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신기술 시스템, 주요 건설사 ‘기본 패키지’처럼 제시
입주 이후에도 꾸준한 고정비 발생하고 서비스 유료전환 되기도
“소비자 눈높이 맞추기 위한 신기술 도입 어쩔 수 없지만 선택권 줘야”
압구정3구역 홍보관에 배치된 수요응답교통(DRT) 무인셔틀. 사진=현대건설 제공
매일일보 = 김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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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분양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경이나 커뮤니티보다 건설사들의 ‘신기술’이다. 세대별 월패드와 전용 앱 하나로 조명·난방·가전을 제어하고, 음성인식 스피커 연동으로 “불 꺼줘, 난방 낮춰줘” 같은 명령을 수행하는 시스템은 이제 상급지 하이엔드 아파트를 넘어 일반 분양 단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건설사 신기술 적용에 대한 비용 논란 또한 제기되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앞에 위치한 압구정3구역 홍보관에서 미래 주거 기술들을 선보였다. 입주민 전용 개인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DRT(수요응답교통) 무인 셔틀부터 주차장과 단지 곳곳을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SPOT 안전 서비스 로봇, 음식과 짐을 옮기고 분리수거를 하는 일까지 대신하는 모베드 등 향후 압구정3구역에 전격 도입될 신기술들이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최근 입주하는 신축 단지에서는 얼굴인식 출입과 AI CC(폐쇄회로)TV, 순찰·주차 단속·이상음원 탐지 기능을 갖춘 경비 로봇, 단지 내 배송을 맡는 택배·배달 로봇, 차량번호 인식 기반 스마트 주차·전기차 충전 예약 시스템 등이 주요 건설사의 ‘기본 패키지’처럼 제시된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입주 2년 만에 커뮤니티 출입구에 안면인식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했고, 인근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도 안면인식 출입관리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에서 음식 배달 로봇을 실증한 뒤, 배달 플랫폼과 연계해 세대 현관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본격 상시 운영에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래 아파트’지만, 정비업계 안에서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돈”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AI 월패드·서버, 단지 통합 관제 시스템, 스마트 주차·EV 충전 설비, 로봇 도입·운영비까지 묶으면 단지 규모에 따라 초기 설치비만 수십~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통신료, 관제 인건비, 장비 유지보수비까지 더하면 입주 이후에도 꾸준한 고정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비용이 조합·입주민 눈에 명확히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 제안 프레젠테이션과 조감도에는 AI·로봇 기술이 전면에 나오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공사비 포함’ 몇 줄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첨단 설비에 얼마를 배정했고, 어디에 어떻게 녹여 넣었는지 항목별로 입주민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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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플랫폼 성격의 설비는 교체 주기가 짧다는 점도 입주민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서버·네트워크 장비는 5~7년, 통합 관제·스마트홈 소프트웨어는 운영체제 변화와 보안 환경에 맞춰 대규모 업데이트를 전제로 해야 한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스마트홈’ 앱은 수도권과 지방 일부 단지에서 입주 3~5년 차에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앱 접속 시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뜨며 제어 기능이 먹통이 됐고, 원인은 단지 서버 인증서 미갱신으로 드러났다. 기술 자체보다는 운영·유지 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입주민 불편으로 이어진 사례다.
스마트홈 앱에 대한 입주민 불만도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 일부 신축 단지에서는 난방을 원격으로 켜려 해도 앱 접속이 지연되거나, 조명을 끄기 위해 앱을 열었다가 로그인 오류와 무한 로딩에 시달리는 사례도 목격됐다.
로봇 설비도 사정은 비슷하다. 분양 단계에서는 ‘택배·청소 로봇 무료 운영’이 강조됐지만, 일정 기간 이후에는 유지보수 계약과 서비스 요금이 붙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로봇 본체의 내구연한은 5~10년 수준이고, 배터리·센서·바퀴 같은 부품은 수시로 교체해야 되기 때문에 실제 가동률이 높지 않은데도 매달 고정 유지비가 나가는 상황이 되면 “보여주기용 설비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소지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의 첨단 기술 도입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비용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와 관행을 손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날이 갈수록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신기술 도입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향후에는 기술 도입 여부를 입주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 구조를 세분화하고, 장기수선계획에 반영되는 항목은 분양 공고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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