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인공지능(Agentic AI) 개념도 photo 제미나이 생성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발달과 활용이 늘면서 최근 'AI 에이전트(Agent)'를 넘어 '에이전틱(Agentic) AI'까지 등장하고 있다. 명칭도 비슷한데 그게 그거 아니냐고? AI의 발전 단계로 볼 때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먼저 AI 에이전트는 쉽게 표현하자면 '시키는 대로 하는 똑똑한 도우미'다. 이용자가 명령하거나 정해진 규칙과 범위 안에서 특정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생성형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이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인간의 지시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문제 인식과 목표를 설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작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학습하면서 행동 방식을 조정·개선하는 자율·능동적인 AI다. 마치 기술자들이 필요한 연장을 알아서 찾아 쓰는 것처럼 에이전틱 AI는 웹 검색, 프로그래밍, 여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AI 에이전트 연계 활용 등 다양한 '도구'들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고 통합해 자동화할 줄 아는 '주도적인 관리자' 격이다. 지속적인 사람의 감독 없이도 스스로 '데이터 콘텍스트(Context·맥락)'를 파악해 복잡한 태스크를 수행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최소한의 감독(minimal human oversight)'에서도 복잡한 미션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똑똑한 비서' 넘어 '디지털 동료'로
글로벌 최대 SaaS 기업 세일즈포스와 시장조사업체 IDC가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의 전문가 200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디지털 노동력은 오는 2030년까지 약 13조달러(약 1경9500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전망이다. 아울러 AI 에이전트가 기업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업무의 22%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에이전틱 AI는 장기 목표와 전략에 따라 여러 AI 에이전트를 하위 모듈로 구성하고 조율해 가면서 하나로 완성된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어 생산성이 더욱 높아진다.
글로벌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에이전틱 AI의 핵심 개념은 '자발성(Proactiveness)' 혹은 '자율성(Autonomy)'에 있다. AI가 단순 업무보조형 도구에서 나아가 '디지털 노동력(Digital Labor)'을 제공하는 '디지털 동료'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쉽게 말해 AI 에이전트가 '로봇 청소기'라면 에이전틱 AI는 '완전 자율주행차'에 비유할 수 있다.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에이전틱 AI의 주요 특성으로 선제적 실행, 적응성, 협업, 전문성을 꼽았다. 예를 들어 에이전틱 AI 시스템이 재고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기상 조건을 추적하며 배송 지연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제적으로 알림을 보내고 배송 경로를 재조정해 가동 중지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적응성은 예를 들면 시스템이 의료 용어를 이해하고 규정을 준수하면서, 환자의 관심사와 맥락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다. 또 치료 계획 에이전트가 여러 의료팀과 협력해 암환자를 위한 통합 치료와 후속 계획을 협업할 수 있다.
최성철 삼성SDS IT트렌드 전문가는 "기존 하향식 명령 체계에서는 상위 관리자가 목표와 지시를 내리고 각 부서가 이를 수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며 "각 부서나 팀 단위로 에이전틱 AI를 배치하면, 사람의 직접적인 조정 없이도 부서 간 협업이 자동으로 연결되고 전체 업무 흐름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에이전틱 AI의 도입은 기업 조직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가 지난 2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무실에서 주간조선과 ‘에이전틱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동료’를 주제로 인터뷰하고 있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데이터 '맥락' 관리로 '신경망' 확장
하지만 에이전틱 AI를 통한 효과적인 모델 구축에는 몇 가지 과제가 따른다. 우선 높은 수준의 추론과 전략적 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다중 에이전트 아키텍처를 구축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에이전틱 AI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AI 모델이 어디에서 잘못됐는지 테스트와 디버깅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고급 AI 시스템에서도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은 존재하기 때문에 워크 플로(업무 절차)에 영향을 미쳐 모델을 운영하는 비즈니스에 심각한 오류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AI 에이전트가 잘못 생산한 정보가 다른 AI 에이전트에빠르게 확산돼 최종 출력에서 오류가 더욱 증폭된다. 따라서 금융이나 의료 등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 산업에서는 상당히 높은 신뢰도를 구축해야 한다.
세일즈포스가 한국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해 올해 2월 발표한 '데이터 및 분석 현황 보고서'를 보면, 국내 기업의 약 75%가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국내 데이터 분석 선도 기업의 약 84%는 탄탄한 데이터 기반이 AI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믿으면서도, 이 중 61%는 데이터를 실제 비즈니스 우선 과제와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단절된 데이터 구조'를 꼽았다.
이에 대해 박세진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AI는 어떠한 지능이고 연결된 신경망이 필요하다. 신경망은 데이터에서 비롯하는데 콘텍스트가 정리돼 있어야 잘 구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재고가 얼마야'라고 물으면 AI가 바로 답을 찾지 못한다. 수많은 문서에 용어가 혼재돼 있고 재고의 정의와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AI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마스터 데이터가 잘 정리돼 있어야 한다."
그는 이어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도 데이터 콘텍스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에서 약을 만들 때 임상 실험부터 여러 가공 프로세스들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왜곡 여부와 무결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A라는 데이터를 카피해 A1이 되고, A1을 누군가가 만지면 A2로 복사 및 변형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면 원천 데이터가 어디서 나왔는지 찾아갈 길이 없어지고 오염된다. 콘텍스트로 원천 데이터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트래킹(추적)하는 역할을 통해 데이터 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다."
글로벌 IT 컨설팅사 가트너의 토리 폴맨 애널리스트(부사장)은 "콘텍스트는 성공적인 에이전트 배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차별화 요소 중 하나"라며 "특히 도메인 특화 언어모델(DSLM)에 의해 고정되지 않은 AI 에이전트는 산업별 콘텍스트를 해석해 낯선 시나리오에서도 높은 정확성과 설명 가능성으로 건전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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