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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법원 찾은 삼성의 호소…'제 살 깎기' 파업으로 '미래' 저당...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권을 놓고 글로벌 경쟁사와 피 말리는 초격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멈추는 것은 자멸 행위나 다름없다. 단 하루의 파업이라도 발생하면, 글로벌 고객사들은 '한국 생산...

[기자수첩] 법원 찾은 삼성의 호소…'제 살 깎기' 파업으로 '미래' 저당...

[뉴시안 = 최문수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16일 노동조합(이하 노조) 파업 예고에 맞서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조는 결국 내달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인데, 생산라인 등 주요 시설 점거로 인한 경영상 손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불가피한 조치다. 지난 1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같은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생산 공정이 중단되면 제품이 전량 폐기될 수밖에 없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필수적인 공정에 대해 제한적으로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이다.

위 상황을 종합하면,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 앞에 기업들이 사업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의 판단까지 구해야 하는 비상식적인 현실이 펼치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우려스러운 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두 심장인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시에 ‘노조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권을 놓고 글로벌 경쟁사와 피 말리는 초격차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라인을 멈추는 것은 자멸 행위나 다름없다. 단 하루의 파업이라도 발생하면, 글로벌 고객사들은 ‘한국 생산 기지는 공급망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미 확보한 물양을 즉각 해외 경쟁사로 돌릴 것이고, 이는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글로벌 시장 내 핵심 지위를 경쟁사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결과로 직결될 것이 자명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세포 해동부터 배양, 정제, 충전까지 일련의 연속 공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이 365일 24시간 멈추지 않는 이유다. 공정의 연속성이 단 한순간만 단절돼도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cGMP)에 따라 해당 제품은 변질될 것으로 규정돼 전량 폐기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수천억 원대의 피해가 불가피하기에, 사측의 가처분 신청은 단순한 임단협 대응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고객사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노조가 과연 이러한 산업적 특수성을 외면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눈앞의 임금 인상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이들의 파업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다. 노조의 요구대로 무리한 비용 지출이 이어지면 사업 구조는 악화되는 한편, 이는 곧 투자 위축과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수익 기반이 무너진 기업이 어떻게 임직원들에게 지속 가능한 보상을 약속할 수 있겠는가.

결국, 노조의 무리한 투쟁은 스스로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회사 경영의 건전성을 해치고 채용 여력마저 떨어뜨리는 ‘일자리 파괴’의 도화선이 될 뿐이다. ‘노동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생존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결코 ‘노동 존중’이 될 수 없으며, 기업과 구성원 모두를 공멸로 이끄는 무책임한 길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우리 고용 시장은 심각한 이중 구조에 갇혀 있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 인구는 매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기업 노조가 이미 충분히 높은 처우를 받으면서도, 산업 생태계 전체의 희생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모습은 청년들에게 노동 시장에 대한 깊은 좌절감을 심어줄 뿐이다. 또한,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인 행태가 지속될수록 고용 시장의 양극화는 고착화되고, 우리 사회의 역동성은 거세될 것이다.

노동자의 권익은 기업의 성장이 담보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노조는 이제라도 ‘기업이 흔들리면 노동자도 설 곳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고, 기업의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성숙한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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