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장마나 무더위 문제가 아니다. 지금 경남은 극단적 기후재난 최전선에 서 있다. 올여름 양산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할퀴고 간 자리에 극심한 가뭄이 덮쳤다. 도내 평균 저수율이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30%대로 곤두박질치자 급기야 경남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그런데 가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이번에는 정반대 재난이 경남을 덮쳤다. 지난 주말 남해안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곳곳에서 큰 피해가 속출했다. 불과 몇 주 사이 가뭄과 폭우라는 극단을 오가는 이 기이한 재난 반복은 기후위기가 더는 먼 미래 경고가 아니라 도민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이 무자비한 기후 재난이 모두에게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실내로 피할 수 있는 사람과 찌는 듯한 비닐하우스나 달궈진 건설 현장에서 땀 흘려야 하는 사람의 여름은 완전히 다르다. 폭우로 발생한 침수와 산사태 역시 튼튼한 집과 안전한 지대에 사는 사람과 노후 주택이나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재난으로 다가온다.
특히 최근 통계는 기후위기가 불평등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달 초 기준 전국 온열질환자는 일찌감치 3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노후 주택 거주자가 많은 등 사회·경제적 취약 조건이 겹친 곳일수록 피해가 컸으며, 이들 지역 온열질환 발생률은 전국 평균의 2.7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은 성글기만 하다. 국가 기후위기 적응 예산 상당수는 에너지바우처 등 단편적인 요금 지원에 머물러 있다.
경남은 넓은 농어촌과 산지, 해안과 도서 지역을 모두 품고 있어 지역마다 직면한 기후위기 양상이 다르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지침이 아닌 경남 지리적·사회적 현실에 딱 맞는 세밀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누가 가장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무더위 쉼터 확충, 노후주택 개선, 야외 노동자 쉼터 제공, 농어업 피해 예방 등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도내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관련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재난이 닥친 뒤에야 소방차를 부르고 임시방편을 찾는 식으로는 늦다. 이제는 가장 먼저 벼랑 끝에 몰리는 도민들을 체계적으로 보호할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은 단순한 시혜성 복지가 아니다. 재난 앞에서 단 한 명 도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우리 사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생명줄이자 약속이다.
/김구연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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