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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호르무즈는 누가 통제하는가? ‘봉쇄선언과 전략적 질서관리’…김태준의 美·이란戰 중계

2026년 7월 12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선박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며, 호르무즈는 이란이 관리하는 질서 아래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는 누가 통제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프롤로그: 봉쇄를 선언했다고 통제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2026년 7월 12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했다.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선박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며, 호르무즈는 이란이 관리하는 질서 아래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을 국제 항행의 자유와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아래 연속적인 군사행동을 실시했다. 오만과 국제사회 역시 새로운 항행관리 방안을 모색하며 중재에 나섰다. 호르무즈는 이제 단순한 해상분쟁의 현장을 넘어 국제질서를 둘러싼 전략적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봉쇄 자체에 있지 않다. 진정한 질문은 해협을 봉쇄했다고 해서 곧바로 통제권까지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가에 있다. 국제 해양질서에서 통제권은 일방적인 선언이나 군사적 압박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규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하며, 항행의 안전과 자유를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통제권은 현실에서 작동한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바로 이러한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란은 봉쇄를 선언하고 민간선박을 공격함으로써 해협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거부능력(Denial)’을 보여줬다. 반면 미국은 반복적인 군사행동과 해상작전을 통해 기존 항행질서를 유지하려 했고, 국제사회는 외교와 중재를 통해 질서의 균형을 회복하려 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력 경쟁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누가 설계하고 유지하며 집행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이었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 명예교수. 김태준 소장 제공

필자는 그동안 ‘전략적 종료신호(STS)’,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 ‘현장 집행전략(AFIB)’, 그리고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을 통해 현대 제한전쟁에서 국제질서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해 왔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이러한 개별 개념들을 하나의 전략체계로 통합하는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필요성을 보여준 최초의 실증 사례라 할 수 있다.

2026년 7월의 호르무즈는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가를 시험하는 공간이 아니다.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질서를 누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새로운 국제정치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호르무즈에서는 무엇이 일어났으며, 왜 봉쇄는 곧바로 통제권을 의미하지 않는 것일까. 이제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전개된 사실을 바탕으로 그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Ⅰ. 호르무즈에서는 실제 무엇이 일어났는가: 봉쇄선언과 반복되는 군사행동

2026년 7월 7일부터 12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6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가장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전개됐다.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과 미국의 연속 공습, 이란의 역내 미군 관련 시설에 대한 보복공격이 이어졌으며, 7월 11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 폐쇄를 공식 선언하면서 사태는 단순한 항행 방해를 넘어 국제 해양질서의 통제권을 둘러싼 대립으로 확대됐다.

미국과 이란의 공식 발표, 국제 해사기관의 경보, 주요 국제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로 전개됐다.

첫째,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이 현실화하면서 호르무즈의 항행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

7월 7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 3척이 공격을 받자 미국은 이를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즉각 공습을 재개했다. 이후 양측의 군사행동이 이어지면서 유조선 통항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지난 7월 11일 발생한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 M/V GFS 갤럭시(Galaxy)호 피격이었다. 선박은 기관실이 크게 파손되고 선원 1명이 실종됐으며, 미국은 이를 국제 항행의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반면 이란은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선박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호르무즈의 긴장이 국제 해상교통과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위협하는 단계로 확대됐음을 보여줬다.

둘째,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를 공식 선언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역내 군사개입이 종료될 때까지 해협을 폐쇄하고, 자국이 지정한 항로와 통항절차를 따르지 않는 선박에는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봉쇄 위협을 넘어 독자적인 항행질서를 무력으로 집행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봉쇄 선언 이후에도 해협의 통항은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다. 일부 상선은 계속 운항했고,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와 국제 해운업계는 오만 영해 쪽 항로 이용을 권고했다. 이는 이란이 해협 전체를 완전히 통제했다기보다 공격 가능성을 통해 항행을 제한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셋째, 미국은 연속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지난 7월 7일부터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으며, GFS 갤럭시호 피격 이후에는 제3차 대규모 보복공습을 실시했다. 미국은 이러한 군사행동의 목적이 이란을 전면적으로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선박을 공격하고 항행을 위협하는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 이란은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걸프지역의 미군 관련 시설을 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실시했다.

