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점유율 50%… 엔비디아 'Rubin'까지 장악
AI 생성 이미지. 코스피 8,000 시대를 배경으로 AI 반도체·방산·원전·전력 인프라 산업이 한국 증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서울 도심과 한국거래소, 상승 그래프, 첨단 산업 이미지를 결합해 한국 산업 구조 재편과 글로벌 위상 강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공감신문] 신선미 기자=코스피 8000시대를 떠받치는 산업 지형도가 근본부터 달라졌다. 과거 반도체·자동차 양대 축에 의존하던 한국 증시는 'AI 반도체·방산·원전·전력 인프라'라는 신성장 4대 엔진이 동시에 가동되는 구조로 재편됐다. 단순 지수 상승을 넘어 한국 산업의 글로벌 위상 자체가 재평가받는 변곡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구성은 1년 새 빠르게 재편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톱이 시총 1·2위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두산에너빌리티·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 등 신성장 기업들이 시총 상위 20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코스피 8000 돌파는 이들 4대 엔진이 동시 점화한 결과로 평가된다.
AI 반도체 ― HBM 슈퍼사이클이 만든 250조 잭팟
첫 번째 엔진은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한국이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분야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HBM 시장 점유율 61%로 1위를 차지했고, 2026년에도 매출 기준 점유율 50%로 선두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2026년 매출 24조원, 시장 점유율 29%까지 회복할 것으로 추산된다. UBS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Rubin' 플랫폼에 탑재될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약 70%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전망은 더 폭발적이다. 노무라증권은 2026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133조 4000억원, SK하이닉스를 99조원으로 제시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 151조 2000억원, KB증권은 삼성전자 145조원·SK하이닉스 115조원을 전망했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원에서 최대 2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2026년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530억~580억 달러로 추산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97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부문은 30%대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K-반도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구조다.
K-방산 ― 수주잔고 120조 시대, 글로벌 빅4 진입
두 번째 엔진은 K-방산이다. 단순한 테마주에서 실적 기반의 구조적 성장주로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 빅4의 합산 수주잔고는 120조원을 돌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 수주잔고가 37조 2000억원, KAI가 27조 3437억원, LIG넥스원이 26조원,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이 10조 5181억원이다. 향후 4~5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지난해 빅4 합산 매출은 40조 4526억원, 영업이익은 4조 632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9.5%, 영업이익은 74.6% 급증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K2 전차 수출 효과로 창사 이후 첫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26년 K-방산 수출 규모는 377억 달러(약 56조 6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DB금융증권은 2026년 기대 수출 수주가 2025년 대비 3.7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퀀텀점프의 해'로 규정했다. 기업별 기대 수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3조 3000억원, 현대로템 23조 2000억원, KAI 6조 5000억원, LIG넥스원 3조 6000억원 규모다.
수주 파이프라인도 두텁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0조원 규모 K-9 자주포·레드백 패키지, 폴란드 K2 전차 3차 이행계약, 루마니아 4조원 규모 보병전투장갑차 사업, 페루·이라크 전차 수출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KF-21 보라매가 하반기 본격 양산에 진입하면 4.5세대 전투기 수출 시장(57조~70조원 규모)의 핵심 카드가 된다.
원전 르네상스 ― AI 전력난이 부른 K-원전 파운드리
세 번째 엔진은 원전이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글로벌 원전 산업을 부활시키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K-원전 파운드리로 떠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 수주잔고는 2026년 30조원, 2027년 4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에서만 NSSS 4조 9000억원, 터빈발전기 7000억원 등 총 5조 6000억원을 수주했다. 당초 예상치 3조 8000억원을 47% 웃도는 규모다.
소형모듈원전(SMR)에서도 글로벌 파운드리 지위를 확보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 글로벌 선두 SMR 개발사들의 핵심 주기기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30년까지 SMR 수주 28조원이 목표다. 경남 창원에 8068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 SMR 전용 공장을 짓고 있으며, 완공 시 연간 20기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차세대 원전 인허가 규정 'Part 53'을 본격 시행했다. 인허가 기간 단축으로 SMR 발주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원전 르네상스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원전 시공을 담당하는 현대건설도 동반 수혜주로 부상했다. 키움증권은 현대건설이 2030년까지 원전 부문에서만 5조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인프라 ― 네 번째 엔진의 부상
네 번째 엔진은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 인프라다.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가 글로벌 변압기 슈퍼사이클의 핵심 수혜주로 떠올랐다.
효성중공업의 2026년 1분기 수주액은 4조 1700억원으로 시장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미국 비중이 77%에 달한다. 중공업 사업 수주잔고 중 미국 비중은 2025년 말 45%에서 2026년 1분기 53%로 확대됐다. 765kV 초고압 변압기, 가스절연 개폐장치(GIS), AI 데이터센터용 SST(고체상태 변압기)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이 강점이다. 효성중공업의 2026년 매출은 7조 2200억원(+21%), 영업이익은 1조 710억원(+43%)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로봇, 바이오시밀러, 우주항공, 양자컴퓨팅 등 신흥 성장주들이 코스닥과 중형주 영역에서 새로운 주도 섹터를 형성하고 있다. 외국인이 반도체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이들 차세대 주도주로 흘러들어가는 '손바뀜'이 진행 중이다.
K-산업의 구조적 재평가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8000 돌파가 4대 엔진의 동시 점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일 산업 사이클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서로 다른 시장 사이클을 가진 4개 성장 축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증시의 회복탄력성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AI 반도체는 글로벌 빅사이클, 방산은 지정학 리스크 기반의 장기 수주, 원전은 AI 전력 수요와 결합된 르네상스, 전력 인프라는 미국 그리드 노후화에서 출발한 구조적 수요"라며 "네 축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한 축이 흔들려도 전체 증시가 무너지지 않는 안전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산업정책 고위 관계자는 "한국 산업이 반도체·자동차 양대 축에서 4대 엔진 체제로 다변화되는 과정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2000년대 IT 강국 도약에 버금가는 산업 구조 고도화"라며 "코스피 8000은 산업 체질 변화가 자본시장에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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