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훈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생
국회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은 SMR 연구·개발, 실증, 제도 정비, 특구 지정과 민관 협력, 전문인력 양성 등 전주기적 지원 체계를 법제화 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기존 원자력 법체계가 대형 원전 중심으로 구성돼 SMR 같은 차세대 기술에 특화된 지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특별법은 그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이 됐다.
SMR은 출력 규모가 작지만 모듈형 설계와 안전 특성으로 설치 유연성과 안전성이 기대되는 기술로 주목받는다. 최근 AI 확산과 산업 전기화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환경에서 SMR은 탄소중립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전원 옵션으로 부상했다. 다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제한적인 상용 사례만 존재하며, 대규모 상용화와 경제성 확보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이러한 논의는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현실적 제약과 맞물려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축이지만 출력 변동성과 계통 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장 장치와 송전망 확충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전적으로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반면 원자력 역시 무탄소 전원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입지 선정과 지역 주민 반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같은 장기적 과제를 안고 있다. SMR 또한 기존 대형 원전 중심의 규제 체계를 기술 특성에 맞게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갖는다.
이처럼 어느 한 기술도 완전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SMR 특별법 통과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전력 공급 안정성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필요를 다시 확인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전력 안정성 문제는 발전 방식의 선택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연료 확보와 에너지 수급 구조 전반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탄소중립은 전력 부문 전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정부 역시 수소와 암모니아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석유·가스와 같은 기존 1차 에너지원이 차지하는 현실적 비중을 외면한 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 에너지원은 여전히 산업과 국가 에너지 체계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 정책은 새로운 기술 도입과 함께 기존 에너지원의 효율적 활용과 전환 경로까지 포함하는 보다 입체적인 전략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정 기술이나 전원을 일방적으로 우선하기보다는 다양한 1차 에너지원과 전력 기술이 현실 여건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전력·열·연료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체 에너지 공급 체계를 포괄하는 시야를 요구하며, 비용·산업 경쟁력·에너지 안보·사회적 수용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있는 정책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SMR 특별법 통과는 에너지 전환 논의에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는 출발점일 뿐이다. 에너지 전환의 진정한 과제는 단순한 감축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가능한 선택지를 넓히고 현실과 기술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적 통찰력만이 전환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구태훈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생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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