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육성·사후 재분배 넘어 '신국가론·신재정론' 제시
"AI, 노동시장 입구 먼저 대체"…청년의 첫 경력 국가가 설계해야
사회가 구축한 AI 기반의 성과, 미래 인재·생산능력으로 재투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국가가 산업을 육성하거나 일자리 감소와 소득격차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생산능력이 형성되고 다시 재생산되는 과정 전체를 조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의 첫 경력 형성부터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망·데이터·컴퓨팅 인프라 구축, AI가 창출한 성과의 재투자까지 하나의 국가 운영체계로 묶자는 구상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6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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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AI 시대 국가는 생산관계를 조직한다'는 글에서 "AI 시대 국가는 생산을 하는 국가가 아니라 생산관계를 조직하는 국가"라고 밝혔다. 이번 글은 전날 'AI 시대 거시적 생산관계론'을 통해 AI 혁명에 맞는 '신국가론'과 '신재정론'을 탐색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은 것이다. 전날 국가와 재정의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날은 청년고용과 AI 생산기반,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구상을 구체화했다.
산업 지원과 사후 복지만으로는 부족…생산조건 사회적 구축
김 실장은 AI 시대 국가 역할에 관한 기존 논의가 AI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산업정책론', 일자리 감소와 소득격차에 대응해 복지·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정책론'으로 나뉘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둘 다 필요한 주장"이라면서도 "둘만으로는 AI 생산혁명이 요구하는 국가의 역할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생산관계를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에 한정하지 않았다. 그는 "생산요소가 결합되고, 숙련과 생산능력이 형성되며, 그 성과가 다시 새로운 생산능력의 형성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생산능력이 형성되는 경로를 설계하고 생산요소를 연결하며, 시장이 스스로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생산조건을 사회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노동시장 입구부터 대체…국가가 청년에 '첫 경로' 만들어야
김 실장은 AI가 기존 일자리에 앞서 신입사원이 업무를 배우고 경력을 쌓는 노동시장의 입구부터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입사원은 자료 조사와 번역, 문서 작성, 기초 분석, 초급 코딩 등을 수행하며 조직의 업무방식을 익힌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이러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기업이 신입을 채용해 장기간 교육할 유인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기업이 신입 채용을 줄이면 미래의 경력인력도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교육 바우처나 취업장려금 지급을 넘어 국가가 "첫 번째 경력이 형성되는 경로 자체를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초기 고용을 일정 기간 뒷받침하고, 기업·공공기관·연구기관·지역산업이 실제 업무와 현장 멘토, 민간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AI, 거대한 물적기반 요구…국가 재정으로 만든 '생산기반', 다음 세대로
김 실장은 AI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이뤄진 '비트(bit) 산업'이면서도 막대한 물적 기반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려면 대규모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송전망, 냉각시설과 광통신망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업의 생산능력은 개별 기업의 기술과 설비뿐 아니라 사회가 구축한 전력망과 데이터, 연구개발, 인재와 제도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에 김 실장은 국가의 역할은 직접 반도체를 만들거나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데이터·컴퓨팅 인프라·인재·장기금융이 하나의 생산체계로 작동하도록 조직하는 데 있다고 봤다. 김 실장은 "사회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생산기반을 마련했다면 기업이 창출한 성과와 사회적 기여를 연결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면서 성과 연계 계약·장기 리스·사용료·로열티 등을 예로 들며 "핵심은 사회적 기여와 사회적 성과를 연결하는 계약의 원리"라고 했다. 사회가 제공한 기반을 통해 만들어진 성과의 일부가 다시 인재와 AI 인프라, 다음 세대의 생산능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환류의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정론은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성과를 다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실장은 AI의 성과가 모든 기업과 노동자에게 같은 속도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고숙련 인력과 대기업은 성장하고 초급 노동자와 중소기업·지역경제는 뒤처지는 'K자형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AI 시대 재정은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동안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개인과 중소기업이 AI 도구와 데이터, 연구개발 인프라, 첫 경력에 접근할 기회까지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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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생계만 지원하고 첫 경력이나 AI 도구, 데이터, 연구개발 인프라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자로 남게 된다"며
"국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그러한 생산관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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