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영만 한국자연재난협회 경북지부 회장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후를 체감하고 있다. 한여름 집중호우는 일상이 되었고, 봄철 대형 산불과 국지성 폭우, 강력한 태풍도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설마 우리 지역까지 피해가 오겠는가”라고 생각했던 자연재난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자연재난은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비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은 재난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노후 주택과 배수시설이 많아 집중호우나 강풍에 따른 피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고 저지대 침수가 발생하는가 하면, 산사태와 강풍 피해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전국 곳곳에서 기록적인 재난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난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사전 대비’다. 재난은 발생 이후의 복구보다 발생 이전의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 위험지역 점검과 배수로 정비, 산사태 우려지역 관리, 재난 취약계층 보호체계 구축 등 기본적인 준비만 철저히 해도 피해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의식이다. 재난 문자나 기상특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집중호우 예보가 내려질 경우 하천변이나 저지대 출입을 자제하고, 비상연락망과 대피장소를 미리 확인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평소의 작은 관심과 준비가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행정기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재난 대응은 일회성 행사나 보여주기식 점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반복적인 훈련과 현장 중심의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특히 지역 실정에 맞는 재난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주민 참여형 안전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재난은 행정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주민과 민간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할 때 비로소 대응 역량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자연재난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대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재난이 오기 전에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안전은 누군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관심과 실천, 그리고 공동체의 준비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산이다.
자연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대비는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준비와 실천이다. 우리 지역의 안전은 결국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에서 출발한다. 재난에 강한 지역사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의 대비와 협력이 쌓일 때 비로소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안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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