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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서울시장 후보는 도매시장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함께 말...

앞으로는 AI 기반 수급 예측과 가격 조기경보 체계, 공동물류와통합배송, 전처리와 상품화 기능 강화, 전통시장과 중소마트를 연결하는 공급망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도매시장의 경쟁력은 더 이상 건물 규모만으로...

[기고] 서울시장 후보는 도매시장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함께 말...

노계호 다잇다농수산마케팅연구소장∙한국농수산유통상생협회 회장

서울은 대한민국 최대의 소비도시다. 시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장바구니 물가와 먹거리 안전은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공급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 공공유통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느냐의 문제다. 농산물과 수산물은 시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필수재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민생정책에서 먹거리 물가와 공급구조는 주거∙교통∙복지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동안 물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할인행사나 일회성 지원책이 반복돼 왔다. 물론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민이 체감하는 안정은 일시적 할인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속적인 물가 안정은 산지 생산과 소비지 공급, 도매시장 운영, 물류 효율, 중소상인 공급망이 하나의 구조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가능하다. 서울의 먹거리 체계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중심축인 공영도매시장의 역할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 핵심에 가락시장과강서시장이 있다. 두 시장은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다.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출하 판로를 제공하고, 중소마트와 전통시장 등 중소상인에게는 공급 기반이 되며, 시민에게는 합리적인 가격 형성의 토대를 제공하는 공공유통 인프라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해야 생산자는 제값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통인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시민은 비교적 안정된 가격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은 자본력과 물류망, 디지털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공영도매시장과 이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중소 유통인, 전통시장 상인, 중소마트는 갈수록 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도매시장이 과거와 같은 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공공유통 인프라로서의 기능은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서울의 도매시장 정책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아야 한다. 첫째는 시설 경쟁력이다. 저온물류, 하역 동선, 주차와 배송 체계, 전처리와 상품화 공간, 공동물류 기능, 저장 및 안전성 검사 체계는 현대 도매시장의 기본 조건이다. 이러한 물리적 기반이 부족하면 유통비용이 높아지고, 거래 속도와 품질 관리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락시장과강서시장의 시설 현대화는 필요하다. 다만 시설 투자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설을 어떻게 배치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다.

둘째는 운영시스템 혁신이다. 아무리 좋은 건물과 설비를 갖추더라도 운영 방식이 과거에 머문다면 시장 경쟁력은 확보되지 않는다. 지금 도매시장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거래방식의 개선, 물류 운영의 효율화, 정보공개의 투명성 제고, 디지털 주문과 정산 시스템의 구축, 산지와 소비지의 연계 강화다. 앞으로는 AI 기반 수급 예측과 가격 조기경보 체계, 공동물류와통합배송, 전처리와 상품화 기능 강화, 전통시장과 중소마트를 연결하는 공급망 혁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도매시장의 경쟁력은 더 이상 건물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얼마나 투명하게 연결되는지, 얼마나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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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과강서시장의 기능도 보다 전략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가락시장은 대량 집산과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하고, 강서시장은 가격 안정과 직거래, 유연한 공급체계, 중소상인 연계 기능을 특화하는 방식으로 상호보완적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두 시장이 같은 기능을 중복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서울의 공공유통 체계를 함께 떠받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생산자와 유통인,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효율이 돌아간다.

도매시장은 생산자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다. 도매시장은 전통시장과 중소마트가 대형 유통채널에 밀리지 않도록 떠받치는 공급기지다. 공동물류와공동배송, 소분•전처리, 디지털 주문•정산 시스템은 중소상인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서울시가 도매시장 정책을 단순한 시장 관리가 아니라 중소상인 보호와 시민 물가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역할이 흔들리면, 결국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지역의 중소 유통 생태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이 민생을 이야기한다면, 이제는 시장을 한 번 방문해 사진을 찍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먹거리 물가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안정시킬 것인지, 가락시장과강서시장을 어떤 시설과 어떤 운영시스템으로 혁신할 것인지, 전통시장과 중소마트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어떤 공급체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서울의 밥상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유통 구조의 결과로 결정된다. 시민이 체감하는 민생은 결국 공공유통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의 물가는 구조의 결과다. 그리고 서울의 밥상은 공공유통의 수준이 결정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도매시장 정책이 더 이상 주변 의제가 아니라, 시민 삶을 좌우하는 핵심 민생 의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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