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으로 장교 획득 어려워질수록 장교 더욱 정예화야
지원자 줄고 사관학교 합친다고 해서 우수 인재가 늘지 않아
사관학교 지원자 준다면 우수 인재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인구절벽 시대에도 군 장교의 핵심은 전투력 유지에 있음을 설명하는 AI 그림.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최근 국방부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 강화뿐 아니라 인구절벽에 따른 문제 해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병역자원이 급감하고 사관학교 지원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가. 이 문제는 미래 한국군의 병력구조와 함께 살펴봐야 한다.
다가오는 병역자원 절벽
우리의 인구절벽은 심각하다. 군에 입대할 수 있는 병역자원은 2019년 33만2000 명에서 2022년 25만7000 명으로 감소했고, 2035년 22만8000 명에서 2043년에는 12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필요한 병사를 계속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2026년 6월 국방부 국방개혁 세미나 참조)
그러나 병역자원이 줄어든다고 우리 군의 규모를 그에 맞춰 기계적으로 줄일 수는 없다. 북한은 약 128만 명의 상비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핵·미사일, 장사정포와 특수전 전력까지 갖추고 있다. 북한의 전면전 위협을 고려할 때 첨단전력의 질적 우위만으로 병력의 절대적 열세를 모두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2 국방백서)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인구가 줄어드니 군대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줄어드는 병역자원으로 필요한 병력과 전투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교수.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국방부, 간부 중심의 첨단군 계획
국방부의 장기계획도 단순한 병력감축이 아니다. 2040년까지 ‘AI(인공지능)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 증강한 병력절감형 군구조’를 구축하고, 현재 병 60%, 간부 40%인 구조를 병 37%, 간부 63%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간부를 늘리고 상비예비군과 민간인력을 활용해 현역·상비예비군·민간인력을 합한 국방인력 50만 명을 유지하며, 드론·무인기 전력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2026년 6월 국방부 국방개혁 세미나 참조)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 13일 수석부좌관회의에서 “지속적인 저출생으로 현재와 같은 인력·보병 중심의 군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고 첨단 장비와 기술 중심의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개혁할 것”을 주문했다.
즉 정부의 방향도 징집병 감소분을 그대로 군 전체의 축소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군인과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예비전력·민간인력·첨단기술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포병 부대가 2024년 10월13일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대에서 가자지구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진입을 시작했다. EPA/ 연합뉴스
일본과 이스라엘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겪은 일본도 자위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자위관(자위대 군인)의 처우 개선, 여성 인력 확대, 정년 연장과 재임용, 예비자위관 활용 등을 통해 가용 인력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무인화·자동화로 인력 소요를 줄이고 있다.
이스라엘도 징병제와 직업군인, 강력한 예비군을 결합해 병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전쟁에서 병력 부족이 문제가 되자 복무 대상 확대와 예비전력 강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첨단무기가 발전하더라도 실제 전쟁을 수행하려면 일정 규모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나라의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필요한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하고, 사람이 꼭 필요하지 않은 분야는 첨단기술로 보완하는 것이다.
북한군과 한국군의 병력 수 등 현실을 비교한 표.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간부 중심 첨단군, 장교 소요부터 산출해야
국방부는 앞으로 병사 비율을 크게 낮추는 대신 간부 비율을 40%에서 63%로 높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래군을 지휘할 장교 소요가 인구 감소에 따라 당연히 줄어든다고 전제할 수는 없다. 간부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부사관이라 하더라도, 향후 군 구조에 따라 장교 소요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AI·드론·로봇·미사일·위성·사이버·전자전 중심의 첨단군으로 갈수록 이를 계획하고 지휘할 전문 장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따라서 먼저 밝혀야 할 것은 2040년 육·해·공군별 병력과 장교·부사관 소요가 각각 얼마인가이다. 그 숫자가 나와야 육사·해사·공사를 비롯한 각 장교 양성기관의 적정 배출 규모도 결정할 수 있다.
인구절벽으로 장교 획득이 어려워질수록 한 사람의 장교를 더욱 정예화해야 한다. 첨단전력이 확대될수록 육군의 지상전, 해군의 해양전, 공군의 항공·우주전에 정통한 전문 장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인구절벽 시대의 장교 양성은 통합을 통한 획일화보다 각 군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난 7월 8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임종득 의원,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이 공동주최한 ‘사관학교 통합 및 육사 졸속 이전 반대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인구절벽의 해답은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다
국방부가 인구절벽을 사관학교 통합의 이유로 드는 근저에는 두 가지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첫째, 인구가 줄면 병역자원과 군 병력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장교와 사관생도 수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둘째, 학령인구 감소로 사관학교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첫 번째는 국방부 자체의 장기계획과도 선뜻 맞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방부는 2040년에도 국방인력 50만 명을 유지하고, 현역군의 간부 비율을 40%에서 63%로 높이겠다고 한다. 선택적 모병제와 첨단과학기술군도 추진한다.
그렇다면 장교 소요가 당연히 줄어들고 그에 따라 사관생도 수도 줄여야 한다는 전제는 맞지가 않다. 먼저 미래군의 육·해·공군별 장교 소요를 산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 사관학교의 적정 정원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더구나 ‘스마트 정예 강군’을 지향한다면 다른 장교 양성과정의 규모를 조정하더라도, 각 군의 핵심 정예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의 비중과 정원을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인 지원자 감소는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원자 풀이 줄어든다면 대책은 우수한 청년들이 군과 사관학교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초급장교의 보수와 주거·복지 등 처우를 개선하고, 장기복무와 진급 등 직업 안정성을 높이며, 사관학교의 경쟁력과 군 직업의 매력을 높여야 한다.
지원자가 줄어든다고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친다고 해서 우수 인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인구절벽에 대한 해법은 명확하다. 병역자원이 줄어든다면 필요한 병력과 장교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사관학교 지원자가 줄어든다면 필요한 우수 인재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 쪽에서도 ‘그러므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인구절벽은 군 구조와 인력획득 체계를 혁신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사관학교 통합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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