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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시욱의 따따부따] '감성 정치'의 시대, 연예인이 된 정치인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는 연예인 프로그램을 닮아간다. 정치인의 표정과 말투,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가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소비되고 그것들은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있다. 정책자료보다 사진 한 장이 빠르게 소비되고 짧은 영상과 한마디의 말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김시욱의 따따부따] '감성 정치'의 시대, 연예인이 된 정치인

▲ 김시욱 국제시사분석실 객원 연구원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는 연예인 프로그램을 닮아간다. 정치인의 표정과 말투,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가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소비되고 그것들은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있다. 정책자료보다 사진 한 장이 빠르게 소비되고 짧은 영상과 한마디의 말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치인의 발언은 맥락보다 ‘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어느새 정치적 자산이 된다. 정치인의 성과보다 이미지와 캐릭터가 먼저 평가받는 시대다. 이른바 ‘감성 정치’가 만들어 낸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감성을 정치의 역기능으로 폄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사람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감과 연민, 분노와 희망은 중요한 정치적 동력이다. 문제는 감성이 수단을 넘어 정치의 목적과 상품으로 소비될 때 생긴다. 인간적인 이미지가 정책 능력을 대신하고 정치적 서사가 ‘공직자의 자격 검증’을 대신한다면 감성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독소로 작용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후보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소수정당의 존립과 정치적 현실이라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과 국회의원이라는 두 공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과 대립한다는 점이다. 정치적 명분이 원칙에 대한 우선순위로 자리할 수 없는 이유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후보자 역시 정치적 중립성과 이해충돌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하는 의원 모임을 이끌었던 경력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과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민원 전달 과정’도 검증 대상이다. 후보자 측의 해명과 반론을 함께 살펴야 하지만, 법무부라는 부처의 성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다.

문제의 본질은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검증의 태도다. 용혜인 후보자를 비판한다고 해서 성평등 정책에 대한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승원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후보자라는 이유로 제기된 의문을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로서의 기본마저 망각한 후보자를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방어하는 진영논리는 사라져야 한다. 대통령의 의중이 국민의 의사와 여론을 앞설 수는 없다. 하지만 감성 정치와 결합하는 순간,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마저 흔들리는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편’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진영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고,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따지는 질문은 정치적 음해로 치부된다. 해당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우리 편 스타’가 되고, 지지자는 시민이 아니라 ‘사생팬’이 된다. 정치의 연예인화가 가져오는 폐단의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유려한 말솜씨와 친화적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결과에 대한 진정한 책임의 태도가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진정성은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자연스러운가가 아니라 불리한 질문에도 성실히 답하고 실패했을 때 책임지는 태도로 드러난다. 부처 장관은 박수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 전체를 상대로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공직자다. 언론과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현미경식 검증’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코 거창한 사실이 아니다. ‘부끄러운’ 흔적을 인정하는 진솔한 ‘자기 고백’과 용기 있는 자기 결정을 기대한다. ‘모르쇠’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거나 눈물로 호소하는 치졸함은 구태 정치인의 민낯일 뿐이다. ‘당신은 과연 그 자리에 적합한가’라고 스스로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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