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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립스포츠박물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야

1984년 여름, 태극마크를 달고 LA 올림픽 유도 95㎏ 이하급 결승 매트에 섰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브라질의 더글러스 비에이라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다.

[기고]국립스포츠박물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야

1984년 여름, 태극마크를 달고 LA 올림픽 유도 95㎏ 이하급 결승 매트에 섰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브라질의 더글러스 비에이라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함성과 가쁘게 몰아쉬던 숨, 상대의 도복을 움켜쥔 손끝의 감각, 그리고 승리가 확정된 순간의 벅찬 감정은 40년이 넘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날 목에 건 금메달을 지난해 국립스포츠박물관에 기증했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메달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나 혼자의 땀과 노력만이 아니다. 새벽 훈련을 함께 견딘 선후배와 지도자, 노심초사하며 경기를 지켜본 가족, 밤새워 기뻐해준 국민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그 기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 메달은 이제는 내 손을 떠나 국민의 손으로, 내 눈을 떠나 국민의 눈으로 들어갔다.

오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문을 여는 국립스포츠박물관은 바로 그 기억을 모으고 나누는 공간이다. 좋은 박물관은 과거를 가두어 두는 곳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곳이어야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도 그랬다. 전쟁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도약한 순간이었다. 잠실벌을 가로지르던 굴렁쇠에는 평화와 화합의 염원이 담겼다. 지난해 국가유산청이 처음 선정한 예비문화유산 10건에 당시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가 포함된 것도 스포츠의 한 장면이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누고 지켜야 할 유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이름난 선수들만이 아니다. 선수 곁에서 묵묵히 땀 흘린 지도자와 가족, 경기장을 만들고 운영한 사람들, 현장을 기록한 기자, 선수의 장비를 만든 제작자까지 수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를 함께 써왔다. 영광의 순간뿐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시간까지 기억할 때, 스포츠의 역사는 비로소 온전해진다.

스포츠가 가르쳐준 것도 승리하는 법만은 아니었다. 공정하게 겨루는 법, 상대를 존중하는 법,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이었다. 그런 모든 게 모여서 메달이 됐다. 당시 감격과 영광을 담은 한 장의 사진, 엄청난 양의 땀이 깊게 밴 한 벌의 유니폼, 한 사람과 그 주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엮은 이야기가 먼 훗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용기가 될 수 있다.

1984년, 나는 한 명의 선수로 올림픽 매트 위에 섰다. 40여년이 흐른 지금은 그날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자리에 서 있다. 국립스포츠박물관에서 한 벌의 유니폼과 한 장의 사진을 마주하며 우리가 함께 환호한 순간을 떠올려 보시길 바란다. 스포츠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땀과 도전은 시간이 흘러도 또 다른 누군가를 다시 뛰게 만든다.

스포츠의 어제를 기억하는 일은 결국 내일의 도전을 준비하는 일이다. 국립스포츠박물관이 그 뜨거운 기억을 지키고, 다음 세대의 꿈을 깨우는 공간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하형주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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