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기업 퇴출없던 고인물서
1부·2부 나눠 이원화 개편
100개社 프리미엄 시장 편입
中日엔 없는 '기술특례상장'
성장성 유망한 亞스타트업
등용문 삼아 몰려들 가능성
20년만의 개혁 지지부진하면
韓혁신기업들 해외 눈 돌릴것
학교 선생을 하다 보면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있는데 원래 공부를 못하던 학생이 갑자기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다. 이런 경우 선생이 잘해서가 아니라 대부분 그 학생의 시절인연이 맞아서 그렇게 되는 것인데 선생 입장에서는 본인 때문에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 기쁜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아직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는데 바로 '코스닥시장'이다. 그리고 이 코스닥시장은 이제 자신이 분발해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수많은 아시아 스타트업의 등용문으로 성장할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코스닥은 오랫동안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한 채 고질적 문제를 안고 굳어져 온 시장이었다. 2026년 현재 1800여 개 기업이 상장돼 있는데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진입하고 415개사가 퇴출됐다. 쉽게 들어오기만 하면 기업의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계속 머물 수 있는 구조가 지속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외면당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소문 위주로 투자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2026년 들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 알려진 코스닥시장 개편의 핵심은 시장을 두 개로 나누는 것이다. 즉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시장으로 구분하고 기업의 성과에 따라 두 시장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코스닥시장에서는 우량 주식과 그렇지 못한 주식이 섞여 있어서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 전체를 신뢰하지 못해 선택이 어렵다. 하지만 코스닥 프리미엄 시장에 100개 이상의 우량기업을 배치해 매력도를 선명히 한다면 더 많은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고 코스닥시장의 신뢰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로 치면 우열반을 나누어서 전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고 학교의 명성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교육적인 면에서는 이러한 서열화가 문제가 되지만 자본주의의 심장인 주식시장에서는 효율성과 성과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의 성공에도 코스닥시장 활성화는 정말로 필요하다. 첨단 기술을 갖춘 많은 스타트업들이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데 대부분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은 아시아 스타트업들의 중심 요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일본·대만 정부 모두 생산적 금융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한국의 코스닥이 상장에서 상당히 유리한 면이 있다.
현재 중국의 주식시장은 거대 시설이 필요한 대형 기술기업의 자금조달에, 상장 후 기관 친화적 브랜딩은 일본의 주식시장이, 스타트업의 단계적 육성 시스템은 대만의 주식시장이 각각 상대적인 강점을 가진다. 이들 국가에 비해 코스닥의 가장 큰 장점은 상장 접근성이다. 매출이나 이익이 아직 충분하지 않아도 기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기술특례상장으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스타트업들에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상장은 단순히 자금조달만이 아니라 회사의 이름을 시장에 알리고, 인재를 모으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로 분리한다면 기술이 좋은 기업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어 아시아권에서 빨리 유명해지고 싶은 기술 기업들의 상장을 유도할 수 있다.
아시아의 스타트업들에 애국심보다는 '어느 주식시장에서 가장 잘 평가받고 성장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코스닥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아시아형 나스닥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서(NYSE)에 상장했고 토스도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하려 하는 지금, 코스닥시장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첨단 기술을 내포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언제라도 다른 나라 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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