이란은 역내 미군기지와 군사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하고 추가 공습이 계속될 경우 보복을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공격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전과는 당시까지 독립적으로 모두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섯째, 국제사회의 관심은 핵협상에서 호르무즈의 항행질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자유로운 국제항행의 회복을 향후 핵협상 재개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으며, 오만은 새로운 항행관리 방안을 제안하며 중재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핵 문제를 넘어 해협의 운영과 항행 안전을 포함하는 구조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세 가지 현실을 보여줬다. 첫째, 이란은 민간선박 공격과 봉쇄 선언을 통해 해협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거부능력(Denial)’을 입증했다. 둘째, 미국은 반복적인 군사행동으로 기존 국제 항행질서를 유지하려 했지만 이란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셋째, 국제사회는 군사적 충돌 속에서도 새로운 항행관리체계를 모색하며 해협의 완전한 폐쇄를 방지하려 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적 보복전이 아니라 국제 해양질서를 둘러싼 경쟁이었다. 미국은 기존 국제규범과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려 했고, 이란은 연안국의 관리권과 주권을 주장했다. 결국 경쟁의 핵심은 누가 해협의 규칙을 정하고 지속적으로 집행할 것인가에 있었다.

그러나 봉쇄를 선언하고 선박의 통항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협의 통제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봉쇄는 상대방의 활동을 제한하는 거부능력인 반면, 통제는 예측 가능한 규칙과 안정적인 관리체계를 통해 항행의 안전과 자유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제기된다. 이란이 보여준 것은 과연 ‘통제권(Control)’이었는가, 아니면 ‘거부능력(Denial)’이었는가. 다음에서 이 두 개념의 본질적인 차이를 살펴본다.

봉쇄와 통제: 거부능력과 통제권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Ⅱ. 봉쇄와 통제는 왜 다른가: 거부능력(Denial)과 통제권(Control)의 차이

호르무즈 사태를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봉쇄(Blockade)’와 ‘통제(Control)’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데에 있다. 2026년 7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공식 선언하고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민간선박에 대한 군사행동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의 통제권까지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봉쇄와 통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봉쇄는 상대방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방해하는 거부행위이며, 통제는 일정한 공간에서 규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선박을 공격하거나 항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통제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에서 이란이 보여준 것은 강력한 ‘거부능력(Denial)’이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해협 폐쇄를 선언하고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한 선박을 공격했다. 실제로 GFS 갤럭시호 피격 이후 민간선박의 항로 변경과 운항 축소가 이어지면서 국제 해상교통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한 것이지 새로운 국제 항행질서를 구축한 것은 아니었다.

통제권(Control)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모든 선박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예측 가능한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그 규칙을 지속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셋째, 국제사회가 그 질서를 정당한 규범으로 인정해야 한다.

넷째, 항행의 안전과 자유가 지속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이러한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란은 봉쇄를 선언했지만 미국은 이를 국제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반복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했다. 오만은 새로운 항행관리 방안을 제시하며 중재를 계속했고, 국제 해운업계 역시 항로를 조정하며 기존 항행체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이란의 일방적인 봉쇄를 새로운 질서로 인정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란이 행사한 것은 통제(Control)가 아니라 거부(Denial)였다. 해협을 위험하게 만들고 상대방의 선택을 제한할 수는 있었지만,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질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거나 새로운 규칙을 정착시키지는 못했다.

반대로 미국의 대응 역시 단순한 보복공습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반복적인 공습과 해상작전은 이란을 응징하기보다 기존 항행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질서집행의 성격이 강했다. 즉, 이란은 거부능력을 통해 상대방의 선택을 제한하려 했고, 미국은 반복적인 질서집행을 통해 기존 국제규범을 유지하려 했다.

