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만 인천연구원 경제산업연구부장
2024년 실적을 담은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에서 인천은 전국 생산의 33.6%, 수출의 54.1%를 차지했다. 바이오는 인천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기업의 성장이 인천 중소기업에 새로운 거래와 기술개발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최근 인천연구원 분석 자료를 보면 송도 바이오 핵심기업이 인천에서 구매한 금액 가운데 원도심 기업의 몫은 10%에 못 미쳤다. 그마저도 핵심 공정과 거리가 먼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지속적인 공급망이라기보다 일회성 구매에 가깝다. 핵심 원부자재는 글로벌 기업과 역외 기업이 공급한다. 인천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수는 늘었지만, 평균 영업이익은 적자였고 연구개발비와 기업부설연구소 보유 비중도 뒷걸음질쳤다. 중소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세계적인 앵커기업과 연결은 부족한 셈이다.
개별 기업 역량만으로 필요한 연결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대기업 구매·연구 부서가 중소기업을 하나하나 상대하기는 어려우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필요한 품목과 기술을 알아낼 통로가 부족하다. 그동안 앵커기업의 소부장 테스트 프로그램, 오픈이노베이션 사업, 정부와 인천시의 원부자재 상용화 지원 같은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개별 기업을 선발해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사업이 끝나면 기업 간 관계와 노하우가 지역에 쌓이지 않고 흩어진다.
필요한 것은 앵커기업이 마주 앉을 수 있는 상대방을 만드는 일, 곧 '중소기업의 조직화'다. 조직화의 핵심은 흩어진 수요와 정보, 협상력을 묶는 일이다. 지역 특성을 살린 '인천형 바이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기업이 필요한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공동으로 받도록 지원한다. 대기업, 대학, 투자자를 연결하는 창구도 맡는다. 조합이 서비스를 계약하고 운영하며, 참여기업은 비용과 성과를 나눈다. 각자의 핵심기술을 지키면서 혼자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을 함께 마련하는 방식이다. 인천시가 이미 제정한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 조례'를 기반으로 한 공동사업 지원체계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천의 조직화는 두 갈래로 설계할 수 있다. 첫째, 송도 바이오벤처에는 인허가·임상·특허 전문가의 공동활용과 기술교류회, 투자설명회, 앵커기업과의 파트너링을 잇는 창구가 필요하다. 이것이 기술 검토와 후속 협상까지 이어가는 운영이 관건이다. 둘째, 원도심 소부장기업에는 앵커기업이 요구하는 품목과 품질기준을 공동으로 조사하는 일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기업의 생산역량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고, 시험·인증기관과 함께 성능검증을 지원하는 일이 더해져야 한다.
순서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공동교육, 전문가 활용, 소규모 공동구매처럼 투자 부담이 낮은 사업으로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공동시험센터나 물류시설은 이용수요와 비용 분담이 검증된 뒤에 검토할 일이다. 조합은 앵커기업, 대학, 시험기관, 투자자가 사업별로 참여하는 개방형 구조를 갖추고, 전국 단위 조직과는 역할을 나누는 편이 현실적이다.
지금이 적기다. 민선 9기는 바이오과학기술원 설립, 바이오펀드 조성, 보스턴형 K-바이오 랩허브, 시험·분석·인증기관 집적화, 바이오 소부장 밸류체인 구축을 약속했다. 새로운 시설과 자금이 지역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이용하고 요구를 전달할 조직된 주체가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가 조합 설립과 중앙회의 공동사업 지원체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조직화의 성과는 조합원 수가 아닌 실제로 줄어든 비용, 새로 성사된 거래와 공동연구, 사업화로 이어진 기술로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조직화를 통한 협동조합의 운영은 협력의 성과가 지역에서 계속 작동하도록 하는 장치로서 가치를 지닌다.
/서봉만 인천연구원 경제산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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