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정감사를 보며 다시 묻는다…“검증이 통합보다 먼저다”
통합 필요성 설득하려면 새 이유를 계속 보태기보다 한 가지를 먼저 입증해야
현 체제 개혁·공동교육·상호교류 강화로 못얻고 통합해야만 얻을 교육적 효과는?
그 효과가 군별 전문교육과 장교양성 책임의 변화, 이전과 신축 비용 및
장기간의 과도기까지 감수할 만큼 큰지를 비교·검증해야
합동성 강화, 미래전 대비, 군간 유대감 강화 등을 통합 이유로 내세우지만 통합을 통해 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입증해야 통합 추진이 가능하다는 AI 그림.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국방부는 7일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미래전 수행 역량과 합동성을 강화하고, ‘군복 입은 시민’으로서 헌법적 가치를 내면화한 정예장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자유와 다양성을 높이고 민간교수를 50% 이상으로 확대하며 첨단과학기술 교육과 스마트캠퍼스를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는 없다. 미래전에 대비한 첨단교육도 필요하고 장교의 헌법적 가치와 군사윤리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고 각 군의 전문성과 합동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것을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방부가 통합의 필요성을 입증하려면 좋은 목표를 계속 추가하기보다 현 체제에서는 할 수 없고 세 학교를 하나로 합쳐야만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지난 7월 정부가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할 당시 핵심 논리는 ‘규모의 경제’와 ‘합동성 강화’였다. 분산된 교육자원을 통합하고 생도 때부터 함께 교육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통합을 설명하는 목표와 기대효과는 미래전 대응과 첨단교육, 헌법적 가치 등으로 더욱 넓어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제시된 통합의 이유를 어떤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라는 기준에서 다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학교를 통합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민간교수 확대와 교수 처우 개선, 학사운영의 자율성 확대, 헌법과 군사윤리 교육 강화, AI(인공지능)와 첨단과학기술 교육, 시설 현대화가 그렇다. 일부는 법과 제도, 예산의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만들어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세 학교가 함께하면 더 효율적인 분야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물리적 통합만이 방법은 아니다. AI·사이버·우주·국제정세·군사사·헌법·군사윤리 등은 공동강좌와 원격수업을 운영할 수 있고 특정 분야의 우수 교수를 세 학교가 함께 활용할 수도 있다. 사관학교교육개혁위원회에서 통합 논의를 주도했던 관계자도 교육과정이 유사하다는 것은 내용이 모두 같다는 뜻이라기보다 같은 교수가 가르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는 완전 통합의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교육자원을 공동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합동성은 상호교류의 관점에서도 따져봐야 한다. 사관학교교육개혁위원회에서 통합 논의를 주도했던 관계자는 사관학교 단계의 합동성을 작전적 수준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인간적 유대와 신뢰를 쌓는 ‘심리적 토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생도 합동교육을 확대하고 학교 간 교환교육과 합숙교육, 합동훈련과 공동과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그 목표를 어느 수준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 상호교류를 충분히 발전시켜 보지도 않은 채 4년간 한 학교에서 생활해야만 그러한 합동성을 만들 수 있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나씩 나누고 나면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통합해야만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하나의 학교와 학교장, 단일 지휘·행정체계와 학사체계는 통합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통합의 교육적 성과라기보다 통합하면 만들어지는 조직 형태다. 결국 입증해야 할 핵심은 4년간 한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이 현 체제에서 공동교육과 상호교류를 대폭 강화하는 것보다 장교 양성의 효과를 얼마나 더 높이는가 하는 것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강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각 군이 있는데, 그 양성기관이 없어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뉴시스 제공
이번 국정감사에서 나온 답변은 이 문제를 더 따져보게 한다. 국방부 장관은 사관학교 통합이 기존 학교의 ‘폐교·폐지’와는 다르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각 군이 있는데, 그 양성기관이 없어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각 군 장교를 교육하는 기능이 남는 것과 현재의 육·해·공군사관학교가 존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행 ‘사관학교 설치법’은 육군·해군·공군의 정규 장교가 될 사람을 교육하기 위해 각 군에 각각 사관학교를 두고 수업연한을 4년으로 정하고 있다.
