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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정관이 800억 배팅한 '암묵지 AI'…"제조 혁신 기대하지만 기술 유출 ...

10억 분의 1미터에 도전하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을 좌우하는 건 역설적으로 숙련된 엔지니어의... 우리는 반도체 ‘명장’이라고 부른다.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숙련된 제련 명장은 용광로 쇳물의 빛깔과 소리...

김정관이 800억 배팅한 '암묵지 AI'…"제조 혁신 기대하지만 기술 유출 ...

김정관이 800억 배팅한 '암묵지 AI'…"제조 혁신 기대하지만 기술 유출 경계해야"

박현우 서울대 부교수 "명장들 은퇴하면 암묵지도 사라져...AI 모델로 존속해야"

김정관 산업장관, 제조 암묵지 AI 모델 개발에 800억 추경 베팅

"제조 경쟁력 지키겠단 의지" 호평

"해외 AI 모델 쓰다 기술 유출될라...제도 정비 서둘러야"

최상현

기자

2026-04-01 17:24:14

나노(nano). 10억 분의 1미터에 도전하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을 좌우하는 건 역설적으로 숙련된 엔지니어의 경험과 직감이다. 설비에서 발생하는 아주 작은 소음이나 진동 변화만으로 이상을 알아차리고, 미세한 색상 차이에 의지해 생산 공정을 컨트롤하는 이들을 우리는 반도체 ‘명장’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숙련된 제련 명장은 용광로 쇳물의 빛깔과 소리, 온도, 불꽃 모습, 흐르는 모습만 보고 산소를 얼마나 많이, 어떻게 넣을지를 판단한다. 조선 명장은 그날의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 적절한 용접 기술을 구사해낸다.

명장들의 몸에 새겨진 감각! 데이터와 매뉴얼만으로는 표현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것을 제조업에선 ‘암묵지’(暗默知)라고 부른다.

“하지만 3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용접 명장, 열처리 전문가들이 은퇴하면 그 몸에 새겨진 감각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이 암묵지야말로 한국 제조업의 진짜 경쟁력인데, 그게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박현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부교수

박현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부교수는 1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의 인터뷰에서 “산업통상부의 이번 추경은 그 경쟁력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800억 암묵지 AI 추경…“M.AX 실행력 레벨업”

하루전 산업부는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800억원 규모의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R&D)’ 사업을 신규 편성하는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섬유, 화학 등 주요 업종에 종사하는 ‘제조 명장’들의 암묵지를 AI 모델로 옮기는 사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제공=산업통상부

이번 추경안을 주도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30년 명장보다 더 뛰어난 제조 AI를 만들 수 있어야 진짜 AI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조찬포럼에서도 “전통 제조기업들과 AI 기술이 힘을 합쳐 현장에서만 수집할 수 있는 암묵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모델과 암묵지의 결합이 제조 현장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박 교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숙련 검사원이 감각으로 판단하던 결함 패턴을 AI 모델로 재현해 연간 쇳물 생산량을 8만5000톤 늘리면서 품질 불량률은 63% 낮췄다”며 “암묵지의 AI 전환은 이론이 아닌 실증된 전략”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000여개 산·학·연 단체가 참여하는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올해 본예산에는 제조 AI 전환(M.AX)에 1조 1347억원을 배정했다. 박 교수는 “여기에 추경으로 업종별 암묵지 디지털화에 별도 예산까지 편성한 것은 정책의 구체성과 실행력을 한 단계 높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는 다양한 제조 현장의 암묵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라며 “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만들어 검증하는 단계까지 이번 추경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에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AI 전환을 위한 데이터센터 실증(140억원), 제조 현장 및 일상 생활에서의 휴머노이드 등 AI 로봇 실증(200억원)도 배정됐다.

◇챗GPT·제미나이에 K-암묵지 넘어간다

다만 긴장의 끈을 늦추면 우리 제조업의 생명줄인 암묵지가 해외 거대 테크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 기업의 약 80%가 아직 AI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들조차 대부분 해외 클라우드 기반 SaaS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제공=뉴스1

박 교수는 “이 구조에서는 숙련공의 암묵지가 데이터로 변환되는 순간 해외 서버로 실시간 전송·축적되고, 글로벌 플랫폼은 이를 학습해 자신들의 범용 제조 AI를 고도화한다”며 “우리의 핵심 노하우가 경쟁국이나 후발국의 제조 역량을 높여주는 학습 재료로 쓰이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제도적으로도 허점이 있다. 현행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은 완성된 기술이나 설계도면의 유출은 규제하고 있지만, 암묵지에 대해선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설계도를 빼가는 게 아니라, 공정 데이터 자체가 해외 AI 플랫폼의 학습 재료로 흘러들어가면서 사실상 동일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국가 핵심 전략 산업에서 생성되는 공정 데이터, 센서 데이터, 품질 데이터 등이 기존 산업기술과 동일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개념적 근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데이터를 보호 대상으로 묶을 필요는 없지만, 반도체 공정의 미세 조정 데이터나 방산 관련 데이터 등 국가 기술안보에 직결되는 최상위 등급에 대해선 물리적 망 분리와 해외 전송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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