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김부겸은 길을 만들까 ④ "대학연합이 대구르네상스의 길이다"

삼성전자·한화시스템 등 지역 내 투자 기업들이 직접 교육과정 설계에 참여하고, 이수 학생에게 채용 가산점을 부여하는 '채용 연계형 역량 인증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학과 개편, 계약학과, 현장실습, 기업 공동랩이...

김부겸은 길을 만들까 ④ "대학연합이 대구르네상스의 길이다"

>

JOB잡

ESG

금융·증권

비즈

과학/IT

생활·경제

정치

스페셜기획

사람들

이야기쉼터

전국

미네르바의 눈

시큐리티팩트

MICE

섹션 선택

섹션 선택

이동

김부겸은 길을 만들까 ④ "대학연합이 대구르네상스의 길이다"

민병두

입력 : 2026.04.03 09:11

ㅣ 수정 : 2026.04.03 09:11

철강도시 피츠버그의 부활을 선도한 대학

대구 경북 13개 대학 얼라이언스로 1석3조

[사진=김부겸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청년 창업대회를 주관하고 참석자의 셀카 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민병두회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르네상스 구상은 대학연합(University Alliance)을 핵심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된다. 그가 국회 교육과학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이 구상에 깊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이번 선거 구도를 "누가 더 보수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대구를 살릴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규정하면서, 김부겸의 대구르네상스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부겸은 한때 세계의 중심으로 번성했다가 쇠락한 뒤 다시 일어선 도시들을 연구했다. 영국 맨체스터는 산업혁명의 발원지였지만 인건비가 싼 나라로 섬유산업이 빠져나가면서 무너졌다가 지금은 영국 북부의 경제 수도로 부활했다. 미국 피츠버그는 한때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산업이 개도국으로 이전하면서 쇠락했지만, 지금은 카네기멜런대학을 원동력으로 로봇의 메카로 거듭났다. 김부겸은 대구·경북의 13개 대학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업 유치 기반을 조성하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해 대구르네상스를 이끄는, 일석삼조의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피츠버그 르네상스에서 배운다

피츠버그는 1960~70년대까지 미국 최대 철강 생산 도시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과 산업 구조 변화로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았고, 도시는 대량 실업과 인구 감소라는 충격에 빠졌다. 미국 전체 철강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던 도시가 "미국에서 가장 침체된 산업 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사진=김부겸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과 연속적으로 청년 창업 및 취업 간담회를 했다

피츠버그 부활의 핵심은 대학 한 곳이 도시 전체의 산업전환 엔진이 됐다는 데 있다.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 연구소는 1979년 설립됐다. 세계 최초로 로봇공학만을 전담하는 학과였으며, 웨스팅하우스의 300만 달러 지원으로 출발했다. 철강 붕괴(1980년대)와 로봇연구소 설립(1979년)이 사실상 동시에 일어난 셈이다. 덕분에 피츠버그는 기존 산업이 무너지는 시점에 대학이 새 방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 연구소는 이후 자율시스템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선두 연구기관으로 성장했고, 피츠버그대도 바이오의학 연구로 확장하며 생명과학 분야의 축을 형성했다.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소가 회사를 낳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카네기멜런대 국립로봇공학센터(NREC)는 초기 투자 1,000만 달러 미만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총 5억 달러 이상의 직접 자금을 유치했으며, 투자 대비 50배의 성과를 냈다. NREC와 연관된 기업들의 현재 기업가치 합계는 180억 달러를 넘는다. NREC는 앨러게니강을 따라 형성된 "로보틱스 로우(Robotics Row)"의 핵심 동력이었다. 이 일대에는 로봇·AI·관련 기술에 집중한 80개 이상의 기업이 들어섰으며, 상당수가 NREC 졸업생들의 창업으로 탄생했다.

1998년 가동을 완전히 멈춘 존스앤로플린 제철소 부지는 헤이즐우드 그린으로 재개발됐다. 카네기멜런대는 폐공장 건물(Mill 19) 안에 연구시설을 입주시켰고, 첨단 로봇공학·3D프린팅·머신러닝 연구가 철강이 녹아내리던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됐다. 2026년 2월 완공된 카네기멜런대 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도 이 178에이커 부지에 세워져 지금은 혁신 경제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공장 폐허를 허물지 않고 그 안에 로봇연구소를 넣은 것, 과거의 껍데기에 미래를 담은 것이다.

나비스코 공장을 구글 지역 본부로 전환한 이스트 리버티 지구도 피츠버그 기술 중심 미래를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기업들이 피츠버그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지원금이 아니었다. 카네기멜런대에서 매년 배출되는 로봇·AI 인력이 있었고, 실증 가능한 도시 인프라가 있었으며, 대학과의 공동연구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 "올 이유"가 있는 도시였던 것이다.

피츠버그에는 현재 100개 이상의 AI·로봇 기업이 입주해 있으면서도 상당한 제조업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 2012년 이후 이 지역 로봇 분야 벤처캐피털 투자 누계가 33억 달러를 넘었다. 피츠버그대 의료센터(UPMC)는 카네기멜런대와 함께 도시 혁신의 양대 축을 이뤘다. 로봇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의료·로봇·AI가 결합한 복합 생태계가 진짜 피츠버그 모델이다.

대구에 적용하면 — 김부겸의 대학 연계 설계

대구광역시는 청년 인구 유출과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도시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영남권의 교육·경제 허브였던 도시가 인구 절벽과 수도권 집중화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대구가 육성 중인 5대 미래 신산업인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로봇,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헬스케어는 모두 강력한 교육·연구 기반을 필요로 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제시한 '대학 중심의 지역 혁신' 비전은, 대학이 단순한 지식의 전당에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의 엔진이자 사회 혁신의 구심점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사진=김부겸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국무총리 시절 공공기슬을 활용한 청년 창업대회를 주최했다.

