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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北 MDL 지뢰도발로 안보가 매우 위중한데, 사관학교 통폐합이 그리도 급한가?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으로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지난 7일 국정감사 시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주요 추진사항을 제시했다.

국방부 국감 업무보고 중 ‘국군사관학교 창설‘ 내용을 접하고 ​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지뢰 도발로 안보가 매우 위중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국방력 강화임을 설명하는 AI 그림.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북한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으로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지난 7일 국정감사 시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주요 추진사항을 제시했다.

​각 군 전문성과 합동성 강화, 자율성과 다양성 제고, 우수 교수진 확보, 첨단 스마트캠퍼스 조성 등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창설추진단 설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목표들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폐합해야 하는가? ​국방부가 제시한 추진사항을 하나씩 살펴보면, 대부분 기존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첫째, 각 군 전문성을 강화한다면서 왜 사관학교를 통합하는가

​국방부는 통합사관학교의 추진 방향으로 ‘각 군 전문성 및 합동성 강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성과 합동성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전문성은 각 군의 고유한 작전환경과 임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숙달을 의미하고, 합동성은 이러한 전문성을 갖춘 각 군이 공동의 작전목표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능력이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작전을 수행한다. 장교가 갖춰야 할 전문지식과 전술, 지휘능력도 서로 다르다.

​특히 사관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임관 직후 각 군의 초급 지휘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교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길러야 할 생도들을 한 학교에 모아 4년간 교육하면서 각 군의 전문성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주장한다.

​물론 통합사관학교에서도 군별 전공교육은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의 독립된 사관학교보다 전문교육의 깊이와 현장 연계성이 더 높아진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이 확립된 토대 위에서 발전하는 것이지,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친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 강화는 사관학교 통합이 아니라 육·해·공군 생도 분리 선발·교육이 답임을 설명하는 AI 그림. 각군의 작전환경과 임무가 달라 필요한 지식·전술·지휘능력도 다르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둘째, 공통교육을 강화하려면 왜 사관학교를 없애야 하는가

​​국방부는 전인교육과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공통교육을 강화하고, 각 군 특성을 반영한 전문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통교육 강화에는 이견이 없다. AI(인공지능), 드론, 사이버, 우주, 첨단무기체계에 대한 이해는 미래 장교들에게 필수적인 소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은 기존 3군 사관학교에서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공통 교과목을 개발하고, 교수와 생도를 교류하며, 합동훈련과 공동연구를 확대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합동교육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통합사관학교에서도 공통교육과 군별 전문교육을 구분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존 사관학교의 교육체계를 개선하는 방안과 통합사관학교를 신설하는 방안의 교육효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하지 않는가?

​여기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사관학교 출신은 전체 장교 임관 인원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군(ROTC), 학사, 육군3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교육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래전과 합동성이 모든 장교에게 필요한 능력이라면 교육개혁 역시 전체 장교 양성체계를 대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일부 사관학교 생도에게만 막대한 예산을 집중한다고 군 전체의 합동성과 미래전 수행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공통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곧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민간교수 50% 확대가 왜 통합사관학교의 명분인가

​국방부는 우수 교수진 확보 방안으로 민간교수를 50% 이상 확대하고,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특정직 공무원 채용과 교수 처우 개선을 제시했다.

​이 역시 통합과 무관한 과제다.​우수한 민간교수를 확보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기존 3군 사관학교에서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간교수와 군인교수의 적정한 구성이다. 사관학교는 일반 종합대학이 아니라 군의 초급 지휘관을 양성하는 특수목적 교육기관이다. ​첨단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에는 우수한 민간교수가 필요하지만, 군사학과 전술, 지휘통솔 분야에는 풍부한 야전 경험을 갖춘 군인교수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민간교수 비율 50%라는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분야별 전문성과 군사교육의 특수성을 반영한 교수진 구성이다. ​교수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은 인사제도와 처우의 개선이지 사관학교의 통폐합이 아니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넷째, 3조 원 이상을 들여 스마트캠퍼스를 새로 지어야 하는가

​국방부는 AI와 첨단 신기술 체득이 가능한 최첨단 스마트캠퍼스를 대전 자운대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첨단 교육시설은 학교 통합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기존 사관학교에도 AI 교육시설과 첨단 시뮬레이터, 가상현실 훈련체계 등을 확충하면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산이다. 국방부가 밝힌 국군사관학교 창설비용은 무려 3조 원 이상이다. 3조 원에 연 2%의 이율만 적용해도 연간 600억 원에 해당한다.

