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자수첩] 전쟁을 '수요'로 포장한 코스피 방어선은 '허상'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기자수첩] 전쟁을 '수요'로 포장한 코스피 방어선은 '허상'

외국인 30조 매도는 달러 이동 결과

개인 매수는 방어가 아닌 서사 베팅

증권가는 구조 대신 ‘뉴스 대응’ 반복

전쟁 비용을 ‘수요’로 둔갑 해석 실패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초반 5%대 급락해 출발, 원/달러 환율은 4.5원 오른 1,513.4원에 개장했다. /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수급 공방’이라는 프레임으로 설명되고 있다. 외국인은 공포에 팔고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서며 코스피를 방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공방이라기보다 글로벌 자금의 재배치에 가깝다.

30일 코스피가 장중 5% 가까이 빠진 것은 외국인이 한국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달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과 금리 변화로 위험자산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비중을 조정한 결과다. 전쟁은 계기였을 뿐 자금 이동을 결정한 핵심 변수는 통화와 금리였다.

외국인은 전쟁 발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30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도 50% 아래로 내려왔다. 증권가는 이를 전쟁 리스크에 따른 위험 회피로 설명하지만 글로벌 자금 이동을 단순히 지정학적 이벤트로 환원하는 해석은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뉴스보다 할인율이며, 할인율은 금리와 통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의 대규모 매수 역시 ‘지수 방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 개인은 가격 하락을 기회로 해석하고 매수에 나섰지만 이는 구조 변화를 반영한 투자라기보다 반등 기대에 기반한 테마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은 통화와 금리, 위험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반면 개인은 뉴스와 기대를 중심으로 매수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크다.

‘수급 공방’이란 착시 기원은 탐욕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수급 공방’이라는 프레임으로 묶는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펀더멘털 훼손보다 심리적 공포가 반영된 하락 구간”이라고 평가했고,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방·에너지 자립 관련 수요 확대를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설명이 구조 분석이라기보다 ‘테마 공급’에 가깝다는 점이다. 방산 지출, 에너지 자립 투자, 전력망 확충은 본질적으로 외생적 충격에 대한 대응 비용이다. 정상적인 경기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나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가격 신호에 따라 자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가 아니라,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지출이다.

그럼에도 이를 ‘수요’로 묶는 순간 왜곡이 발생한다. 비용 증가가 성장 동력으로 오인되고, 방어 수단이 투자 테마로 전환된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리스크 대응 구조를 성장 스토리로 착각하게 된다.

특히 이 프레임은 기업 가치 평가에서도 문제를 만든다. 비용 성격의 지출은 이익을 압박하는 요소인데, ‘수요 증가’로 해석되면 매출 확대 기대가 붙는다. 매출과 이익의 괴리가 커지는데도 밸류에이션은 유지되거나 상승 압력을 받는다. 해석 오류가 곧 가격 왜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오일쇼크 서사’와 정보 왜곡

최근 등장하는 ‘에너지 안보 수요 확대’나 ‘오일쇼크 수혜 업종’이라는 표현은 대표적인 단순화 사례다. 유가 상승은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변수인데, 일부 산업의 매출 증가 가능성만 강조되면서 전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축소된다.

오일쇼크는 산업 비용을 높이고 소비 여력을 줄이는 요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생산비와 물류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이는 기업 이익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결국 위험한 것은 전쟁 자체보다 전쟁을 해석하는 방식일 수 있다. 위기를 근거로 테마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정보는 단순화되고 투자 판단을 왜곡한다. 지금 코스피를 떠받치는 것은 수요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된 비용, 성장으로 번역된 방어, 그 위에 덧씌워진 투자 서사다. 증권가의 이야기 장사가 제어되지 않는 한 코스피 방어선은 허상에 불과하다.

☞ 오일쇼크(Oil Shock)

=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생산비·물류비·물가가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거시경제 충격을 의미한다. 1970년대 중동발 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제 변수로 보기보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소비하는 경향도 강하다. 특히 대외 갈등 국면에서 ‘외부 충격 → 국내 피해’를 강조하며 반미 이슈로 연결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 구조적 원인인 가격·환율·금리 문제는 축소되고 책임 소재를 외부로 돌리는 국민 통제가 강화되기 쉽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