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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탁의 민심풍향계] “민주당 거물 내면 조국 흔들”…6월 선거에 대...

역사에서 내다보이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규모였다. 추가로 짓고 있는 공사장까지 줄줄이 연결돼 있어서 택시를 타고 공장 지대를 지나가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택시기사 정 모(65) 씨는...

[김성탁의 민심풍향계] “민주당 거물 내면 조국 흔들”…6월 선거에 대...

국회의원 재선거 평택을 민심

김성탁 논설위원

지난 19일 서울 수서역에서 SRT 열차를 타고 평택지제역에 내렸다. 중간에 동탄역을 거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충청남도와 경계를 맞대고 있지만, 평택은 경기도에서도 철도를 통한 접근은 매우 용이한 지역이었다. 역사에서 내다보이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규모였다. 추가로 짓고 있는 공사장까지 줄줄이 연결돼 있어서 택시를 타고 공장 지대를 지나가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택시기사 정 모(65) 씨는 "점심시간 때 공사장에서 쓰는 동그란 모자를 쓰고 빠져나오는 인파를 보면 마치 개미군단이 이동하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날 평택시 함박산 중앙공원에서 6월 3일 치러지는 평택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평택항과 주한미군기지, 반도체 생산기지가 있는 평택의 특성을 겨냥해 그는 “국가대표 도시에는 국가대표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며 대평택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평택을 선거구에는 평택에서 3선을 한 국민의힘 유의동 전 의원과 김재연 진보당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여기에 차기 대선주자 군에 드는 조 대표가 뒤늦게 합류했다. 하지만 그가 당선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국은 왜 뜬금없이 평택에 왔을까 하는 사람도 많아요. 김재연도 사람들이 잘 모르고…. 황교안은 매스컴에 많이 나와서 이름은 알지만 연고가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택시기사 정씨는 “아직 누구를 밀어주려는 여론은 많이 없다”고 전했다.

반도체 공장과 가까운 지역에 고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평택에는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다. 과거 평택은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됐었지만 2024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평택시 갑·을·병 3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주말이던 지난 19일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평택시 고덕신도시에서 젊은 부부들이 자녀와 나들이를 하고 있다. 김성탁 기자

조 대표가 출마선언 장소로 택한 중앙공원도 신도시 한복판에 있었다. 주말을 맞아 자녀들과 공원으로 나들이 가던 신도시 주민 중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이선아(33)씨가 “조 대표를 계속 지지해왔기 때문에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옆에 있는 남편도 “이번에 꼭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남 창원에서 살다 이사 왔다는 정대현(42)씨는 “미리 공들인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만만해 보이니 갑자기 평택을 선택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신도시 빼고 외곽은 시장도 한산

신축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와 달리 평택 외곽은 낙후된 지방 도시의 모습이었다. 안중읍에 위치한 안중시장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영례(62)씨는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사람이 좀 있긴 하지만 평소엔 손님이 없고 시장 자체가 완전히 죽었다”고 전했다.

반도체단지 신도시 젊은층 유입, 외곽은 낙후

연고 없는 조국·김재연·황교안에 3선 유의동

'바보 노무현' 같은 서사 없으면 낙선시 타격

장동혁 위기 직면 예상, 김민석 대권 경로 관심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이들은 재선거 판세가 민주당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모(65) 씨는 “조 대표가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졌으니 이름 들어본 사람을 찍는 이도 있겠지만, 민주당에서 후보가 나오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박 모(63) 씨는 “민주당 후보까지 나와 범여권에서 2파전이 되면 정의당 김재연 대표가 조금 가져가고 국민의힘 유의동 전 의원이 당선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주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너무 밀어붙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거에선 야당 쪽 의석을 늘려줘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낙후된 안중읍 안중시장 거리에서는 행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성탁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재보궐 선거 지역에 모두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평택을에 누구를 내세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광재 전 의원이 경기 하남갑이나 평택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2일 “이광재 정도 되는 거물을 평택을에 낸다는 건 조국 대표 죽으라는 말”이라며 “정치에는 피도 눈물도 없고, 정 대표로선 이번 기회에 조 대표의 힘을 빼야 대선 경쟁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평택을에 누구를 공천하느냐를 차기 대권 경쟁과 관련해 바라보는 시각이다.

민주당 누구 내느냐에 조국 당락 영향

이런 상황과 관련해 여론조사기관인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대표는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차기 대권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들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동시에 살아남는 이들이 어떤 경로로 차기 대권을 향해 나아가게 될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이 매우 높은데도 특별한 사유 없이 평택을에 중량감이 떨어지는 후보를 공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을 내느냐 안 내느냐가 조 대표에겐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조 대표가 승리한다면 국회에서 자기 정치를 펼칠 공간을 확보하면서 대권 주자로서 탄력을 받겠지만, 낙선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처럼 험지에 도전했다면 서사가 될 수 있다. 조 대표는 평택을을 ‘험지’라고 표현하고 국민의힘 후보를 저지하기 위해 평택을을 택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영남 같은 국민의힘 본거지에 출마한 것은 아니어서 낙선할 경우 범여권 지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조 대표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전 대표도 비슷한 상황이다. 승리할 경우 보수 대선주자로서 입지는 탄탄해지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나 본선에서 패할 경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한 대표는 보수의 재건을 부산에서 시작하겠다고 주창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이나 수도권에서 도전장을 낸 게 아니라서 험지에서 싸웠다고 내세우긴 힘들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승리로 얻는 이익은 김부겸이 최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누릴 것으로 꼽히는 이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곧바로 대선 주자로 급격하게 올라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김 전 총리가 당선될 경우 단체장을 한 번만 하고 대선에 나가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대구를 더 잘 살게 하기 위해서’라고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라며 “영남 출신으로 호남에서도 호응이 있을 수 있어 승리할 때 수혜 효과는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총리의 경우 당권과 무관하게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이명박 모델’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바로 영향을 받을 또 다른 대권 주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국민의힘의 열세를 딛고 승리할 경우 보수 진영 내 입지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김 대표는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대권 주자”라며 “낙선한다면 국회의원에 도전해야 할 것인지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닥치게 된다”고 봤다. 선거 이후 가장 곤경에 처할 것으로 분류되는 인물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다. 국민의힘의 선거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보수 진영 내에서 바라보는 평가 자체가 매서운 상황이기 때문에 회초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는 '이재명 모델' 도모 가능성 커

민주당이 대승을 거둘 경우 정청래 대표의 입지는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광 효과로 이긴 것이냐, 당 대표 등 지도부가 공천 관리를 잘한 결과냐는 관점이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오는 8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다시 당 대표가 된다면 차기 총선 공천을 통해 세력화도 도모할 수 있다. 당 대표를 거쳐 대권을 차지한 이재명 대통령이 거쳤던 과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역시 국민의힘이 경기지사 후보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역대 경기지사는 곧바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었다.

6월 선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진 않지만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김민석 국무총리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데다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총리를 지냈던 인물들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기 어려워 자신만의 정치적 노선과 입지를 정립하는 게 힘든 경향이 있었다. 우리 역사상 국무총리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경우는 제10대 최규하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직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가 간선제로 선출됐기 때문에 국민이 투표로 직접 뽑은 대통령은 아니었다. 친명 대표격인 김 총리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나갈 것인지, 그리고 나간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대권으로 향하는 경로에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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