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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연재의 유러피언 코드] 독일과 함께 여는 미래

열두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8000㎞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나라, 독일. 그런데 일상을 들여다보면 심리적 거리는 꽤나 가깝다. 자동차와 K팝은 잠시 잊어보자.

열두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8000㎞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나라, 독일. 그런데 일상을 들여다보면 심리적 거리는 꽤나 가깝다. 자동차와 K팝은 잠시 잊어보자. 독일어에서 나온 ‘아르바이트’는 이제 국립국어원 사전에도 올랐고, 연말 한국 제과점에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슈톨렌’이 흔하다. 반대로 프랑크푸르트 지하철 역에는 현지 축구팀 팬들이 역대 베스트 11로 뽑은 차범근 선수의 현역 시절 사진이 붙어 있다. 독일 슈퍼에 놓인 한국 냉동식품과 라면은 더 새로울 것도 없다.

산업도 매한가지다. 과거 독일에서 기술과 설비를 들여오던 한국은 이제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의 주요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독일의 정밀기술과 한국의 제조역량은 현장에서 맞물려 돌아간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지만 여전히 서로의 부품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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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가 요즘 더 중요해졌다. 수출과 제조업으로 성장한 두 나라가 비슷한 질문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와 수출 규제의 장벽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무슨 수로 줄일 것인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 속에서 생산성을 개선할 방법은 없나. 두 나라는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니고 있어 협력의 실마리도 보인다.

먼저 공급망이다. 과거에는 좋은 부품을 싸게 제때 공급하면 됐다. 이제는 위기에도 공급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믿을 만한 파트너의 가치가 커진 것이다. 반도체와 배터리에 강점이 있는 한국, 소재와 장비에 경쟁력이 있는 독일이 생산 기반에 함께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하면 공급망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방위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독일 기술을 도입해 주요 무기체계의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다. 독일과 유럽은 방위력 증강을 위해 생산능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 그런데, 공장과 인력, 부품 공급은 재정을 투입해도 바로 늘어나지 않는다. 한국의 제조 역량이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다. 부품 조달과 공동개발, 현지 생산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럽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도 함께 늘리는 토대가 마련된다.

인공지능(AI)에서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숙련자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던 공정을 AI로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쪽에서 검증한 해법을 상대의 사정에 맞게 발전시키고,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방식도 유효할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민이 산업용 AI의 공동 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 독일과 유럽은 큰 소비 시장인 동시에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이 가능한 몇 안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물론 까다로운 규제와 역내 우선 기조는 넘어야 할 과제이기에,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31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아·태평양 독일 비즈니스 콘퍼런스(APK)’는 이 같은 전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은 독일의 수요를 읽고, 독일은 한국의 역량을 확인할 기회다. 멀지만 가까운 한국과 독일이 함께 만들어 갈 미래가 눈앞에 있다.

김연재 KOTRA 유럽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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