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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한국형 핵잠 건조 예산, 특별회계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는 선언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완성은 지속적인 재정 지원에 달려 있다. 원자로와 선체를 개발하고 시험시설과 정비체계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바뀌고 군 지휘부가 교체돼도 사업을 이어갈 재정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내년도 정부 예산 핵잠 사업비 966억 원 반영 의미 있는 출발

10년 이상 내다보는 다부처 재정계획과 특별회계 설치 검토해야

핵잠사업 범정부 조정조직…정권 바뀌어도 사업 지속 재정 대안

대통령실서 외교와 연료, 안전규제와 산업정책, 장기 재정 조정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위한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경력지원 채용 포스터. 한화오션 제공

한국형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는 선언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완성은 지속적인 재정 지원에 달려 있다. 원자로와 선체를 개발하고 시험시설과 정비체계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바뀌고 군 지휘부가 교체돼도 사업을 이어갈 재정구조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핵잠의 건조 일정과 조선소를 논의하면서 정작 그 일정을 지탱할 특별회계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미국의 핵잠 개발사는 국가 지도부의 관심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52년 최초의 핵추진잠수함 노틸러스함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도 사업은 이어졌고, 1954년 진수식에서는 대통령 부인 매미 아이젠하워가 명명 의식을 맡았다. 핵잠 개발은 해군과 원자력 당국, 연구기관과 산업체의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국가사업이었다. 여기서 배울 것은 행사 참석 자체보다 정권을 넘어 기술과 재정 지원을 이어간 국가적 책임이다.

핵잠은 건조비만 비싼 무기가 아니다. 원자로 안전관리, 전문인력 양성, 정비시설, 핵연료와 사용후연료 관리, 퇴역 후 처리까지 비용이 발생한다. 보유국이 소수인 데에는 이러한 부담도 작용한다. 그러나 비용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전략적 효용까지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장기간 잠항하고 먼바다에서 작전을 지속하는 능력은 기존 디젤잠수함과 다른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봐야 한다. 북한이 공개한 건조 현장만으로 원자로의 완성도나 실전 운용능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핵무기 탑재 잠수함의 생존성과 보복능력을 높이려는 의도는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군사적 열세를 만회하려 했듯, 수중에서도 상대에게 큰 대응 부담을 강요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핵잠은 이러한 위협을 추적하고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의 핵타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은 한미가 수중 감시와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할 주요 배경이다. 미국은 지난해 한미 공동 설명자료에서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 승인과 연료 조달 협력 방침을 밝혔다. 이를 북한 위협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동맹의 수중 대응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문근식 교수 제공

핵잠의 비용 대비 효과는 함정 한 척의 가격으로만 계산할 수 없다. 적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상대의 작전 자유를 제한하며, 위기 때 다양한 대응수단을 제공하는 효과까지 평가해야 한다. 물론 핵잠만 확보한다고 해서 모든 수중 위협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상함과 해상초계기, 감시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핵잠 예산을 확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다른 전력을 약화시켜서는 곤란하다.

바로 여기에 기존 국방예산 구조의 고민이 있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는 육·해·공군의 전력사업이 경쟁하고, 해군 내부에서도 수상함과 잠수함, 항공전력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핵잠 사업비 966억 원이 반영된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개발이 본격화되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핵잠과 기존 함정 사업을 해마다 맞바꾸는 방식으로는 해군력의 균형도, 핵잠 사업의 연속성도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다부처 재정계획과 특별회계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그 안에 핵잠 전용계정과 공통기술·기반시설 계정을 구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국방 분야는 군사적 요구와 함정 획득을 책임지고, 관련 부처는 소형모듈원자로, 해상부유식 원전, 원자력 쇄빙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통기술과 시험·안전 기반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민간 연구예산으로 군용 개발비를 대신 충당해서는 안 된다. 공동투자는 실제로 공유할 기술과 시설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특별회계 설치가 간단한 일은 아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른 신설 타당성 심사와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고, 재원과 지출 범위, 관리 주체, 존속기간도 정해야 한다. 특별회계가 생겨도 국회의 매년 예산 심의가 사라지거나 10년 치 예산이 자동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업비와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장기 투자계획을 일관되게 관리할 제도적 기반은 강화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가 재정 운용의 경직성 때문인지, 별도 재원 확보의 어려움 때문인지, 부처 간 조정 부담 때문인지는 공식 설명이 필요하다. 복잡해서 외면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검토를 미룬다면 국가전략사업의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국방부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대통령의 조정과 책임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에 핵잠 사업의 범정부 조정조직을 두자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전문 사업관리는 담당 기관이 수행하되, 대통령 차원에서 외교와 연료, 안전규제와 산업정책, 장기 재정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특별회계가 당장 어렵다면 다부처 공동사업과 중기재정계획, 계속비 등 가능한 대안과 한계부터 제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에 핵잠 사업단을 둔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직 신설의 필요성과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례가 없다는 사실이 추진하지 않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같은 논리라면 핵잠 특별회계 설치도 기존 사례의 유무에 가로막힐 수 있다. 대한민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 선례부터 없지 않은가. 처음 추진하는 국가전략사업에는 그에 맞는 조직과 재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선례만을 앞세우는 태도는 새로운 과제에 따르는 어려움과 책임을 피하려는 소극적 행정으로 비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해야 할 것은 선례가 없다는 설명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다.

정부에 묻는다. 핵잠 특별회계를 검토했는가.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을 지속할 재정 대안은 무엇인가.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건조 의지의 반복이 아니다. 끝까지 완성하고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국가의 구체적인 재정 약속이다.

문근식 한양대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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