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룽더조선 탐방…중국 해군에 맞선 유·무인 비대칭 전력 개발 박차
룽더조선의 대표작인 퉈장급 유도탄 초계함은 만재배수량 약 685톤, 길이 65m의 알루미늄 합금 쌍동선으로 작지만 뛰어난 고속항해성능과 함께 강력한 대함 및 대공 무장을 자랑한다. 사진=대만해군
이달 중순 대만 동북부 이란현 쑤아오에 자리한 룽더조선(龍德造船)을 찾았다. 한국보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조선소에서는 함정 건조와 무인 해양체계 개발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중국 해군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맞서 대만이 추진하는 비대칭 해양 전력이 실제 함정으로 태어나는 현장이다.
1976년 창립한 룽더조선은 고속정과 경비정, 소방선 등을 건조하며 기술을 축적했다. 현재는 대만, 즉 중화민국 해군의 퉈장급(沱江級) 유도탄 초계함과 고속 기뢰부설정을 건조하고, 자폭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까지 개발하는 대만의 대표적인 민간 방산 조선 업체로 성장했다. 룽더조선의 대표작인 퉈장급 양산형은 만재배수량 약 685톤, 길이 65m의 알루미늄 합금 쌍동선이다. 최고 속도는 45노트(시속 약 83㎞) 이상이며, 선체와 상부 구조물에 경사면을 적용해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였다. 흘수가 약 2.1m에 불과해 대형 군항뿐 아니라 중소형 항구와 어항으로 분산할 수 있다. 작은 선체와 달리 공격력은 강력하다. 슝펑Ⅱ(雄風二型·Hsiung Feng II) 아음속 함대함 유도탄과 슝펑Ⅲ(雄風三型·Hsiung Feng III) 초음속 함대함 유도탄, 하이젠Ⅱ(海劍二·Sea Sword II) 함대공 유도탄을 탑재한다. 76㎜ 함포와 팰렁스 근접방어무기체계도 갖췄다. 임무에 따라 함대함유도탄을 최대 16발까지 운용할 수 있어 대만에서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린다.
퉈장급은 중국 해군의 대형 함정과 일대일로 맞서기 위한 함정이 아니다. 여러 항구에 분산돼 있다가 해안 레이더와 초계기, 무인기 등이 제공한 표적정보를 받아 기습적으로 대함유도탄을 발사하는 해상 타격 플랫폼이다. 여러 척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유도탄을 발사하면 중국 함대의 방공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룽더조선은 퉈장급과 함께 376톤급 고속 기뢰부설정도 건조했다. 함내에는 자동화 기뢰부설 레일 4개가 설치돼 있고, 기뢰 종류에 따라 32∼64발을 탑재한다. 자동화 체계는 기뢰를 일정한 간격으로 투하하면서 정확한 위치도 기록한다. 중국군이 대만에 상륙하려면 상륙함과 수송선이 제한된 해안과 항로로 접근해야 한다. 이곳에 기뢰가 설치되면 중국군은 소해 전력을 먼저 투입해야 한다. 상륙 작전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함대의 접근 방향과 공격 시점이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대만 해군은 기존 4척에 이어 후속 고속 기뢰부설정 6척을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룽더조선에서 주목되는 분야는 무인 해양 전력이다. 대표적인 무인수상정은 자체 개발한 블랙 타이드(黑潮)다. 9m급 블랙 타이드 90은 4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최대 항속거리는 약 250㎞로 알려졌다. 감시·정찰 센서와 인공지능(AI) 기반 운용체계를 탑재하고 원격조종과 자율항해를 지원한다. 블랙 타이드는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할 수도 있지만, 필요하면 폭약을 싣고 적 함정에 직접 충돌하는 일회성 공격 무인수상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 룽더조선은 워터제트 추진으로 50노트 이상의 속도를 목표로 하는 6m급 ‘블랙 타이드 60’도 개발하고 있다. 룽더조선은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이 주도한 콰이치(快奇) 공격 무인수상정 사업에도 참여했다. 콰이치는 정찰과 자폭 공격뿐 아니라 소형 자폭 드론을 해상에서 발사하는 복합 공격 플랫폼이다. 적 함정에 접근해 공중 자폭 드론을 먼저 발사한 뒤, 폭약을 탑재한 선체 자체가 표적에 충돌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흑해의 러시아 해군을 상대로 성과를 거둔 자폭 무인정 전술을 대만해협 환경에 맞게 발전시킨 것이다. 다수의 무인수상정이 동시에 접근하면 중국 함정은 값비싼 함대공유도탄과 기관포탄을 소모해야 한다. 일부는 정찰이나 기만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실제 공격을 수행하는 방식도 예상된다. 수중 무인체계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중산과학연구원과 룽더조선이 공동 개발한 후이룽(慧龍)은 길이 약 30m, 배수량 약 100톤의 대형 무인 수중 시험 플랫폼이다. 함수에는 533㎜ 어뢰발사관 2문이 설치됐다. 수중항법과 자동제어, 소나, 동력체계와 무장 운용 기술을 시험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후이룽은 외형상 소형 공격잠수함에 가깝지만, 현재로서는 실전용 무인 공격잠수함보다 잠수함 관련 장비를 검증하는 시험 플랫폼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다만 여기서 확보한 기술은 향후 정찰·기뢰전·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잠수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룽더조선은 영국 MSubs 및 Marine AI와 함께 9m급 블랙 웨일(黑鯨) 무인잠수정도 개발하고 있다. 블랙 웨일은 수중 감시·정찰과 대잠전, 기뢰 탐색, 해저 시설 감시 등에 필요한 기술을 시험하는 플랫폼이다.
대만군의 목표는 중국과 같은 수의 구축함이나 상륙함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 이동식 대함유도탄과 기뢰, 퉈장급 유도탄 초계함, 자폭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을 하나의 분산형 감시·타격망으로 연결해 중국군의 봉쇄 및 상륙 작전에 최대한 많은 불확실성과 피해를 안기는 것이다. 중국군의 전자전과 위성항법 교란, 대만해협의 거친 파도, 지휘통제망 유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퉈장급에서 블랙 타이드와 블랙 웨일로 이어지는 룽더조선의 개발 현장은 거대한 중국 해군에 맞서 대만이 선택한 비대칭 해양 전략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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