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자수첩] 글로벌 AI 질주…나홀로 멈춰선 토종 PEF

글로벌 자본이 인공지능(AI) 혁명을 기회 삼아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사이 토종 사모펀드(PEF)는 여전히... 블랙록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GAIIP)'은 자본의 성격 변화를 상징한다. 초기...

[기자수첩] 글로벌 AI 질주…나홀로 멈춰선 토종 PEF

AI로 제작한 이미지.

글로벌 자본이 인공지능(AI) 혁명을 기회 삼아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사이 토종 사모펀드(PEF)는 여전히 과거의 잣대에 갇혀 있다. 글로벌 하우스들이 저만치 앞서나가는 동안 국내 업계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도태될 위기다. 글로벌 자본과 토종 하우스 사이의 격차는 생각보다 깊고 날카롭다.

블랙록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GAIIP)’은 자본의 성격 변화를 상징한다. 초기 300억 달러로 시작해 레버리지 포함 1000억 달러 규모를 지향하는 이 플랫폼은 특정 자산을 넘어 밸류체인 전체를 통합 투자한다. 미래 가치를 숫자로 치환하는 압도적 전문성이 독주 체제를 만든다.

반면 국내 하우스들의 AI 투자는 데이터센터나 전력 인프라 등 특정 자산에 편중된 비중을 보인다. 이는 기술 혁신 자체가 아닌 전통적인 인프라 금융의 연장선에 가깝다. 플랫폼과 생태계를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자본과 달리, 하드웨어 중심의 안정적 자산에만 시선이 머물며 글로벌 시장과의 속도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양상이다.

격차의 근저에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담보력 중심의 보수적인 가치평가 방식이 자리한다. 글로벌 하우스가 성장 배수와 기술 진입장벽을 실사에 적극 반영할 때 국내는 당장 눈에 보이는 현금흐름만 고집한다. 딥테크 기업의 시장 확장성(TAM)을 구조화할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혁신 딜의 높은 몸값을 감당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술 장벽을 넘을 전문 인력의 유무도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다. 오퍼레이팅 파트너나 최고기술책임자(CTO)급 고문을 적극 활용하는 글로벌 하우스와 달리 국내는 여전히 재무 전문가 중심이다. 기술을 모르니 혁신 딜의 위험 대비 수익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한다. 운용사의 실사 역량 한계는 결국 투자 기회 손실이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출자자(LP)의 보수성도 발목을 잡는다. 다만 이는 운용사 역량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의 성격상 트랙레코드 요구와 엄격한 규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혁신 기술 투자에 안정성 잣대만 들이대는 환경 속에서 운용사들이 과감한 베팅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본의 편식이 고착화되는 배경이다.

자본시장에서 투자 적기를 놓친 대가는 결국 미래 산업의 종속이다. 토종 하우스들이 전통 산업 재편에 안주하는 사이 AI 밸류체인의 핵심 주도권은 해외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자본이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딥테크 실사 역량을 내재화하고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벌어지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대형 출자기관의 유연한 시각 변화와 운용사의 전문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AI 혁명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 없이는 자본시장의 리더 자리를 지켜내기 어렵다. 이제는 단순한 자산 취득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읽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자본의 미래는 결국 혁신을 읽는 실력에서 결정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