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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후범죄국’에 배상 요구하는 네팔 청년들…“왜 우리가 고통을”

“이제 ‘대외 원조’라는 표현을 써선 안 됩니다. ‘기후 보상’, 아니 ‘배상’이라고 해야 합니다. 범죄를 네팔이 저지른 게 아닌데 우리가 고통받고 있으니까요.”

21일(현지시간) 히말라야 산맥 인근에 위치한 네팔 누와코트 지역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기부받은 옷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제 ‘대외 원조’라는 표현을 써선 안 됩니다. ‘기후 보상’, 아니 ‘배상’이라고 해야 합니다. 범죄를 네팔이 저지른 게 아닌데 우리가 고통받고 있으니까요.”

뉴욕타임스(NYT)는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은 네팔의 Z세대가 기후 재난 문제를 두고 전 세계 오염 유발국들에 맞서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타시 라솜(26)이 열한 살 때 히말라야 고지대의 계곡에 있던 빙하 호수가 범람했다. 라솜의 집은 물에 잠겼다. 지난해 또 다른 홍수가 마을을 휩쓸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은 탓이라고 했다.

지구 온난화는 라솜의 삶에 계속 위기를 불러왔고, 정치적 각성을 촉발시켰다. 1년 전 네팔 청년들이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일 당시 라솜은 다른 기후 운동가들과 함께 ‘Z세대 혁명’의 최전선에 섰다.

올봄 네팔에선 청년들이 주도하는 새 정부가 탄생했다. 지난달 빙하 붕괴로 또 큰 홍수가 발생하자 청년들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라솜을 비롯한 청년 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국가들이 이 재해에 대해 네팔에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지난달 대홍수 이후 네팔 정부는 기후 정의를 국제 무대에서 내세우는 핵심 슬로건으로 삼았다”며 “36세의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이번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선다. 기후 관련 재해로 불균형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저개발국들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선진국들이 부담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를 선거에서 이기게 해 준 건 Z세대 젊은이들이다. 기후 변화는 무엇보다도 이들의 문제”라며 “우리는 네팔 청년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파슈파티나트 사원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홍수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네팔은 11년 전 지진 당시 받은 국제 원조 대출금을 여전히 갚고 있다. 이번 홍수 피해 복구 및 재건에 필요한 초기 비용은 47억4000만 달러(약 6조4412억원)로 추산된다. 올해 네팔 정부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위한 유엔 특별 기금으로 약 2000만 달러를 잠정 배정받았지만 홍수 이후 요청한 긴급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NYT는 “미국 같은 국가들의 기부를 기대하며 2023년에 설립된 유엔 특별 기금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지원 요청은 쇄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초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두 번째로 탈퇴했다. 기타 차우다리 네팔 환경부 장관은 “미국이 어떤 합의도 거절하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것이 전 세계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이며, 네팔이 국제 무대에 나서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네팔 야당 소속 기술 정책 연구원인 프라크리티 바타라이 바스넷(28)은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홍수가 발생하고 나흘이 지난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바스넷은 “우리 네팔 국민은 이제 동정 어린 위로 영상 같은 건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당신들’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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