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폐기물처리기술사
[환경일보] 환경오염과 환경피해가 늘어나고 다양한 환경시설 건설과정에서 하자 다툼이 잦아지면서 이에 따른 환경분야의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환경분야의 대표적인 소송은 환경설비가 포함된 시설공사에서 발생하는 하자 및 운영상의 오류, 부지매매·임대 과정의 지상·지하 폐기물, 토양오염, 악취, 소음 등과 관련된 분쟁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분야 소송에서는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소송당사자는 자신의 주장 입증을 위해 법원을 통해 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의 전문가(기술사, 박사, 교수 등)로부터 전문적인 기술의견을 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절차를 감정이라고 한다. 환경분야 소송은 전문적인 기술적 판단이 핵심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기술감정 결과가 사실관계 판단과 재판부의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환경분야의 기술소송에 있어서 기술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필자가 법원 특수감정인으로서 수행한 여러 기술감정을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송당사자가 알아야 할 기술감정의 중요사항을 제언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기술감정이 포함된 재판의 진행절차는 감정신청(+감정사항) → 감정인 선정(+감정기일) → 감정인 자료요청 → 감정서 작성 및 제출 → 사실조회 → 재판부 판결의 순서로 진행된다. 실제로는 여러 세부절차가 포함되지만 중요 과정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이 중 특히 중요한 단계는 감정사항을 포함한 감정신청과 감정인 선정이다. 감정은 결국 질문에 답을 구하는 절차이므로 감정신청 시 감정사항에 핵심 쟁점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는데 원고는 청구취지를 입증할 수 있는 감정사항을 세밀하게 선정해야 하고 피고는 억울함을 입증할 수 있는 감정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으로나 공학적으로 사실 규명이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감정사항은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현장 겸험을 갖춘 감정인을 선정하는 것 또한 감정의 전문성·신뢰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필자는 감정인 선정 단계에서 설계, 시공, 운영 등 현장실무 경험 및 이론적 배경이 부족하거나 또는 없거나, 전공이 상이한 감정인이 선정될 경우 감정 결과 자체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목격한 바, 이후 보완감정이나 재감정 절차로 이어진 소송도 다수 경험했다. 이 경우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그만큼 소송 기간도 장기화됨으로써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소송을 종종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감정인 선정 단계에서부터 소송당사자(원고와 피고)는 감정인 후보자의 학력과 전공 분야, 대기·수질·폐기물·소각 환경설비 및 토양오염 등 프로젝트 경력,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정 수행에 적합한 감정인이 선정될 수 있도록 재판부에 끈기 있게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때 소송당사자가 적합한 감정인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핵심포인트를 C·E·O로 설명하고자 한다.
C: Career(경력
경험)
감정사항 및 해당 환경설비에 대한 직접적인 전문성이나 유사한 프로젝트 경력·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충분한 경험을 보유한 감정인은 경험칙에 기초한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프로젝트 경력·경험이 부족한 감정인이 선정되는 경우 결국 감정 결과 자체의 전문성이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해 부실감정의 우려가 있으므로 경력과 경험의 여부는 중요한 고려사항에 해당된다.
E: Engineering(설계
시공 경험)
환경설비 설계와 시공 경험은 단순히 이론적 검토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경험은 환경설비의 설계·운영상 문제, 성능, 하자 등에 관련된 감정사항을 감정함에 있어서 실제 현장 상황에 부합하는 감정을 수행할 수 있다.
O: Objectivity(객관적 지위)
감정인의 객관적 지위 역시 감정인 후보자를 검토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다. 감정인의 전문성에 대해 상기 C와 E 사항만으로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의 자문 및 평가위원 활동이력, R&D 사업의 평가위원 활동이력, 환경분야의 각종 학회 활동, 기술사로서 필수 CPD 교육이수 등의 이력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대외적으로 인정되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기술소송에서 소송당사자가 임해야 하는 자세
기술소송은 전문적인 공학적·경험적 기술 판단을 위해 감정이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노력과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특히 기술감정은 사건의 핵심쟁점에 대한 기술적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는 중요한 절차로 소송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감정이 이루어지므로 소송당사자는 감정신청 단계에서부터 감정사항과 관련된 사건기록 등의 자료를 충분히 준비함으로써 감정절차에 따라 감정인이 요청하는 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해 불필요하게 감정 작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기술감정은 소요되는 기간이 짧지 않은 만큼 소송당사자는 조급함보다는 인내를 가지고 감정절차를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변호인이 소송당사자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하지만 소송당사자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변호인의 조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송 및 감정절차에 임할 필요가 있고 필요한 경우 해당 분야 특수 감정인에게 조력을 받는 것도 때로는 고려해야 한다.
끝으로 최정규 변호사가 쓴 ‘명품판결문은 어디에서 오는가’의 일부를 인용하면 “나는 ‘불량판결문’을 썼던 초심을 다시 떠올렸다. 판결문에 굳이 ‘불량’이라는 단어를 붙여가며 불편했던 경험을 쏟아냈던 이유는, 단지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비판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었고, 내가 진짜로 보고 싶었던 것은 사법이 사람을 살리는 순간들이었다”고.
이를 필자의 기고 목적으로 치환하면, 환경분야 기술감정에서 다수의 부실감정 사례로 인한 ‘불량감정’이 ‘불량판결’로 이어질 수 있는 불편한 현실을 지적한 것은 ‘명품감정’을 통해 ‘명품판결’로 이어지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올바른 감정인 선정은 최종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지만 그 결과는 소송비용, 시간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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