)는 최근 생성형 AI가 기대의 정점을 지나 ‘환멸의 계곡(Trough of Disillusionment)’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평균 AI 투자액은 190만 달러에 달하지만, 실제 투자 수익률(ROI)에 만족하는 CEO는 30% 미만에 그친다. 이는 기술 도입의 속도를 비즈니스 모델의 정교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구조를 수치로 환산하면 이러한 불균형은 더욱 극명하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AI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0조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 높은 가치 평가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이익을 과도하게 선반영한 측면이 크다. 현재 이들 기업의 수익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클라우드, 검색, 광고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자체가 대규모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순수 AI 기업들의 재무 구조 역시 도전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오픈AI를 필두로 한 주요 플레이어들은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천문학적인 컴퓨팅 인프라 비용과 연구개발비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는 중이다. 2026년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 시점은 2029년 이후로 미뤄지는 등 자본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경쟁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연간 6,500억에서 7,0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집중되고 있지만, 투입 자본의 감가상각 비용 대비 창출되는 매출의 탄력성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자본 투자 효율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러한 현상은 1999년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당시에도 혁신 기술에 대한 열광이 밸류에이션 폭발을 일으켰으나, 결국 시장은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증명한 기업만을 남기고 재편되었다. 닷컴 붕괴가 인터넷의 실패가 아니었듯, 현재의 AI 조정 가능성 역시 기술의 종말이 아닌 가치 평가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누가 실질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가이다. 명확한 경제적 해자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과정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강력한 생태계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AI 투자를 내재화하는 기업들은 조정기 이후 진정한 기술의 가치를 독점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고, AI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에 기반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AI의 미래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과정은 직선적인 우상향이 아니라 수많은 검증과 조정을 거치는 굴곡진 경로가 될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실질적 지표를 확인하며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뉴스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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