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육군사관학교 교수·중령
전쟁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값비싼 전차를 무력화하는 소형 드론 부대의 활약상을 목격했다. 실시간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IT 전문가들의 탁월한 능력도 확인했다. 과거의 전쟁이 근력과 공격성으로 상징되는 물리적 충돌이었다면, 현대전은 기술과 정보, 데이터가 지배하는 다영역 작전의 장(場)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오늘날 전장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는 ‘강한 전사’란 누구인가.
오랫동안 군 조직을 지탱해 온 핵심 가치는 강인한 체력과 전투 중심의 결속력이었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육체적 능력과 단합을 강조하는 건 오랫동안 실제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분명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전쟁터에서 드론 조종기와 노트북으로 적의 전력을 무력화하는 모습은 전통적인 신체 중심의 전사상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이버전과 전자전이 일상화된 오늘날 전장에서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정밀 타격, 정보전, 심리전이 결합된 현대전에서는 신체적 조건으로만 싸우지 않는다. 덩치가 얼마나 크고 완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전부가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기술적 숙련도, 판단력, 책임 있는 의사결정 능력이 승패를 가른다. 여기에 더해, 복잡하게 얽힌 전장 환경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자산을 연결하는 능력 역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훈련만으로는 확보되기 어렵다. 체계적인 교육과 경험의 축적을 요구한다. 전쟁은 더 이상 ‘힘의 경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전사의 개념을 보다 넓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강인한 체력과 전투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기술 이해도·정보 분석 능력·빠른 적응력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전투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는 전통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전장 환경에 맞게 전투력의 범위를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특히 인구 감소로 병력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특정 신체 조건에만 의존한 인력 운용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곧 전투력으로 직결되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전사에 근접한가’가 아니라 ‘누가 실제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는가’다.
이와 함께 군 조직의 ‘양손잡이 전략’이 요구된다. 전통적인 전투 현장의 강인함은 유지하되,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전장의 중심이 ‘장비를 다루는 힘’에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군의 인재 기준 역시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전사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급변하는 전쟁 양상에 대응하고, 제한된 인력으로 최대의 전투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변화에 뒤처진 군은 결코 강군(强軍)이 될 수 없다. 미래의 전장은 근육량이 아니라 시스템과 판단력으로 승부하는 공간이다. 우리 군이 진정한 강군으로 남기 위해서는 더 넓은 포용력과 더 깊은 전문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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