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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긴급특집스타벅스 마케팅 과실 응징]때릴수록 커지는 이름 '정용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는 처음엔 기업의 마케팅 참사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연상시키는 문구와 역사적 상처를 건드린 표현이 문제였다. 기업은 사과했다. 관련 문구는 삭제됐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과 담당 임원 문책도 이어졌다.

[긴급특집스타벅스 마케팅 과실 응징]때릴수록 커지는 이름 '정용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특별기획] 적이 만든 상징 〈3〉

■ 때릴수록 커지는 이름, 정용진

■ 진보가 두들겼고, 보수가 받았다

■ 기업인은 침묵했지만, 정치는 그를 불렀다

■ 정용진, 이제 어디로 가는가

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는 기업의 마케팅 참사로 시작됐지만, 한국 정치가 개입한 순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진영의 상징으로 호출됐다. 일러스트=AI 생성

때릴수록 커지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이 정용진이다.

정작 그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미 그를 상징으로 소비하고 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는 처음엔 기업의 마케팅 참사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연상시키는 문구와 역사적 상처를 건드린 표현이 문제였다. 기업은 사과했다. 관련 문구는 삭제됐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과 담당 임원 문책도 이어졌다.

그런데 사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정치가 개입했다.

진보 진영은 스타벅스를 응징의 대상으로 삼았다. 보수 진영은 정용진을 방어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세계 언론은 기업의 역사 감수성 실패를 봤다. 한국 정치는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그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커졌다.

■ 원하지 않은 정치화

정용진 회장은 사과했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직후였다. 그는 해당 마케팅을 두고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과 담당 임원 문책도 이어졌다. 기업인으로서 가능한 수습 절차는 밟았다.

그러나 정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비판했다.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나섰다. 행정안전부 안팎에서는 스타벅스 제품 사용 자제 움직임이 전해졌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스타벅스 관련 구매 내역 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당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에게 스타벅스 출입 자제를 당부했다.

기업의 사과는 정치 앞에서 효력을 잃었다.

그 순간부터 질문이 바뀌었다.

스타벅스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 질문은 뒤로 밀렸다.

대신 다른 질문이 앞으로 나왔다.

정용진은 누구인가.

정치가 손을 댄 순간, 정용진은 기업인이 아니라 표적이 됐다.

■ 진보가 만든 구도, 보수가 채운 공백

진보 진영은 정용진을 응징의 대상으로 삼았다.

보수 진영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보수 강경층은 그를 다시 ‘멸공커피’의 상징으로 불러냈다. 스타벅스 매장 방문 인증샷이 쏟아졌다. 해시태그가 번졌다. 강성 보수 유튜버들은 그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포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권의 스타벅스 압박을 두고 “권력을 동원한 집단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정용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영은 그를 소비했다.

진보는 응징했다.

보수는 받았다.

그 사이에서 정용진의 이름은 커졌다.

원하지 않은 정치화였다.

그러나 이미 시작됐다.

■ 정주영의 전례, 정용진의 차이

정치화된 기업인의 전례가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다.

1992년 대선이었다. 그는 스스로 나섰다. 통일국민당을 창당했다. 현대라는 기업 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16.3%를 득표했다. 그러나 집권에는 실패했다.

그 장면은 한국 정치사에 선명하게 남았다.

기업인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돈과 조직만으로 정치는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 경영의 속도와 정치의 속도는 다르다. 시장은 실적을 묻지만, 정치는 감정과 진영과 명분을 동시에 묻는다.

정용진은 다르다.

그는 스스로 나서지 않았다. 정치 선언도 없다. 출마 의사도 없다. 정치 세력화를 말한 적도 없다.

그런데 진영이 먼저 그를 영웅 서사 안으로 밀어 넣고 있다.

스스로 나선 정치인보다 밀어 넣어진 상징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정주영은 선택했다.

정용진은 선택당하고 있다.

■ 세 가지 시나리오

지금 정용진 앞에는 세 갈래 길이 있다.

첫째, 침묵이다.

기업인으로 남는 길이다. 정치적 발언을 철저히 삼간다. 신세계그룹 경영에만 집중한다.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길도 쉽지 않다.

진영이 놓아주지 않으면 침묵은 좁아진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는 침묵을 동의로 읽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침묵을 비겁함으로 읽는다.

정치의 장에 한 번 호출된 이름은 쉽게 퇴장하지 못한다.

둘째, 선언이다.

보수 정치인으로 나서는 길이다. 정주영의 전철을 밟는 선택이다. 그러나 그 길은 위험하다. 기업인의 정치화는 양날의 검이다. 지지층은 만들어지지만 적도 늘어난다. 개인의 결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세계그룹 전체가 정치 리스크에 노출된다.

소비자는 고객에서 유권자로 바뀐다.

브랜드는 상품이 아니라 진영의 깃발로 읽힌다.

셋째, 거리 두기 속 역이용이다.

정치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성이 일부 소비층의 브랜드 호감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열어둔다. 직접 뛰어들지 않되, 자신에게 붙은 상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선 하나를 잘못 넘으면 기업은 곧바로 진영의 깃발이 된다. 정치적 호감은 매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치적 반감은 불매로 돌아올 수 있다.

정용진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거리다.

가까우면 타고, 멀면 잊힌다.

그 중간을 버티는 것이 가장 어렵다.

■ 보수의 공백, 정용진의 가능성

지금 한국 보수에는 공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차기 구심점 부재론이 반복되고 있다. 강한 상징을 원하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기존 정치권 밖에서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는 흐름도 있다.

그 공백 속에서 정용진의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봐야 한다.

정용진 본인의 출마 의사는 확인된 바 없다. 정치 행보를 시사한 공식 발언도 없다. 지금의 부상은 본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진영이 만든 것이다.

만들어진 정치인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진영의 필요가 사라지는 순간 소비도 끝난다. 오늘의 아이콘은 내일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오늘의 박수는 내일의 청구서가 될 수 있다.

정용진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은 하나다.

정치가 자신을 부를 때, 끝까지 기업인으로 남을 수 있는가.

■ 기업인의 시간은 끝났는가

탱크데이는 스타벅스의 실수였다.

그러나 한국 정치가 손을 댄 순간, 정용진의 이름은 더 커졌다.

이 장면이 아이러니다.

응징은 브랜드를 겨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웠다.

공격은 스타벅스를 향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정용진을 받았다.

비판은 기업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정치의 언어는 그를 진영의 상징으로 바꿨다.

이제 정용진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인으로 남을 것인가.

정치적 상징을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그 상징을 관리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한국 정치는 그를 주목할 것이다. 진보는 계속 두들길 것이다. 보수는 계속 기다릴 것이다. 그 사이에서 정용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정치는 적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시장은 상징을 만들었다.

때릴수록 커지는 이름이 있다.

지금 그 이름이 정용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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