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자문회의서 한목소리
이재명 정부 1기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첫 공개 행사를 열고, 정부의 경제 안보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반도체·방산·조선·원전 등 핵심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자유무역 질서가 약화되고, 중동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글로벌 협상력을 끌어올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K-경제안보 전략과 핵심과제 공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국민경제자문회의
“AI 전환으로 산업 경쟁력 끌어올려야”
대통령 직속 경제 자문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5일 서울 종로 센트로폴리스에서 ‘K-경제 안보, 전략과 핵심 과제’를 주제로 공개 포럼을 열었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경제 안보를 첫 번째 화두로 꺼내 든 것은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서 더 이상 방어적인 전략으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부의장은 “강대국들의 공세에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다른 국가들과 협상할 때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전략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는 우리가 인공지능 전환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대체 불가능성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투자와 대외 거래와 관련해 경제적 수익성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안정성과 안보 협력 기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K-경제안보 전략과 핵심과제 공개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국민경제자문회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중동 전쟁 상황과 맞물려 산업·공급망 구조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안정된 국제 질서를 전제로 효율 중심의 산업·공급망 구조를 구축해 왔지만, 이는 위기 상황에서 취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속도뿐 아니라 지속성과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K방산의 경쟁력은 확인됐지만, 에너지와 원자재의 높은 대외 의존도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라며 “에너지 의존도를 분산하고 전략 자원의 비축·조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생산·물류 거점을 균형 있게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안보 콘트롤타워 강화돼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전략적 결절점’을 선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병제 경남대 석좌교수는 “첨단 반도체 제조는 한국과 대만이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메모리 분야는 한국이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방산·조선·원전 등에서도 유사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산업과 기술을 전략 자산으로 육성할지를 두고 국가가 설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경제안보 컨트롤타워 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K-경제안보 전략과 핵심과제 공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국민경제자문회의
우리가 강점이 있는 제조업 자체가 전략자산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준 산업연구원 센터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4대 전략 산업을 동시에 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각국 대사관을 중심으로 한국의 산업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수준도 대단히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국내 제조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전략적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 산업에 전력과 AI 인프라를 집중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보호주의 기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국이 바라는 제조업 재건의 필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서도 중국의 산업·기술 추격 속도를 늦추는 국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제조업 재건을 바라는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보다도 한국이 더 중요한 나라가 됐다”며 “제조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주요 국가들이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우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방산 협력국에서 석유와 핵심 광물을 조달한다”며 “방산을 자원 외교 협상에서 핵심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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