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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크래프톤 '눈마새'로 콘솔 도전… 붉은사막 400만장 이을까

싱글플레이어 전용 완결형 서사를 지향하고, 생성형 AI는 서사 제작에 사용하지 않는다. ■ 연이은 신작... 같은 PUBG IP 확장작인 블랙 버짓도 작년 12월 클로즈 알파에서 '불안정한 게임 안정성', '특이점 없는 AI...

[기획] 크래프톤 '눈마새'로 콘솔 도전… 붉은사막 400만장 이을까

붉은사막 '혹평→역주행'으로 K-콘솔 대작 가능성 증명

크래프톤, 100만부 원작 IP로 글로벌 콘솔 시장 도전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출시 12일 만에 400만장을 팔며 한국 게임사 콘솔 패키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모바일 중심이던 K-게임이 글로벌 콘솔 AAA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첫 사례다. 다음 타자로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윈드리스'가 대기 중이다. 국내 누적 100만부를 넘긴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원작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RPG다.

■ 붉은사막이 연 길

붉은사막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출시 직후 스팀 유저 평가는 '복합적'에 머물렀다. 긍정 비율이 40%에도 못 미쳤다. 메타크리틱 78점은 시장 기대치였던 80점대 후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분위기가 바뀐 건 3일 뒤다. 펄어비스가 지난달 23일 대규모 패치로 조작감·UI를 손보자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으로 올랐다. 같은 달 29일 추가 패치 이후 '매우 긍정적'(80%)까지 뛰었고, 동접은 27만6000명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출시 12일 만에 400만장. 배틀그라운드가 16일 걸려 100만장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 속도다.

핵심은 빠른 피드백 대응이었다. 혹평을 뒤집은 건 게임 자체의 완성도보다 출시 후 대응 속도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공식은 뒤따르는 K-콘솔 대작에도 유효하다.

■ 100만부 소설의 무게

크래프톤이 꺼내든 카드는 '눈물을 마시는 새'다. 2003년 출간된 이영도 작가의 장편 판타지 소설로, 국내 누적 100만부를 넘겼다. 인간·레콘·나가·도깨비 4개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관에 씨름·윷놀이 등 한국 고유의 문화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해외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31일 프랑스 최고 권위 SF·판타지 문학상 '그랑 프리 드 리마지네르' 외국 소설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이름을 올렸다. 1974년 제정된 이 상은 영미권의 '휴고상'과 함께 장르문학 최고 권위로 꼽힌다. 프랑스어판 1권은 출간 4개월 만에 2만부가 나갔고, 독일에선 4권 완간 첫해 5만부를 찍었다. 스페인어판은 남미 주요 국가 서점에서 인기 순위에 올랐다. 현재 17개 언어·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이 진행 중이며, 영문판은 오는 6월 미국·영국에서 출간된다.

IP 파워가 강력하다는 건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위쳐 3는 원작 소설의 뒷이야기로, 호그와트 레거시는 해리포터 100년 전 프리퀄로 성공했다. 공통점은 원작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세계관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원작 팬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이 IP를 가지고도 못했다"는 역풍이 붉은사막보다 더 거세질 수 있다.

이미 팬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이 시작됐다. 4대 종족 중 플레이 가능한 건 레콘뿐이고, 인간·나가·도깨비로는 플레이할 수 없다. "눈마새 IP를 쓸 필요가 있었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100만부짜리 소설의 무게는 그만큼 무겁다.

■ 소설을 옮기지 않는다 — 1500년 전의 계산

개발은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가 주도하고 판교 크래프톤 팀이 협력하는 구조다. 원작 본편이 아닌 1500년 전 '제1차 대확장 전쟁' 시점을 다룬다. 주인공은 아라짓 왕국 건국 시조 '영웅왕'이다. 올 2월 소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첫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개발진은 이 설정을 의도적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원작의 탄탄한 줄거리를 따라가는 안전한 길 대신 1500년 전을 택한 이유는 '창작의 자유'와 '세계관의 확장'"이라며 "완결된 소설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면 플레이 자유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설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관 안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전설을 직접 써 내려가길 원했다"는 게 핵심 비전이다.

게임은 비선형 서사 구조를 채택했다. 플레이어의 동맹 체결·영토 점령 결정이 세계 상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자체 개발한 매스 테크놀로지로 수천 단위 병력이 실시간으로 부딪히는 대규모 전장을 구현했으며, 언리얼 엔진 5 기반이다. 싱글플레이어 전용 완결형 서사를 지향하고, 생성형 AI는 서사 제작에 사용하지 않는다.

■ 연이은 신작 부진… 시험대 오른 개발력

크래프톤의 신작 개발 이력이 불안 요소다. PUBG IP를 달고 나온 블라인드스팟은 지난 2월 5일 얼리액세스 출시 53일 만인 지난달 30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최고 동접 3251명에서 종료 시점 148명까지 떨어졌고, 정식 출시조차 이루지 못했다.

같은 PUBG IP 확장작인 블랙 버짓도 작년 12월 클로즈 알파에서 '불안정한 게임 안정성', '특이점 없는 AI', '불확실한 방향성'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비PUBG 신작도 사정은 비슷하다. 어비스 오브 던전(구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IP 분쟁 속에 정식 출시 없이 서비스를 접었고, 엘리온은 출시 2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PUBG 하나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출시일도 확정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2026년 이후"라고만 밝혔고, 지난 2월 트레일러 공개 때도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2027년 출시를 유력하게 본다.

개발 규모도 변수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 인력은 70명을 넘어섰지만, AAA급 게임 개발에 통상 수백 명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소규모다.

윈드리스는 PUBG의 그늘을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IP 기반 콘솔 대작이다. 붉은사막이 기민한 사후 대응으로 혹평을 뒤집었듯, 크래프톤 역시 출시 후 대응력으로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오늘경제 이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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