이처럼 현대 해양전략의 핵심 경쟁은 누가 바다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할 수 있는가에 있다. 호르무즈 사태는 이러한 질서집행이 일회성 군사행동을 넘어 지속적인 관리체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기존 ‘현장 집행전략(AFIB)’이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으로 발전하게 된 전략적 배경이기도 하다.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이 질서를 집행하는 전략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Ⅲ. CAFIB는 무엇을 집행하는가: 군사행동이 아니라 질서를 집행하는 전략

호르무즈 사태를 단순한 군사적 충돌로만 이해한다면 미국의 반복적인 군사행동은 보복작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특정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데에 있기보다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회복하고 기존 항행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있었다.

필자는 기존 연구에서 ‘AFIB(Active Force in Being)’를 이미 전개된 군사력이 최고통수권자의 전략적 결심과 동시에 국제질서를 즉시 집행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에서도 미국은 새로운 전력을 증원하기보다 이미 전개된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즉각 운용함으로써 AFIB의 특징을 보여줬다.

그러나 2026년 7월 호르무즈에서 전개된 군사행동은 AFIB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민간선박에 대한 공격이 반복되자 미국은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인 공습과 해상작전을 실시하며 항행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 했다. 질서를 한 번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가 흔들릴 때마다 반복적으로 개입해 기존 국제규범을 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AFIB는 CAFIB(Continuous Active Force in Being)로 발전한다. CAFIB는 이미 전개된 군사력이 정치적 결심에 따라 일회적으로 행동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질서를 지속적으로 집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운용되는 전략이다. 핵심은 군사력의 규모가 아니라 질서집행의 지속성과 반복성에 있다.

이번 호르무즈에서 미국이 집행한 것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었다. 민간선박이 공격받을 때마다 즉각 대응하고, 항행을 위협하는 군사능력을 반복적으로 억제하며 국제 해상교통로를 계속 개방하려 했다. 이는 군사력이 더 이상 적을 격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질서를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CAFIB가 집행하는 대상은 적국 자체가 아니라 국제질서이며, 그 목적은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규칙과 항행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CAFIB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전략이 아니라 ‘국제질서를 반복적으로 집행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사력만으로 질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군사적 집행은 질서를 유지하는 기반이며, 그 질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외교와 협상, 국제규범의 역할이다. 이러한 점에서 CAFIB는 질서를 완성하는 전략이 아니라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실행체계이며, 이는 다음 장에서 살펴볼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로 발전하는 핵심 연결고리가 된다.

호르무즈는 왜 핵보다 중요한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Ⅳ. 호르무즈는 왜 핵보다 중요한가: 자유항행이 핵협상의 선결조건이 된 이유

이번 호르무즈 사태가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핵 문제에서 해협의 항행질서로 빠르게 이동했다는 점이다. 이는 핵 문제의 중요성이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로운 항행이 확보되지 않으면 핵협상 자체도 진전될 수 없는 새로운 전략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핵시설 검증과 고농축우라늄 처리, 제재 완화가 핵심 의제였다. 그러나 2026년 7월 민간 상선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우선순위는 세계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이 단순한 지역 해협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와 해상물류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이 해협의 항행이 제한되는 순간 원유와 LNG 공급은 물론 국제 물류와 금융시장까지 즉각 영향을 받는다. 핵 문제가 특정 국가의 안보 문제라면, 호르무즈의 불안정은 세계경제와 국제질서 전체를 흔드는 문제로 확대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검증을 계속 요구하면서도 자유로운 국제항행의 회복을 핵협상 재개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호르무즈를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며 핵 프로그램과 해협 관리권을 하나의 협상구조로 연계하려 하고 있다.

