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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경제적 풍요를 넘어 ‘순결한 자유민주국가’로 가는 위대한 결단

2026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전국 50여 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렸고, 일련번호도 없는 종이에 수기로 번호를 적어 배부하는 파행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기고]경제적 풍요를 넘어 ‘순결한 자유민주국가’로 가는 위대한 결단

[기고]경제적 풍요를 넘어 ‘순결한 자유민주국가’로 가는 위대한 결단

칼럼

새전북

2026년 06월 09일 16:28

승인

2026년 06월 09일 18:56

2026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전국 50여 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렸고, 일련번호도 없는 종이에 수기로 번호를 적어 배부하는 파행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거 관리’를 자부하던 나라에서 발생한 이 사상 초유의 참극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배달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이자 올랜드 패터슨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말한 ‘주권적 자유(Sovereign Freedom)’를 직접 침탈한 사건이며,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의 주권재민 정신을 무참히 훼손한 국가적 위기다.

그러나 정작 사태를 수습해야 할 기성 정치권의 행태는 비겁하기 짝이 없다. 당일 밤 표 계산에 따라 “선거 무효”를 외치던 이들은, 날이 밝아 자신들의 당선(기득권)이 확정되자마자 태도를 바꾸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재선거 조항이 미비하다”라거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라며 사법부의 치맛자락 뒤로 숨어버렸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특정 정책에 시장직을 걸었던 정략적 사퇴 소동과는 차원이 다른, ‘선거 인프라 마비’라는 본질적 정당성의 붕괴 앞에서도 정치인들은 오직 자신의 자리보전과 이해타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한 ‘인식론적 단절(Epistemological Rupture)’이다. 기성 정치권은 여전히 “재선거에 드는 수천억 원의 세금과 행정적 혼란”이라는 구태의연한 비용 중심의 관료적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 하지만 주권자의 침해당한 자유를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소모적 지출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에게 주권자로서의 효능감을 심어주고, 국가 시스템의 붕괴된 뿌리를 다시 세우는 가장 가치 있는 ‘사회적 자본 투자’다. 돈과 행정 편의가 헌법적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

청년과 다음 세대들이 광장에서 외치는 전면 재선거 요구는 결코 '소요 사태'가 아니다. 잘못된 민주주의 프로세스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가장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의 발로다. 만약 국가가 비용을 이유로 이 거대한 권리 침해를 덮고 간다면, 미래 세대는 “국가가 나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깊은 정치적 냉소와 무력감이라는 ‘사회적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IT 기술력, 그리고 세계를 매료시킨 K-팝을 통해 눈부신 물질적·문화적 풍요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주권자의 투표권조차 완벽히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라면, 아무리 높은 GDP를 가졌더라도 영혼이 없는 ‘경제적 기업 국가’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위상은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국가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하고 주권을 완벽하게 구제하는 헌법적 품격에서 나온다.

이제 대통령과 국회는 비겁한 법조문 계산기를 내려놓고 대승적인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순결성을 회복하기 위한 재선거를 단행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새로 세울 때, 대한민국은 물질적 풍요를 넘어 국민의 주권을 목숨처럼 아끼는 ‘진짜 자유민주국가’로 위대하게 도약할 것이다. 정치권의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자유주의전북포럼 상임고문 심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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