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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경남벤처스타트업협회 부회장.
경남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수도권과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낀다. 좋은 아이디어는 있어도 함께 연구할 전문 인력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수도권에는 대학·연구소·투자자가 촘촘히 연결되어 서로 끌어주지만 경남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홀로 버텨야 한다.
경남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두산에너빌리티·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같은 대기업들이 모여 있고 연간 생산액만 60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공장들을 뒷받침하는 연구 환경은 그만큼 튼튼한가. 생산 현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연구와 인재는 여전히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문제는 숫자로 증명된다. 2025년 1분기에만 경남에서 4729명이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20대 유출률은 마이너스 5.1%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낮은 임금·부족한 문화시설 등 여러 가지지만, 뛰어난 인재일수록 연구 환경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동한다는 점에서 연구 생태계의 부실함이 핵심 원인이다. 인재가 떠나면 기업은 기술을 발전시키기 어렵고, 대학은 연구보다 취업률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서 말하는 '연구중심대학'이란, 학부 수업 중심에서 벗어나 석·박사급 고급 인재를 키우고 원천 기술 개발과 새로운 지식 창출을 최우선으로 삼는 대학을 뜻한다. "KAIST나 UNIST 같은 우수한 대학이 이미 있는데 굳이 경남에 연구중심대학이 필요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포항을 보면 답이 나온다. POSTECH이 포스코 바로 옆에 세워진 뒤, 포항은 철강 도시에서 소재·부품 연구의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대전이나 울산에 있는 연구소가 창원 공장과 매일 긴밀히 협력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장 바로 옆 현장 밀착형 연구 거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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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할에 가장 적합한 곳이 국립창원대학교다. 창원대는 산업단지와 맞닿은 위치에 있고 기계·전기·스마트제조 분야의 기반도 갖추고 있다. 물론 현재의 연구 실적이나 대학원 규모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창원에는 이미 지정된 강소연구개발특구가 있고, 창원대는 정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에도 선정되며 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새 제도를 처음부터 만들기보다, 이 기반 위에 기업 참여형 연구실과 맞춤형 대학원을 늘려가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방산·원전, 스마트제조·AI, 로봇·첨단소재 세 분야에 집중하면 된다. 재원은 RISE 사업 예산을 나눠주기식으로 뿌리는 대신 공동연구 캠퍼스 구축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다.
경남의 연구 역량은 한 대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 인제대는 의료·바이오, 경남대는 방산·지역연계를 맡는 등 도내 대학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경남도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대학 간 연구 과제와 예산을 조율해야 한다.
지금 경남에 부족한 것은 공장의 규모가 아니라 연구의 깊이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핵심 기술을 비싸게 사 와야 하고, 키운 인재를 빼앗기며, 고부가가치는 다른 지역이 가져간다. "지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은 끝내야 한다. 경남의 미래 경쟁력은 생산량이 아니라 연구와 인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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