결국 협상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핵 문제가 협상의 중심이고 호르무즈는 주변 변수였다면, 이제는 안정적인 항행질서가 핵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선결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유항행이 보장돼야 협상이 지속될 수 있으며, 협상이 지속돼야 해협의 안정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제한전쟁에서 군사력과 외교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사력은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협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며, 외교는 그 기반 위에서 질서를 제도화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다시 말해 군사행동과 협상은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전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2026년 7월의 호르무즈는 핵 문제보다 해양질서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국제 해양질서가 핵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전제조건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제 현대 국제정치의 핵심 과제는 핵 문제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질서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것인가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음 장에서 살펴볼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전략적 질서관리는 어떻게 완성되는가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Ⅴ. 전략적 질서관리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국제질서는 누가 집행하는가

호르무즈 사태는 현대 국제질서가 더 이상 전쟁과 평화라는 이분법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군사행동과 협상은 동시에 진행됐고, 긴장은 반복적으로 관리됐다. 이는 오늘날 국제질서가 선언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관리돼야 하는 대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필자가 제시해 온 ‘전략적 종료신호(STS)’,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 ‘현장 집행전략(AFIB)’,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을 하나의 전략체계로 통합할 필요성을 보여줬다. 그 상위 개념이 바로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이다.

‘전략적 질서관리’란 군사력과 외교, 국제규범, 협상, 억제를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통합해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질서를 지속적으로 설계하고 유지하며 집행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STS는 질서관리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은 정치적 결심과 국가행동을 연결한다. AFIB는 질서를 즉시 집행하는 능력이며, CAFIB는 그 질서를 반복적으로 유지하는 실행체계이다. 이들 개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질서관리’라는 하나의 상위 전략 안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전략적 질서관리’는 군사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군사력은 질서를 집행하고, 외교는 질서를 제도화하며, 국제규범은 질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제협력은 그 질서를 지속시킨다. 이 네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반복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전략적 질서관리가 완성된다.

2026년 7월의 호르무즈는 이러한 구조가 현실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였다. 이란은 봉쇄를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들려 했고, 미국은 반복적인 군사행동으로 기존 항행질서를 유지하려 했으며, 오만과 국제사회는 외교와 중재를 통해 새로운 균형을 모색했다. 국제질서는 어느 한 요소만으로 유지된 것이 아니라 군사력과 외교, 국제규범과 협력이 함께 작동하면서 관리됐다.

앞으로 국가 간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질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관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현대 제한전쟁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전략적 질서관리’의 성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통제권은 질서를 유지하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에 대한 설명도.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AI 그림

에필로그: 통제권은 선언이 아니라 질서를 유지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2026년 7월의 호르무즈 사태는 현대 국제질서가 어떻게 유지되고 집행되는지를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란은 해협 봉쇄를 선언하며 새로운 현실을 만들려 했고, 미국은 반복적인 군사행동을 통해 국제 항행의 자유와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 했다. 동시에 오만과 국제사회는 외교와 중재를 병행하며 새로운 균형을 모색했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다를 위험하게 만드는 능력과 바다를 통제하는 능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선박을 공격하고 항행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통제권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통제권은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규칙을 지속적으로 집행하고 항행의 안전과 자유를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호르무즈 사태는 ‘전략적 종료신호(STS)’, ‘전략적 리커플링(Strategic Re-coupling)’, ‘현장 집행전략(AFIB)’, ‘지속적 현장 집행전략(CAFIB)’이 ‘전략적 질서관리(Strategic Order Management)’라는 하나의 전략체계로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실증 사례였다. 현대 제한전쟁의 핵심은 군사적 승패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다.

결국 국제질서를 결정하는 것은 봉쇄를 선언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국가이다. 2026년 7월의 호르무즈는 이러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원칙이 현실에서 검증되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21세기 국제정치에서 진정한 통제권은 바다를 위험하게 만드는 능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수용하는 질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 바로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전략적 통제권이다.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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