피츠버그에는 카네기멜런대(CMU) 한 곳이 있었다. 대구에는 그에 필적하는 단일 초강력 대학이 없다. 그래서 "연합형 CMU"를 만드는 것이 대구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변에서는 말라고 있다. 경북대·계명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 등 역내 13개 대학을 하나의 연구 벨트로 묶는 대구경북대학얼라이언스가 그것이다. 단일 기관이 아닌 역할 분담형 연합체다. DGIST는 기초연구를, 경북대·영남대는 현장형 엔지니어 양성을, 계명대는 의료·돌봄 로봇 임상 연계를 담당하는 식이다.

개별 대학 단위의 글로컬대학30 선정을 넘어, 지역 전체 대학이 자원을 공유하는 광역 단위 얼라이언스를 결성해야 한다. 지역대학들이 인적·물적 자원을 통합 운영하는 '공유 캠퍼스'를 신산업 거점마다 조성하면, 전문대학의 실무 교육 강점과 일반대학의 연구 역량이 결합된 모델이 완성된다.

피츠버그의 힘은 연구가 산업으로 번지는 구조에 있었다. 대구도 대학이 논문만 쓰는 곳이 아니라 현장형 엔지니어·로봇 운영 인력·AI 제어 인력·정비 인력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좋은 대학"보다 "산업전환에 맞는 대학"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6개월~1년 단위의 유연한 교육과정인 '대구 르네상스 마이크로 디그리' 도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한화시스템 등 지역 내 투자 기업들이 직접 교육과정 설계에 참여하고, 이수 학생에게 채용 가산점을 부여하는 '채용 연계형 역량 인증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학과 개편, 계약학과, 현장실습, 기업 공동랩이 그 실제 수단이 된다.

피츠버그에서 NREC 졸업생들이 회사를 차렸듯, 대구 대학 졸업생이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창업 생태계도 갖춰야 한다. 공간·자금·첫 고객(대구시 공공조달)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구조다. 달성공단 노후 공장과 서대구 산업지대는 헤이즐우드 그린처럼 재생할 수 있다. 건물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미래를 넣는 방식이다.

피츠버그가 자율주행·로봇 연구의 시험장 역할을 했듯, 대구도 "연구만 하는 도시"가 아니라 "실제로 써보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대구가 이미 로봇 테스트필드와 규제자유특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강점이다. 이를 제조 현장·물류 창고·지하철 역사·병원·소방·재난 대응까지 넓혀야 기업이 대구를 "공장 부지"가 아닌 "제품 검증이 가능한 도시"로 인식하게 된다.

도시 매력 회복도 병행해야 한다. 피츠버그도 연구소만 늘린 것이 아니라 강변 재생과 생활환경 개선이 함께 이루어졌다. 청년과 연구 인력이 대구에 머물려면 주거·문화·교통·도심 이미지가 달라져야 한다. "일도 되고 살기도 괜찮은 도시"가 되어야 산업전환이 완성된다. 이는 산업정책이면서 동시에 도시정책이다.

미국 서부 주지사 연합대학은?

인재 양성의 참고 모델로는 미국 서부주지사연합대학(WGU)이 있다. 19개 주 정부가 연합해 설립한 온라인 비영리 대학으로, 강의실 착석 시간이 아닌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증명했을 때 학위를 수여하는 방식이다. 커리큘럼은 산업계 리더들과의 협업으로 설계되며, 고용주의 94% 이상이 WGU 졸업생의 현장 즉시 투입 능력을 인정한다. 대구·경북이 추진 중인 RISE 체계에서 이 얼라이언스 모델을 병행한다면, 지역 내 국립대·사립대·전문대학 간의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통합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WGU의 커리큘럼은 산업계 리더들과의 협업을 통해 설계되며, 고용주들은 WGU 졸업생들이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 능력을 갖추었음을 94% 이상의 높은 비율로 인정하고 있다. 주 정부 간 얼라이언스와 거버넌스 모델은 19개 주 주지사들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설립되었으며, 각 주와 파트너십을 맺어 지역별 인재 수요에 대응한다.

대구와 경북이 추진 중인 RISE 체계에서 이러한 '얼라이언스 모델'을 병행한다면, 지역 내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학 간의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통합 교육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김부겸 전 총리가 강조한 '대학 간 벽 허물기'의 구체적인 실행 모델이 될 수 있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대구의 실험은 많은 변화를 만들 것이다 첫째, 대학은 지역 산업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R&D 기지'가 되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한다. 둘째, 지역 청년들은 대학에서 배운 역량이 지역 기업의 일자리로 직결되는 '안정적 커리어 패스'를 갖게 되어 더 이상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게 된다. 셋째, 대구는 ABB, 로봇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지식 기반 혁신 도시'로 재탄생하여 영남권의 교육 및 경제 허브 지위를 되찾을 것이다. 결국 대학 중심의 대구 르네상스는 대학의 혁신이 도시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지자체와 대학, 산업계가 운명 공동체로서 협력할 때 완성될 수 있다. 카네기멜론이 피츠버그의 기적을 일구었듯, 대구의 대학들도 르네상스의 주역으로서 대구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해야 한다.

대구가 육성 중인 5대 미래 신산업은 대학의 고도화된 연구 역량과 유연한 인재 양성 체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학과 지자체, 산업계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대구형 대학 주도 혁신 모델'과 대학연합의 구축이 단순한 지역 대학 살리기를 넘어 대구라는 도시 전체의 르네상스를 견인할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