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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혁신으로 국산화 선도하는 '한국가스공사' 기자재 국산화율 87% ...

기술이 IT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LNG가 기화할 때 발생하는 차가운 에너지, 즉 '냉열'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의 냉방 효율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국내 최초로...

[기획] 혁신으로 국산화 선도하는 '한국가스공사' 기자재 국산화율 87% ...

한국가스공사의 기자재 국산화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사진은 당진기지 건설현장)

[가스신문 = 유재준 기자]  1986년 평택생산기지 준공 당시, 가스공사의 기자재 국산화율은 15%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핵심 설비를 프랑스·일본 등 해외 기업들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가스공사의 국산화율은 87%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한층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가스공사의 기자재 국산화 사업은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초, 가스공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외산 기자재에만 의존하던 관행을 깨고 혁신을 통해 국산화 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첫 도전은 핵심 기자재인 가스필터와 가스히터였다.

원일 T&I라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시작한 이 도전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현재 가스공사가 설비에 활용 중인 가스필터의 95%, 가스히터의 79%가 국산 제품이다. 원일 T&I는 해당 제품들을 싱가포르, 요르단, 알제리 등의 국가에 수출하기도 했다.

또한, 가스공사와의 납품실적을 기반으로 역량을 쌓은 원일 T&I는 재액화기, 연소식 기화기(SCV) 등 가스분야 주요 설비들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해외 주요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다량 수출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성공은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다. 가스공사는 1996년 초저온 피팅류, 2002년 초저온 밸브류, 2014년 멤브레인 탱크, 2019년 공기식 기화기 등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중소기업과의 끈끈한 협력이 이러한 성과를 가능케 했다.

대구에서 국산화 본격화

2014년 대구로 이전한 가스공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성과 중 하나는 지역 기업들과 이뤄낸 대구경 볼밸브 국산화다. 대구경 볼밸브는 천연가스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핵심 설비로 전수 외산 기자재에 의존했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화성밸브, 금강밸브 등 대구 소재 지역기업들과 함께 도전에 나섰고, 수년간의 실증시험 끝에 결국 결실을 맺었다. 그 결과 국산 볼밸브 구매 비중이 2020년 3.1%에서 2024년 64.9%로 급증했고, 5년간 외산 대신 국산 볼밸브 구매를 통해 11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했다.

이러한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가스공사는 자사 시설을 테스트베드로 개방하고, 기술 컨설팅과 정비 인력을 지원하는 등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해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기업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소기업과 성공 스토리 일궈

가스공사와 성일에스아이엠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의 꾸준한 기술 협력을 통해 26인치 천연가스 정압설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정압 설비는 수요처로의 가스 공급을 위해 천연가스 압력을 제어하는 공급관리소의 핵심 설비다. 이번 국산화로 외산 대비 조달 금액은 40%, 조달 기간은 33%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인치, 4인치 정압설비로 개발 분야를 확대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가스공사의 꾸준한 기자재 국산화 노력은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4년에 한일하이테크는 초저온 볼 베어링 국산화에 성공한 이후 과거 평균 매출액의 50%가 넘는 추가 매출을 기록했으며, 한국씰시스템은 초저온펌프 정비부품 4종 국산화에 성공해 외산 대비 64%의 조달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샘찬에너지는 수소충전소 충전노즐 국산화에 성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외산 대비 38%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 LNG기지 내 공급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K-테스트베드로 중소기업 혁신

영하 162도의 초저온 LNG를 다루는 LNG 터미널에서 ‘펌프’는 우리 몸의 심장과 같은 핵심 설비다. 하지만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어 그동안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외산 독점 구조를 깨고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와 국내 강소기업이 협력하여 ‘초저온 K-LNG 펌프’ 국산화에 성공하며 기술 자립의 쾌거를 이뤘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초저온 펌프 시제품을 설계·제작할 기술력을 갖추고도, 실제 현장에서의 운전 실적(Track Record)이 없어 시장 진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펌프 고장이 곧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 사용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택 LNG 기지를 과감하게 개방했다. 정부의 ‘K-테스트베드’ 정책과 연계하여, 기업이 개발한 펌프를 실제 운영 중인 설비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실패 시 계통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내부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쓴 결단이었다.

