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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고] 삼성전자 RSU 성과급 논란과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및 거버넌스 책...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들도 RSU를 활용한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그러나 RSU는 단순한 급여가 아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와 자본배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반 현금성 성과급과는...

삼성전자와 노동조합 간 RSU(Restricted Stock Unit·제한조건부 주식보상) 기반 성과급 잠정 합의는 단순한 임금협상의 차원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governance)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2025년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명문화된 이후, 이사회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특정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법적 책임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합의안은 영업이익 연동 방식 대신 기본급 대비 일정 배수(600%)를 기준으로 삼고, 그 일부를 RSU 형태로 지급하는 절충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현금유출 부담을 줄이면서 임직원의 장기 근속과 기업가치 상승을 연계하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IT 기업들도 RSU를 활용한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RSU는 단순한 급여가 아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와 자본배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반 현금성 성과급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RSU는 결국 신주발행 또는 자기주식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존 주주의 경제적 가치 희석(dilution)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이사회는 노사합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승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장기적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독립적으로 검토할 책임을 부담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성과와 무관한 광범위하고 일률적인 지급 구조다. 개별 사업부의 성과나 생산성,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과의 연계 없이 대규모 RSU가 지급될 경우, 이는 성과보상이라기보다 사실상 기업 잉여가치의 재분배 구조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일부 주주들이 이사회가 회사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를 희생하면서 특정 이해관계자 집단과 정치적·사회적 타협을 선택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2025년 상법 개정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명시적으로 포함됨으로써, 향후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의 논리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회사 전체 이익 침해 여부가 판단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특정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현저히 침해했는가"라는 관점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특히 RSU처럼 주식가치 희석이 직접 발생하는 사안에서, 이사회가 합리적 검토 없이 이를 승인했다면 주주충실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새로운 충돌 지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과거에는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이 핵심 문제였다면, 이제는 '주주 대 이해관계자' 간 충돌 역시 중요한 거버넌스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ESG나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이 강조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기존 주주의 경제적 권리를 희생시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사회는 이해관계자 보호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본배분의 합리성과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RSU 지급이 주주총회 승인사항에 해당할 가능성이다. 이번 RSU 구조가 신주발행·자기주식 처분 또는 일정한 형태의 주식기준보상으로서 상법 및 정관상 주주총회 승인이나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구조라면, 향후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이 부결될 경우 노사합의의 효력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
물론 노동조합과 회사 간 합의는 원칙적으로 사법상 계약적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그 이행에 필요한 회사법상 절차가 충족되지 못하면, RSU의 실제 지급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즉 '노사합의는 존재하지만 회사법상 승인 실패로 이행이 제한되는 상태'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주총회 승인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선행적으로 노사합의를 체결했다면, 이사회가 회사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사례는 단순한 성과급 논란이 아니다. AI·반도체 시대, 한국 기업 거버넌스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기업의 잉여가치를 배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과보상 정책은 이제 단순한 노무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주주충실의무·자본배분·지분희석·거버넌스 책임의 관점에서 엄정히 재검토돼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반도헌(1966년生) 한양대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법학박사. 현재 (사)한국감사협회 이사·감사위원, 한국CIA위원회 부회장이며, 상장기업 감사책임자(CAE), CFO,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M&A·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와 역인수합병 (RTO, Reverse Takeover) 분야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국제공인내부감사사(CIA, Institute of Internal Auditors), 경영지도사(중소벤처기업부), CCP(Certified Compliance Professional) 등 전문 자격을 보유한 감사·경영 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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