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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규민 칼럼] 오일쇼크 3.0 예고···한국, 에너지 안보 없는 성장의 ...

반도체 호조가 상쇄되는 경로 한국무역협회 '2026년 1분기 수출입 동향'(2026년 3월)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에너지 수입액은 원유 가격 상승과 물량...

[김규민 칼럼] 오일쇼크 3.0 예고···한국, 에너지 안보 없는 성장의 ...

성장률 갉아먹는 중동 의존···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로 못 막는다···에너지 안보가 성장의 생존 조건

김규민 이넷뉴스 발행인/편집인.

한국 경제가 다시 중동발 에너지 쇼크 앞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OECD가 2026년 3월 한국 성장률을 0.4%포인트 내리고 물가를 0.9%포인트 올린 조정은 단순한 수치 수정이 아니라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OECD 최고 수준인 한국 경제 구조가 만들어낸 예고된 결과다.

중동 의존 70%가 만든 구조적 노출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5년 에너지통계연보'(2025년 12월)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웃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당시 100%에서 시작해 50년이 지난 지금도 6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번 OECD 조정의 배경에는 이란-이스라엘 분쟁 재점화, 홍해 항로 불안정 지속, 사우디아라비아 감산 유지라는 세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오일 마켓 리포트'(2026년 3월)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원유 공급 여유분은 하루 60만 배럴 수준으로 축소됐다. 2024년 하반기 평균 하루 약 140만 배럴의 43%에 불과하다(60만÷140만=약 43%).

문제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공급 구조다. 미국·캐나다·카자흐스탄 등 대체 공급선 다변화 논의는 수십 년째 반복됐지만, 중동 의존도를 60% 이하로 낮추겠다는 정부 목표는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다. 성장률 조정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석유화학·정유 산업의 원료 투입 비중이 제조업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도 가격 충격의 산업 파급 경로를 직접적으로 만든다. 같은 중동 의존도라도 에너지 소비 구조가 다른 국가보다 산업 전반으로의 충격 전달이 빠르고 깊다.

반도체 호조가 상쇄되는 경로

한국무역협회 '2026년 1분기 수출입 동향'(2026년 3월)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에너지 수입액은 원유 가격 상승과 물량 증가가 맞물리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와 수입 급증이 동시에 일어나 교역 조건 개선 효과가 상쇄되는 구조다.

석유화학 산업의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연간 원가 부담이 수천억 원대 늘어나는 구조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산업 현황 보고서'(2025년 하반기)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에틸렌 계열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2024년 동기 대비 30% 이상 축소됐다. 중국 공급 과잉과 유가 상승의 이중 압박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운송업의 타격은 수치보다 구조로 읽어야 한다. 대한항공 '2025년 연간 사업보고서'(2026년 3월)에 따르면 연료비 비중이 전체 영업비용의 30%에 육박한다. 유가가 10% 오르면 영업이익률이 수 퍼센트포인트 단위로 떨어지는 레버리지 구조다. 반도체가 벌어온 외화가 에너지 수입 대금으로 환원되는 구조가 이렇게 완성된다.

한국과 독일의 대비가 선명하다. 독일은 2022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이후 러시아 의존도를 2년 만에 80%대에서 20%대로 낮췄다. 공급선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병행한 결과다. 한국은 같은 기간 중동 의존도 축소 목표를 반복했지만 실적은 제자리다.

오늘 확인해야 할 판단 기준

정부는 OECD 조정 직후 긴급 거시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 비용 지원 확대와 보완 예산 편성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는 충격을 완충하는 단기 처방이지 구조를 바꾸는 전략이 아니다. 오일쇼크 때마다 반복되는 보조금·비축량 확대 논의는 에너지 의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비용만 사회화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년 8월)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는 2030년 30%대로 설정됐지만 2025년 실적치는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원전 확대는 장기적 방향이 맞지만 신규 원전 가동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중동 불안정의 속도 사이의 간극이 바로 성장률 조정이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이다.

전략비축유 보유량은 IEA 권고 기준 90일분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비축유는 공급 단절 시의 완충재일 뿐 가격 충격에 대한 방어 수단이 아니다. 가격 충격을 줄이려면 공급선 다변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성장의 동력이지만 에너지 취약성의 방패가 아니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외부 충격 한 번에 1%대 성장률 고착화가 현실이 된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에너지 구조 취약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OECD가 성장률을 내리고 물가를 올린 이번 조정은 수출 편중 성장 전략이 외부 충격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숫자로 확인한 것이다. 정책 기조가 단기 보완 예산에서 에너지 안보 구조 개편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이 패턴은 다음 충격에서도 반복된다.

대응한 쪽과 못한 쪽의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독일은 2년 만에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구조 전환을 실행했다. 한국은 수십 년간 같은 목표를 반복 선언했지만 중동 의존도 60% 이하 달성은 한 번도 없었다. 이 격차가 다음 에너지 쇼크에서 성장률 격차로 전환된다.

오늘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산업통상부의 공급선 다변화 실행 계획에서 중동 의존도 축소 수치 목표가 구체화됐는지, 정부 보완 예산 논의에서 재생에너지·원전 등 구조 개편 항목이 포함됐는지, IEA 글로벌 원유 공급 여유분이 현재 하루 60만 배럴 수준에서 추가 축소 여부다. 이 세 지표가 움직이지 않으면 다음 조정도 예정돼 있다.

이넷뉴스 김규민 기자(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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