만일 현행 ‘사관학교 설치법’을 폐지하고 새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이 하나의 국군사관학교만을 법정 사관학교로 설치한다면, 별도의 존치 규정이 없는 한 현재의 육사·해사·공사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법적기관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 3·4학년 군별 전문교육이나 기존 캠퍼스가 남더라도 그것은 교육기능이 남는 것이지 기존 사관학교가 존속하는 것과는 다르다. 학교의 법적 지위가 사라지고 독자적인 입학·학사체계도 종료된다면, 법적·제도적으로는 기존 사관학교의 폐지 또는 폐합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각 군 양성기관은 없어질 수 없다”는 답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당초 1·2학년은 국군사관학교에서 공통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각 군에서 전문교육을 받는 2+2 방식을 검토했다가 4년제 통합안으로 선회했다. 이번 국감 발언이 이러한 2+2식 구조까지 다시 염두에 둔 것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1·2학년은 국군사관학교에서 교육하고 3·4학년은 각 군별 기관에서 전문교육하는 방식을 두고 “각 군 양성기관을 유지한다”고 설명하려 한다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먼저 3·4학년 교육기관이 남는다고 해서 현재의 4년제 육사·해사·공사가 존속하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이 국군사관학교 생도로 입학하고 새로운 학교의 법적 지위와 학사체계 아래 놓인다면 그것은 지금의 사관학교와 다른 제도다.
더 본질적인 것은 지휘와 교육책임의 문제다. 각 군에 양성기관이 필요한 이유는 서로 다른 작전환경과 임무에 맞는 장교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별 양성기관에는 각 군이 요구하는 장교상과 전문성, 군사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책임과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
만일 1·2학년은 국군사관학교장의 지휘 아래 교육하고 3·4학년은 각 군 참모총장의 실질적인 교육통제 아래 둔다면, 한 사람의 장교를 길러내는 4년 교육이 두 지휘·교육체계에 걸치게 된다. 1·2학년 교육과 3·4학년 전문교육을 누가 하나의 과정으로 설계하고 책임질 것인가. 군별 적성평가와 군사훈련, 생활지도와 교육과정에서 판단이 다를 때 최종 결정권은 어디에 둘 것인가.
반대로 국군사관학교가 4년 전체에 대해 실질적인 지휘·교육권을 갖는다면, 3·4학년 군별 기관을 남겨둔다는 것만으로 “각 군의 양성기관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는지도 다시 물어야 한다. 각 군의 지휘·교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면 장교양성의 책임이 나뉘거나 중첩될 수 있고, 국군사관학교에 권한을 집중하면 각 군이 자기 군에 필요한 장교를 책임지고 양성한다는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
우리 군의 경험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11년 육군대학·해군대학·공군대학은 합동군사대학교 체제로 통합됐지만, 2020년 다시 각 군으로 분리됐다. 정부가 밝힌 이유는 합동군사대학교는 합동·연합작전 교육과 합동교리 연구에 전념하고, 각 군 대학은 각 군의 특성에 따른 전문화된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곧바로 각 군 대학 통합의 실패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통합 이후 다시 역할을 분리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각 군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뒤 받는 소령급 장교 교육은 사관생도 교육보다 합동·연합작전을 직접 이해하고 수행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큰 단계다. 그런데 그러한 교육에서도 합동교육과 군별 전문교육을 한 조직 안에 계속 묶어두기보다, 합동교육은 합동군사대학교가 맡고 군별 전문교육은 다시 각 군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구분했다. 그렇다면 아직 자기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사관생도의 교육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려면 그 필요성과 효과를 더욱 엄격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기식 전 해군사관학교장·해군작전사령관·병무청장. 이기식 전 청장 제공
절차 역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 장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통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군사관학교 신축 선행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특정 통합안을 전제로 결론을 내리는 연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비교해야 할 것은 현 체제를 그대로 둘 것인가, 완전히 통합할 것인가 하는 두 선택지만이 아니다. 현 체제의 개혁, 공동·원격교육과 상호교류의 확대, 2+2 방식, 4년 완전 통합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과거 헌정질서 훼손에 대한 책임 문제도 같은 기준에서 봐야 한다. 대통령은 지난 8월 육사 출신들의 과거 헌정질서 훼손 책임을 거론하면서 사관학교 통합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군의 정치적 중립과 문민통제를 강화하고 장교가 헌법적 가치를 내면화하며 위법한 명령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사관학교 통합과의 인과관계를 따로 입증해야 한다. 과거의 헌정질서 훼손이 세 학교가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는지, 하나의 학교로 통합하면 그러한 위험이 실제로 줄어드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합동성도 필요하고 첨단교육도 필요하다. 교수제도도 개선해야 하고 헌법적 가치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더 좋은 장교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답이지, 그 자체로 왜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다.
정부가 통합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새로운 이유를 계속 보태기보다 한 가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현 체제의 개혁과 공동교육, 상호교류 강화로는 얻을 수 없고 오직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만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효과가 군별 전문교육과 장교양성 책임의 변화, 이전과 신축에 드는 비용, 장기간의 과도기까지 감수할 만큼 큰지를 비교·검증해야 한다. 그 검증이 통합보다 먼저다.
이기식 예비역 해군 중장. 前 해군사관학교장·해군작전사령관·병무청장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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