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술패권의 새로운 규칙 ‘투자안보’ [율촌 기술안보리포트]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바이오와 같은 첨단기술이 군사력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좌우하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은 전략물자 수출통제뿐 아니라 기술이전, 공동연구, 인수합병, 심지어 인재이동까지 폭넓게 관리하는...

기술패권의 새로운 규칙 ‘투자안보’ [율촌 기술안보리포트]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
율촌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 공동센터장


기술 안보, 무기 확산을 넘어 경제로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국제사회는 핵확산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바로 원자력 기술통제이다. 핵물질과 관련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원자력공급국그룹(NSG)과 같은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운영해 왔다. 이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ustralia Group), 바세나르 체제(Wassenaar Arrangement)와 함께 이른바 ‘4대 수출통제 체제’를 이루며 국제 안보의 핵심 장치로 기능해 왔다.

수출통제는 더 이상 단순히 무기 확산을 막는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경제안보와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바이오와 같은 첨단기술이 군사력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좌우하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들은 전략물자 수출통제뿐 아니라 기술이전, 공동연구, 인수합병, 심지어 인재이동까지 폭넓게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영역이 바로 ‘투자안보’이다. 기술이 물품이나 설비 형태로 해외로 이전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자본의 이동 자체가 기술 확보의 수단이 되고 있다. 외국 기업이나 펀드가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핵심 기술에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의 이동이 곧 기술의 탈취가 된 시대
대표적인 제도가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인수나 투자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사하고, 필요할 경우 거래를 금지하거나 지분매각을 명령한다. 실제로 2021년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로드(Wise Road)가 한국의 OLED 구동칩 기업 매그나칩의 미국 모회사를 인수하려 했을 때 미 정부는 이 기업의 기술이 전략 산업과 연관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래를 무산시켰다. 한국기업의 기술이 중국 자본을 통해 이전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공급망 전략 속에서 안보 심사가 작동한 것이다.

[제미나이]최근에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보유한 게임 사업 지분과 관련해 안보 심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지분의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와 플랫폼 영향력이 국가안보와 연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은 수천만 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어, 중국 기업이 지분을 통해 미국 시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틱톡(TikTok)을 둘러싼 규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이용자 데이터가 외국 정부에 접근될 수 있다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틱톡의 미국 사업 구조를 재편하도록 요구했고, 결국 미국인이 다수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조정됐다.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와 지분 구조를 국가안보 관점에서 관리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형 투자 안보 체계와 기업의 대응
문제는 우리의 제도적 대응이다. 한국 역시 「산업기술보호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외국인투자 심의제도 등을 통해 일정 부분 기술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흐름을 고려할 때 체계적인 투자안보 심사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 전략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자본을 통한 기술 접근 가능성을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산업통상부도 외국인 투자에 대한 안보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의 CFIUS처럼 투자 거래 자체를 국가안보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기능의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중요한 리스크가 된다. 해외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 기술협력, 공동연구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수출통제와 투자안보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물자와 방산기술 통제, 국가핵심기술 보호, 외국인 투자심의 등 다양한 제도가 서로 연결되면서 규제 환경은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안정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법적 자문이 필수적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는 국가핵심기술 및 첨단전략기술 수출통제, 외국인투자 심의, 전략물자 규제, 방위산업기술 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의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수출통제와 투자안보가 결합되는 새로운 시대에서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전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 수출통제와 투자안보는 더 이상 외교나 군사 정책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그것은 기업 전략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율촌 기술안보리포트]에서는 율촌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 구성원들이 국가핵심 및 첨단전략기술의 수출 승인·신고, 기술 보유기관 인수·합병 등 기업 기술규제 리스크에 대한 혜안을 제시합니다.

손승우 고문은 기술보호, 국제통상 및 첨단 기술분야 전문가로 기업과 정부 부처에 정책 자문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