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의 지방정부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다. 각 지역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이를 주민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중심에 지역문화재단이 있다.
지역문화재단은 더 이상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고 축제를 운영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고 그곳의 정체성을 찾아 도시의 미래를 제안하는 ‘지역문화 전략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문화진흥법도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을 지역문화진흥 사업 수행에만 두지 않고 정책 개발 지원과 자문, 전문인력 양성까지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단은 공연과 축제, 문화강좌와 예술교육을 운영하는 데 많은 역량을 쏟아왔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지역에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 지역만의 문화적 정체성은 무엇인가”, “10년 뒤 어떤 문화도시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그 해답을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
마포를 예로 들어보자. 마포에는 홍대와 연남동, 망원동을 중심으로 인디음악과 라이브클럽, 소극장, 갤러리, 독립서점, 출판사, 공방과 창작공간이 밀집해 있다. 대학과 청년 예술인이 있고 외국인 유학생과 관광객이 모인다. 경의선숲길과 한강, 월드컵경기장 같은 자연·문화·스포츠 인프라도 갖췄다. 마포는 새로운 문화자산을 억지로 만들기보다 기존 자산을 서로 연결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곳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음악·콘텐츠 축제 ‘SXSW’를 통해 도시 전체를 문화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영국 리버풀도 비틀즈라는 음악적 자산을 도시의 정체성과 관광, 산업으로 확장했다. 마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작은 공연을 보고 갤러리와 책방을 찾고, 독립 출판물을 구입하고 다시 라이브클럽을 방문하도록 도시 내 문화 경험을 연결해야 한다. 문화가 관광을 만들고, 관광이 지역경제를 키우며, 그 성과가 다시 문화 생태계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문화재단은 다섯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예술인과 문화공간, 역사와 생활문화를 조사 기록하는 ‘발견자’, 예술가와 주민·대학·기업·상권을 잇는 ‘연결자’, 지역의 미래와 도시 브랜드를 설계하는 ‘기획자’, 지역 예술인과 단체가 만나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그리고 지방정부에 문화 정책을 제안하는 ‘정책 파트너’다.
성과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공연 횟수와 관객 수, 행사 규모와 예산 집행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 예술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문화공간이 얼마나 연결됐는지, 주민의 문화 참여와 정체성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물어야 한다. 결국 우리 지역이 문화적으로 얼마나 달라졌는가다.
지역문화재단의 진정한 역할은 지역 내 존재하는 문화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바꾸는 데 있다. ‘행사 운영기관’을 넘어 ‘지역문화 전략기관’으로 자리 잡을 때 문화는 도시를 움직이는 핵심 경쟁력이 된다. 새로운 지방시대는 문화에서 시작된다. 지역문화재단이 그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문화는 더 이상 지역정책의 장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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