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로그인 정보로 계좌 접속
지시없는 AI 독자거래 차단 난항
특정 은행 대규모 자금이탈 우려
책임소재 모호… 권한제한 검토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미국 대형 은행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무단 금융거래와 이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에 대비해 보안 대책 마련에 나섰다.
25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최근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로그인 정보로 계좌에 접속해 승인되지 않은 활동까지 시도하는 사례를 포착하고 계좌 접근을 차단하는 등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고객들이 금융 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AI 에이전트에 계좌 로그인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로그인 정보로 계좌에 접속하면 은행은 실제 고객이 접속한 것인지 AI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AI가 고객의 지시 없이 금융거래를 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막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은행권에서는 보안 검증을 거치지 않은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로그인 정보로 계좌에 접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는 고객의 승인 없이 은행 고객센터에 연락해 불만을 제기하는 등 독자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여러 은행의 예금 금리를 비교해 유리한 상품을 찾고 계좌 이체 권한이 있으면 기존 예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을 이동시킬 경우 특정 은행에서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AI 에이전트 확산에 따른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당신을 대신해 올바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AI를 막을 수는 없으니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거리 표지판. AP=연합뉴스
미국 금융당국도 AI 에이전트에 금융거래를 맡기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래비스 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최근 “소비자들이 다른 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은 매우 쉬워졌다”며 “다만 예금자들이 자금 이동에 대한 결정권을 AI 에이전트에 얼마나 맡길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은행들은 외부 AI 에이전트의 계좌 접근을 제한하는 한편, AI가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의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대신 은행이 별도로 접근 권한을 부여해 계좌 잔액이나 거래 내역은 조회할 수 있도록 하되, 자금 이체 등 금융거래는 제한하는 식이다.
JP모건 측은 고객들에게 AI 에이전트 등 외부 서비스에 계좌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JP모건 관계자는 “비밀번호는 누구와도, 어떤 것과도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소비자들에게 강조했다.
AI 에이전트가 금융거래 과정에서 손실을 일으킬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도 쟁점이다. 금융기술 기업 알파카의 요시 요코카와 공동창업자 겸 CEO는 “AI 에이전트가 통제를 벗어나 범죄 행위를 하거나 부적절한 거래로 손실을 내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은행들은 현재까지 AI 에이전트의 무단 행동으로 인해 고객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거나 계좌가 해킹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이와 별개로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에도 대비하고 있다. AI가 금융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고객 계좌를 보호하고, 금융 서비스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보안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앤트로픽이 개발한 AI 모델 ‘미토스’의 초기 시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토스는 소프트웨어와 전산망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춘 AI 모델로, 은행들은 이를 활용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보안 체계를 점검했다.
은행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시나리오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더라도 계좌를 보호하고 고객들의 불안을 줄이는 한편, 금융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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