​이 정도 예산이면 기존 육·해·공군사관학교의 독립된 틀을 유지하면서도 교수진과 교육시설, 첨단장비와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합동성 강화가 목적이라면 국방부는 군 전체의 합동교육 실태부터 돌아봐야 한다. ​소령·중령급 장교들이 각 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발전시키는 합동군사교육이야말로 군의 실질적인 합동성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임종득 의원이 제기한 합동군사대학의 교육발전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묻고 싶다. 합동군사대학이 요구하는 교육발전 예산은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서, 전체 장교후보생의 약 10%에 해당하는 사관학교 교육체계 통합에만 3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국방예산 배분인가?

​기존 사관학교의 교육시설을 현대화하는 방안과 신설 통합캠퍼스 건설 방안의 총사업비, 교육효과, 전환비용을 비교한 결과부터 공개해야 한다.

​새 건물을 짓는 것이 교육개혁은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예산이 얼마나 많은 장교의 전투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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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통합의 타당성도 검증하지 않고 특별법부터 제정하는가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의 조기 제정과 창설추진단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률 제정과 추진조직 신설은 정책의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된 이후의 문제다.

​정부는 먼저 각 군 사관학교의 현행 교육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통합을 통해 그 문제가 어떻게 개선되는지, 통합 이외의 대안보다 왜 우수한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기존 3군 사관학교의 분리 선발·교육을 유지하면서 공통교육과 합동훈련을 강화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비교해야 한다.

국방부가 지난 7일 국정감사 시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주요 추진사항을 제시한 보고 내용. 국방부 제공

​그런데 국방부 업무보고에는 이러한 대안 검증보다 법률 제정과 창설조직 설치가 앞서 있다. ​정책의 필요성을 입증하기도 전에 실행체계부터 구축하는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절차를 진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섯째,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통합은 이미 확정했는가

​국방부는 폭넓은 소통과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렴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창설 세부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7월 16일 정부는 이미 대전 자운대에 4년제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렴하는 의견에 따라 통합 자체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통합을 기정사실로 한 채 세부 시행방안에 관한 의견만 듣겠다는 것인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통합 찬반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반대 의견을 듣기만 하고 정책 결정에는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질적인 의견수렴이라고 보기 어렵다. ​통합 여부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언: 지금 필요한 것은 사관학교 통폐합이 아니라 국방력 강화다

​​국방부는 업무보고 말미에서 미래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국방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반드시 기존 사관학교를 없애고 통합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육·해·공군사관학교는 각 군의 고유한 작전환경에 적합한 초급장교를 양성해 온 교육기관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교육체계와 군사적 전통, 동문 간 유대와 정체성 역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산을 없애는 통폐합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미래전에 적합한 교육체계를 발전시키는 개혁이다.

​지금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과 MDL 이남 지뢰 매설 등으로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은 감시·정찰능력을 보강하고 첨단무기를 확보하며, 장병들의 생존성과 실전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현대전은 첨단무기 개발과 전력화의 속도를 다투는 기술전쟁으로 급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기존 드론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최신 제트추진 공격드론까지 실전에 투입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도 이를 요격할 신형 드론과 방공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첨단무기 개발과 실전배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사관학교 통폐합이 들어가는 3조원의 예산 , 더 시급하고 효과적인 데에 써야 한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CG. 3조원에 대한 연 2% 이율만 적용해도 연 600억원의 기회 비용이 생긴다.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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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접 대응해야 할 우리 군이 멀쩡하게 운영되는 3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하는 데 3조 원 이상의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시급한 일인가? 그 예산을 첨단무기 연구개발과 전력 증강, 장병들의 실전 대비태세 강화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더 절실한 과제 아닌가?

​각 군 사관학교의 분리 선발·교육을 유지하면서 공통교육과 합동훈련을 확대하고, 우수 교수진을 확보하며, 첨단 교육시설을 확충하면 된다. 나아가 학군·학사·3사관학교의 교육개혁과 합동군사대학의 실질적인 합동교육 발전에도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국방부가 내세운 교육개혁의 목표들은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도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는 국민과 국회 앞에 단 하나의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기존 사관학교에서도 실현할 수 있는 교육개혁을 위해 왜 반드시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폐합하고 3조 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투입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변 없이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방예산은 한정돼 있고 안보위협은 현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관학교를 합치는 데 3조 원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국방예산을 집중하는 것이다.

​국가안보의 백년대계인 장교 양성체계를 바꾸는 일에 정치적 속도전은 금물이다. 지금 국방부에 필요한 것은 창설추진단이 아니라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과 대안을 원점에서 검증하는 일이다.

조병설 예비역 육군대령·수필가. 前 야전군 지휘관 및 참모·육사 지휘심리학 교수·나라사랑운동본부 안보교수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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