가스공사와 협력기업인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지난 2023년 약 6개월간 평택기지에서 240회에 달하는 가동 및 정지 테스트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절연 불량 등의 결함을 가스공사의 정비 노하우로 즉각 개선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최종 성능 평가 결과, 유량, 양정, 진동 등 모든 항목에서 ‘매우 양호’ 판정을 받으며 외산 제품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선급(KR)과 한국기계연구원 등 공인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객관적인 신뢰성도 확보했다.

국산화 성공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1기당 약 12억 원이던 외산 펌프 대비 국산 제품은 9억 6,000만원으로 약 2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20개월이나 걸리던 조달 기간을 12개월로 대폭 단축하여,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시에도 안정적인 설비 운영이 가능해졌다.

가스공사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32년까지 국내 신규 LNG탱크 건설 및 노후 펌프 교체 수요를 통해 약 470억 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인도네시아 등 해외 LNG 터미널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도전은 계속된다. 대부분의 설비 국산화가 완료되고 신규 LNG 시설의 증설 규모가 과거보다 축소됨에 따라, 가스공사는 이제 부품 국산화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부품 국산화 대상 품목 1,346개 중 766개의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특히 펌프나 압축기 등 회전기계 유지보수에 필요한 정비부품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수소충전소 충전 노즐 등 핵심 품목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수소·벙커링·냉열 등 가스공사가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에서도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40년 전 15%에 불과했던 국산화율이 87%까지 올라온 것은 중소기업과 함께 이뤄낸 기적”이라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공사례]  버리는 ‘냉기’로 AI 데이터센터 ‘열기’ 잡아

항만법 규제 혁신으로 국내 최초 LNG냉열 활용

전력 소모 감축으로 가스요금 인하 기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뜨거워지는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Cooling)’ 기술이 IT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LNG가 기화할 때 발생하는 차가운 에너지, 즉 ‘냉열’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의 냉방 효율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국내 최초로 사업화했다.

당초 가스공사와 한국초저온인천은 인천신항 배후단지에 저온 물류센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천 지역 물류센터의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치솟으며 사업성이 악화되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주목한 것이 바로 ‘데이터센터’였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되며 막대한 열을 내뿜기 때문에,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40%를 냉방에 사용한다. 가스공사는 -162℃의 초저온 상태인 LNG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데이터센터 냉방에 들어가는 전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정책과 ‘탄소중립’ 목표에도 부합하는 최적의 솔루션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 현행 ‘항만법’상 항만배후단지에는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항만지원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가스공사는 인천항만공사(IPA), 민간 사업자와 협의체를 구성하여 규제 개선에 나섰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을 끈질기게 설득하며, LNG 냉열을 활용한 데이터센터가 항만 기능 지원과 친환경 정책에 필수적임을 피력했다. 그 결과, 2025년 4월 ‘항만법 시행규칙’ 개정을 이끌어내며 데이터센터가 항만지원시설에 포함되는 쾌거를 이뤘다. 불가능해 보였던 규제의 빗장이 풀린 순간이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탄생한 국내 1호 ‘LNG 냉열 데이터센터’는 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다. LNG 냉열을 활용함으로써 가스공사는 연간 약 7,6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데이터센터는 냉방 비용의 50~70% 절감이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이번 사업을 통해 냉열 판매에 따른 신규 수익과 LNG 기화에 들어가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가스공사는 이러한 수익과 비용 절감분을 도시가스 요금 인하 재원으로 활용하여 국민 편익 증진에 기여할 계획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사장될 뻔한 미활용 에너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라며, “인천에서의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통영 등 타 지역 생산기지로 사업을 확대하여 지역 균형 발전과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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