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바이오텍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출처=구글]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인상하면서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향후 물가와 경기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오텍 업계는 단순히 이번 금리 인상 뿐만 아니라 향후 장기적인 금리 상승 흐름이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에 기업공개 시장까지 냉각 우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 입장에선 예금이나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바이오텍과 같은 고위험 자산에는 투자금이 보수적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신약 개발 기업은 임상 단계가 낮을수록 실제 매출 발생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들은 단순한 기술력뿐 아니라 보유 현금과 향후 자금 조달 계획을 함께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부담이다. 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질 경우 희망 공모가를 낮추거나 상장 일정을 늦춰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신규 자금 유입 시점을 늦추고 기존 투자자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한 은행 대출이나 기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진다. 매출이 충분하지 않은 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에 더해 금융비용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결국 바이오텍에는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뿐 아니라 다음 자금조달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관련 이미지. [출처=오픈AI]
◆파이프라인 구조조정…기업가치 하락에 인수합병 가능성도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바이오텍의 기술수출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임상 후기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한 뒤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비임상이나 임상 1상 등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바이오텍에는 기술수출이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다음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생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파이프라인 구조조정을 통해 임상 성공 가능성과 시장성이 높은 핵심 후보물질에만 자원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은 바이오텍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은 현재의 매출보다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할인율이 높아지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가 낮아져 기업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금 여력이 충분한 대형 제약사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금난을 겪는 바이오텍의 기업가치가 낮아질 경우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을 과거보다 낮은 가격에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단순한 기술수출뿐 아니라 전략적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도 확대될 수 있다.
이에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할수록 바이오 산업 내 옥석 가리기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기술력을 보유했더라도 자금 조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상 중단이나 사업 축소에 직면할 수 있는 반면, 현금과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기업은 오히려 시장 재편 과정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환경에서는 기술력만으로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현금 흐름과 자금 조달 계획을 기반으로 핵심 파이프라인을 선별하고 기술수출이나 전략적 투자 등을 통해 개발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