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가르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한 가지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실감한다. 과거와 현재의 자동차는 겉모습만 비슷할 뿐, 그 안에서 작동하는 기술과 원리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자동차 교육의 중심은 엔진과 변속기, 섀시 등 기계장치에 대한 이해였다. 학생들과 엔진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며 부품의 기능을 익히고, 고장의 원인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교육의 핵심이었다. 지금도 이러한 기계적 기초는 자동차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자동차는 여전히 도로 위에서 움직이며 물리적인 힘을 만들어 내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기계장치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자동차의 보닛을 열면 기계장치 사이로 각종 센서와 전자제어장치, 복잡하게 연결된 배선이 눈에 들어온다. 센서가 차량의 상태를 감지해 신호를 보내면 전자제어장치가 이를 분석하고,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제어 시스템이 각 장치의 작동을 조율한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는 단순한 동작에도 센서와 제어장치, 반도체, 모터가 유기적으로 관여한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때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기계의 두뇌이고, 기계는 그 판단을 실제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몸체다.”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아무리 정확한 판단을 내리더라도 팔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반도체가 정교한 계산을 수행하더라도 모터가 작동하지 않고 제동장치와 조향장치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견고하고 정밀한 기계장치를 갖추더라도 이를 제어하고 판단하는 전자 시스템이 없다면 미래자동차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전기자동차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배터리의 전압과 온도, 충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인버터는 배터리의 전기에너지가 모터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전력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자율주행차에 이르면 기술의 융합은 더욱 복잡해진다. 카메라와 레이더 등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주행 방향과 속도를 판단해야 한다.
결국 미래자동차는 기계와 전기전자,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이 개별적으로 기능하는 제품이 아니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기술들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이러한 변화는 광주·전남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광주는 자동차 생산과 부품산업을 기반으로 산업적 토대를 다져 왔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미래모빌리티 분야가 새로운 성장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남 역시 에너지와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배터리와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로 산업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와 반도체, 인공지능을 서로 분리된 산업으로 바라보지 않는 관점이다. 전기자동차의 구동모터를 제어하려면 전력반도체가 필요하고,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을 확보하려면 배터리관리시스템과 각종 센서가 뒷받침돼야 한다.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통신기술, 인공지능 반도체가 함께 작동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개별 부품의 성능을 넘어 기술 간 연결과 통합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대학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기계자동차 전공 학생들에게 엔진과 섀시, 기계구조 등 기초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여기에 전기전자와 센서, 차량통신, 반도체, 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는 교육을 더해야 한다. 부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센서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제어장치는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 그 판단이 모터와 액추에이터의 실제 움직임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정비 현장의 변화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엔진 소리와 진동을 살피고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고장의 원인을 찾아내는 기술이 중요했다. 이제는 진단기를 연결해 데이터를 읽고, 센서의 신호를 확인하며, 차량 네트워크의 통신 상태를 분석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전기자동차를 다루려면 고전압 배터리와 인버터, 모터, 전력변환장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점은 미래의 자동차 인재가 어느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계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서 전기전자를 알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전문성과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가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광주·전남의 대학들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역 기업과 협력해 산업 현장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자동차와 기계, 반도체,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실무 중심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기업 현장에서 검증하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며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도 넓혀야 한다.
지역에서 배운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그 인재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기업의 경험과 현장 수요가 다시 대학의 교육과 연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과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정착될 때 지역의 인재는 성장의 자산이 되고, 지역 산업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한 기술이 다른 기술을 대체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기술의 강점을 어떻게 결합하고, 이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일자리로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기계의 두뇌이고, 기계는 그 판단을 실제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몸체다. 이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기계냐, 반도체냐’가 아니다. 기계와 반도체, 인공지능을 어떻게 연결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 광주·전남 미래산업의 경쟁력은 바로 그 연결의 힘에서 찾아야 한다.
이강열 호남대학교 기계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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